아! 단 것이 먹고 싶어 죽겠네-1961년 귀국학생의 편지

오귀성 著 <낙원의 꿈은 깨어지고> 중에서/'내 구두가 모두 닳았으니 운동화 9개만, 마후라 3장, 바늘, 세로 테이프…'
북조선에는 고춧가루조차 제대로 없어요. 설탕도 엿도 양복도…하지만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보다는 비교적 좀 나은 곳에 와서 지금도 다행. 함께 온 모씨는 산골로 가서 교통은 불편하지 겨울이 닥쳐오는데 양식도 없어 딱하답니다. 어머님 손은 갈라지고 터져서 볼 때마다 눈물겹도록 불쌍해요.

북조선의 선생은 아주 까다로운데 놀랐어요. 내가 입은 옷의 미국 글자 상품 마크는 뜯어버려! 일본말을 어쩌다 하면 발끈 성을 냅니다. 아침 8시 반에 학교 갔다가 점심 먹으로 집에 왔다 가야 하구요. 배 속에서 쪼르륵 쪼르륵 소리가 나죠. 정말 싫어. 종이 울리면 운동장에 빨리 나가야 하는데 체육 선생이 시계를 손에 쥐고 재는 거예요. 나는 이 시간 되면 마치 병종이 된 것 같은 기분이야요.

머리에 이가 있는 애가 있고, 벼룩 등이 여름엔 많이 나와요. 더러워 못 견디겠어요. 여름엔 학교에 파리를 잡아가지고 가요. 약이 없으니까 굉장이 많아. 나도 여름에 600마리나 잡아갔답니다. 벼 베기에도 나가요. 먹을 것 입을 것 챙겨가지고 50리 가량 걸어서 용강이라는 마을에 가서 옥수수 껍질 벗기는 일을 했어. 내년에도 또 갈 거예요. 아유 싫어. 내 구두가 모두 닳았으니 운동화 9개만, 마후라 3장, 바늘, 세로 테이프, 우산, 꽃병, 큰언니의 편지에도 이것저것 많으니까. 의논해서 보내주세요. 아! 단 것이 먹구 싶어 죽겠네.

귀국자 - 평안남도 학생 000
오귀성 저 <낙원의 꿈은 깨어지고> 184 폐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