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의 거짓말 “나는 배후를 박정희라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먼저 필자는 영화 <암살자(들)>을 보지 않았음을 밝힌다. 다만, 여러 글들에서 스포일러된 것과 AI를 통해 알아본 것, 그리고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들어본 것들을 토대로 글을 쓴다. 영화도 보지 않고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면 수용하겠고, 영화를 보지 않고 쓴 필자의 글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 그것도 인정하겠다.


오늘은 <암살자(들)>에서 보여준 장면들 중 사실과 허구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허진호가 얼마나 거짓말로 대중들을 기만하는지 고발하고자 한다.


허진호는 “영화는 영화로 봐 달라”고 하면서 자신은 박정희가 배후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런 의도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생구라다.


허진호는 영화 전체에서 손가락으로 박정희를 가리키면서 배후가 박정희라는 암시로 가득찬 장치들로 채웠다가 영화 마지막에 그 손가락을 접어 거둬들이면서 ‘열린 결말’ 운운하며 판단은 관객의 몫이라고 그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함을 보였다. 


허진호는 ‘확정된 사실’도 왜곡하여 문세광의 배후가 있음을 암시했으며, 그 배후를 박정희라고 의심하는 허구들로 채워 영화를 만들었다. 자신의 창작품인 허구 중에 박정희 이외의 제3의 배후로 의심하게 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이래 놓고 자신은 박정희가 배후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그런 의도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있다. 


감독 올리버 스톤(Oliver Stone)처럼 뉴올리언스 지방검사 짐 개리슨을 내세워 케네디 암살이 오스왈드 단독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는 암살 배후에 의해 희생되었을 뿐이라는 의혹을 영화 끝까지 밀고 나갔더라면 차라리 그 소신과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자세는 인정해 줄 수 있겠지만, 허진호는 역사를 왜곡하여 상업적으로 돈을 벌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영화의 막판에 영화 내내 관객들에게 보여준 자신의 손가락을 접는 비겁함을 보였다. 그러고 또 이런 자신의 행위를 JTBC 등 언론에 나와 변명까지 한다. 참으로 치졸하고 비겁하다. 


영화는 8·15 경축식 직전에 방탄 연단으로 바꾸고, 출입 비표가 없는 수상한 남자를 형사 철구가 발견하고, 출입을 막는 철구를 경호실이 제압하고, 저격 직전 경호팀이 식장을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설정을 하고, 스나이퍼 같은 인물이 현장에 스치듯 등장하고, 중정 요원이 사건 발생 10분 만에 문세광이 묵었던 조선호텔을 수색하고, 문세광과 중정과 접촉하는 일본인 사토씨라는 가공 인물을 내세우고, 이 공범이 수사를 감시하고, 사형 언도를 받자 문세광이 법정에서 어떤 남자(공범)를 바라보며 그가 자신과 연결된 인물인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재판 과정에서 철구가 문태광에게 “공범이 누구냐”는 취지로 추궁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 측이 사건을 '자작극'으로 보았다는 식의 자료가 등장하고, 문세광이 첫 발을 허벅지에 쏘자 재환이 “연극은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기업인 한상일(정우성)이 사건의 정치, 외교적 파장과 연결되어 등장한다.


자유언론실천선언은 서울농대생 김상진의 투신 자살로 발생한 서울농대생의 시위로 촉발된 자유언론실천선언과 기자들 해고와 광고 탄압을 마치 8·15 경축식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한 것처럼 연결하고 원고지에 기사를 썼던 1974년에 타자기에 중정요원이 모레를 뿌린다.


문세광은 김일성 선집, 모택동어록, 공산당 선언 등 좌익성향 책들을 탐독하고, 일기장에도 혁명을 수시로 언급하는 등 공산주의에 심취한 열혈 청년이었고, 한청에 가담하여 反韓, 反박정희운동을 활발히 했으며, 조총련 오사카 이쿠노니시(生野西) 지부 정치부장 김호룡과 1년 동안 월 2회 교류했고, 오사카에서 멀리 떨어진 도쿄 아다치구의 조총련계 적부동병원(赤不動病院)에 일본인 가명 가와카미 유지(川上勇治)로 약 한 달간 입원해 사상 교육을 받아 적어도 조총련과 연계되어 있음이 확실한데도, 영화에서는 문태광(문세광)의 형인 문태조(문세조)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생이 그냥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청년이라고 묘사한다.


PD 수첩이 2005년에 일본을 찾아가 김호룡과 인터뷰할 때, 김호룡은 문세광과 정기적으로 교류했음을 인정했는데도(다만 일본 경찰의 조사는 받지 않았다고 말함) 김호룡의 존재나 적부동 병원에 대한 언급은 영화에는 없다. 


이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라 100% 허진호가 만들어 낸 허구다. 이런 허구들은 모두 문세광의 단독 범행이 아니며, 공범자가 있고, 그 배후는 최고 권력자(박정희 대통령)라는 사실을 암시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허진호가 영화에서 만들어낸 허구 중에 배후가 있고, 그 배후가 박정희를 가리키는 것 이외에 또 다른 배후가 있을 것이라고 암시하는 것이 있는가?


심지어 영화에는 언론사 부장 재환(박해일)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이 아내의 생명보다 중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이라는 대사도 나온다. 허진호가 박정희를 배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재환의 이 멘트를 허진호가 영화에 삽입할 수 있을까? 


허진호는 허구만 박정희를 배후로 암시하는 장치로 사용한 것이 아니다. 허진호가 비난받아야 할 것은 사건을 명확하게 해 주는 ‘확정된 사실’을 왜곡하여 관객들이 배후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중정 윗선”, “근데 부장, 문태광(문세광)이 제압당한 뒤에 총성이 또 울렸었거든요”라는 대사를 넣어 육 여사가 문세광의 총에 맞지 않았으며, 그 배후는 청와대(박정희 대통령)라는 암시를 강하게 준다.


육 여사는 문세광의 총격으로 머리가 관통했음에도 머리에 총알이 박혀 있었으며, 이를 수술 과정에서 확보했다고 말한다. 당시 수술을 담당한 의사나 간호사들은 한결같이 관통해 총알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증언했고, 수사 기록에도 관통상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실제 “6발의 총성+5개 탄환 수거”인데 “6발의 총성+탄환 4개”라는 설정으로 탄환 2개에 의문을 표하며, 한 발은 경호원이 문세광을 조준해 사격했지만 장봉화가 맞았고, 1발은 육 여사를 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영화에서 말하는 마지막 총격은 문세광의 첫발로부터 22초 뒤이고, 육 여사가 피격되고 문세광이 제압된 15초 후의 총성임에도 15초의 격차가 난다는 사실은 영화 어디에도 없다.


문세광이 제압되고 15초가 지났는데 고도로 훈련된 경호원이 문세광을 저격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 마지막 총성이 장봉화를 맞췄다고 해야 다른 1발이 육 여사를 저격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긴박한 상황에서 무려 15초가 지난 마지막 총성을 장봉화에 맞았다고 완전히 사실을 왜곡해 영화를 이끌었다.


총성을 시간대별로 정리하고, 탄착점을 확인하면 문세광의 총격에 의해 육 여사가 사망한 것이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남에도 허진호는 일부러 이런 사실은 회피하고 자신이 의도한 바를 관객이 느끼도록 ‘확정된 사실’을 완전히 비틀었다. 


마지막 '15년 후 법정' 장면, 영화에서는 15년 후 감식 관계자가 등장하여 당시 탄환에 관한 새로운 증언을 하고, 영화 초반부터 제기했던 “육영수 여사를 맞힌 탄환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꺼낸다.


그 결과 관객에게는 “문태광 외에 다른 사격자가 있었던 것 아닌가?”라는 강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는 이런 방식의 15년 후 법정 재심, 새로운 감식 증언이 사건의 결론을 뒤집은 일이 없다. 서울시경 감식계장 경감 이건우는 언론 인터뷰에서 육 여사 피격은 문세광 총격에 의한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했지, 법정에 나온 일이 없다. 그리고 이건우는 증거를 제시했거나 합리적 추론의 결과를 말한 것이 아니라 음모론적 시각에 자신의 감으로 말했을 뿐이다. 관객에게 신빙성을 심어주려 ‘법정 증언‘이라는 허구를 삽입한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서 문태광의 총탄을 다시 정리(허벅지·연단·태극기·천장)하고 실제 사건 동영상을 보여준 것은 관객에게 자신이 만들어 넣은 허구가 사실이라고 착각하도록 만들기 위한 결정적 한방이었다고 필자는 본다.  


메가박스가 굿즈로 판매한 영화 티켓과 투명판은 이런 허진호 감독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투명판에 총탄 자국 표시가 6개 있고, 흰색 본체 티켓에는 1974년 8월 15일 기념식장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있다. 투명판을 본체 위에 정확히 포개면 6개의 총탄 표시가 기념식장의 특정 위치와 겹쳐진다. 이는 “4개의 탄피는 6개가 된다”, 즉 영화의 홍보 문구인 “4개의 탄환, 6번의 총성”을 연상시키는 구성이다.


이것도 사실과 다르게 표현된 것(실제는 탄착점이 연단 쪽 4개, 객석에 2개인데 굿즈는 연단 쪽 3개, 객석 쪽 3개로 표시)이지만, 유족들이 버젓이 살아 있는데 이런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패륜이다. 이 굿즈는 제작사와 영화사가 기획하고 공급한 제품이었다. 허진호의 아이디어가 아니더라도 감독이 이 굿즈를 몰랐을 리는 없을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배후로 생각하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는 허진호의 변명이 얼마나 사악하고 비겁한 것인지는 이 굿즈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허진호는 영화는 영화로 봐 달라면서 허구와 사실의 구분은 관객의 몫이며 판단 역시 관객이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근현대사에 무척 관심이 많고 많은 자료를 봐 왔고, 1974년 8.15 육 여사 피살 사건 당시 초등학교 5학생으로 그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봤던 필자도 영화 속의 사실과 허구를 구분해 내기 어려운데 50대 이하의 젊은 층의 관객이 이를 구분할 수 있겠는가? 그냥 영화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로 인식하거나, 영화에서 받은 이미지대로 역사를 이해하게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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