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갑제(조갑제닷컴·TV 대표)
이재명(李在明) 대통령은 하늘이 낸 사람이 맞다. 군대 안 간 국군통수권자가 부정선거 망상에 영혼이 팔려 발작적으로, 병정놀이하듯이 벌인 불법계엄 소동이 없었더라면 그는 지금쯤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으로, 예정되어 있던 2027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한 처지에 있을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
해방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국민은 연인원으로 약 1억이다. 이들 가운데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이는 14명. 로또 1등 당첨 확률과 비슷하다. 여러 가지 조건들을 검토하면 14명 중 대통령이 될 확률이 가장 낮았던 이는 이재명일 것이다. 그는 대통령 되는 게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영어의 Fate(운명)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는데 ‘신(神)이 선언한 미래’란 뜻이다.
그런데 운명은 통째로 받아야지 분할할 수가 없다. 대통령 되는 운명만 받고 거기에 따른 부담, 가령 탄핵되거나 감옥에 가는 악운(惡運)은 거부할 수가 없다는 논리다. 13명의 전임 대통령들 중 일곱 명이 망명, 피살, 자살, 투옥되었으니 이 자리는 가장 위험한 직종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도 출마했는데 이제 와서 퇴임 후가 걱정된다면 처음부터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 민족사에서 800년간 이어오던 문민통치의 역사를 끊고 군인이 처음으로 정권을 잡은 5·16 직후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은 유명한 관상가 백운학을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했다. 그는 군사혁명 기획자 김종필(金鍾泌)의 얼굴을 보고 “혁명을 꾸미고 있는 모양인데 성공해요, 밀어붙여요”라고 했었던 인물이다. 백운학은 박 의장에게도 기분 좋은 예언을 했다. “앞으로 20년 집권할 겁니다.” 박정희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식당을 나오면서 백운학은 신발끈을 매는 김종필 곁에 앉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각하가 20년 뒤엔 험하게 돌아가실 것 같아요.”(JP 증언록). 운명의 양면(兩面)을 본 것이다.
박정희는 김재규의 제1탄이 가슴을 관통하여 등에서 피가 콸콸 솟고 있을 때 옆자리 두 여인이 “각하, 괜찮습니까”라고 하니 “난, 괜찮아”라고 했다. 김계원과 신재순의 증언에 의하여 그 말은 “난 괜찮으니 자네들은 피하게”란 의미였다고 한다. 신재순은 운명을 받아들인 근대화 혁명가의 최후 모습을 “체념한 듯, 해탈한 듯했습니다”라고 증언했다.
박정희 국장(國葬) 때 국립교향악단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교향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서곡을 연주했다. 니체가 쓴 동명(同名)의 책 서문을 음악화한 것이다. 니체는 초인(超人)을 정의(定義)했는데, ‘더러운 강물을 들이켜 바다와 같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면서도 영혼이 더럽혀지지 않는 인간’이라고 했다.
니체는 ‘운명을 사랑하라’고 했다. 이재명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운명을 사랑할 수 없을까. 그렇게 해주면 나라가 편할 것 같다. 그가 가장 존경한다는 김구는 삶의 고비 때마다 “벼랑을 잡고있는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 대장부”'라는 중국 고승(高僧)의 선시(禪詩) 귀절을 되뇌었다고 한다. 시시하게 살지 말자는 다짐이었을 것이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박정희식 체념이거나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 매듭을 푸는 방식, 즉 쾌도난마(快刀亂麻)의 결단일 것이다. 단칼에 공소취소 논란을 잘라버리는 것이다. 패거리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을 크게 통합하는 우두머리(大統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가 공소취소에 집착하여 김정은 눈치 본다는 말까지 듣게 된 것은 이름값도 못 하는 일이다. 재명(在明)은 ‘늘 밝다’는 뜻이 아닌가? 실제로 그의 쾌활한 모습이 한때의 지지율 70%를 뒷받침했었다. 그런데 밝을 명(明)은 달빛(月)과 햇빛(日)을 아우른다. 작가 이병주(李炳注)의 명문 <월광(月光)에 물들면 신화가 되고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된다>는, 운명의 상반된 두 얼굴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반도체 대운(大運)까지 만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OECD 국가를 한참 웃도는 3.7%이다. AI 선도국 건설의 비전은 가슴을 뛰게 한다. 그가 운(韻)을 띄운 한자(漢字) 교육 재개에 의한 한국어 정상화도 공소취소를 단념하고 집중할 만한 큰일이다. 한 세대 이상 계속된 한글전용(專用)의 폐해로 어휘력과 문해력, 그리고 인문적 교양이 총체적으로 무너진 것이 요사이 정치의 난장판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자교육 재개는 세계 최고의 표음문자(한글)와 세계 최고의 표의문자(漢字)를 결합, 영어에 못지않은 풍성한 언어를 만드는 역사적 위업이 될 것이다. “인간은 일어나지 않을 걱정으로 세월을 보낸다”(마크 트웨인)고 하는데 한국인은 박수받고 퇴임한 대통령을 감옥에 보낼 정도로 잔인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의 본성을 믿고 승부를 걸어볼 것을 권한다. 타이밍을 놓쳐 공소취소 공작을 취소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민심이 “윤석열보다 더 하네”로 도는 순간 레임덕보다 더 큰 것이 닥칠 것이다.












멋진글을 읽으면 하루가 즐거워요
세상을 꿰뚫어 보시는 분이 일러준 대로 하면 된다
그리하여 在明이 才名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