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매체가 보도하는 수도 평양의 중심부와 대형 리조트 시설은 밤에도 눈부신 빛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하루 평균 2~3시간밖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실태가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부유층 가정의 대형 가전은 물건 보관함처럼 쓰이고 있다고 한다. 양강도와 함경북도에 거주하는 취재협력자가 전해 왔다.
◆최신 전력 사정 "하루 2, 3시간"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미디어는 '발전하는 지방의 모습'을 자주 전한다. 특히 김정은이 주도해 개발한 해수욕장과 스키 리조트는 그 상징으로서 반짝이는 빛에 둘러싸인 야경이 자주 사진과 영상으로 소개된다. 과연, 최근의 실제 지방의 전기 사정은 어떨까?
함경북도 교외에 가주하는 취재협력자 A 씨는,"지금은 가을 수확과 탈곡하는 시기라서, 농촌에는 작업 때문에 하루 7시간 정도 전기가 오는 날도 있다. 하지만 그건 '공업선'이라 농장에서만 사용되고, 농민이 집에서 쓸 수 있는 '주민선'의 전기 공급은 하루 3시간 정도. 많은 날에도 4, 5시간 정도다"
북한에는 당과 행정기관, 산업시설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용선인 '공업선'과 일반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 '주민선'이 있다. '공업선' 전력 공급이 우선이라서 주민들은 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A 씨가 농촌 주택에는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전기가 공급된다고 전한 것처럼, 북부 지역에서는 일반 주민이 하루에 2~3시간 정도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증언은 약 1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징후는 전혀 없다(지방 도시 지역에서는 월 2만 5,000~3만 원(한화 약 494~593원)을 지불하면 약 6시간 동안 전기를 더 공급받을 수 있다).
※ 북한의 국영 기업 노임(월급)은 약 3만 5000~5만 원.
※ 북한의 1만 원은 한화 약 197원(2026년 10월 16일 현재)
◆서민은 어떤 가전을 갖고 있을까?
매일 20시간 이상이 정전인 상태가 일상화된 셈이다. 실제 일반 주민의 가정에는 어떤 가전제품이 있으며,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아시아프레스는 올해 5~6월 북부 지역에서 대규모 가격 조사를 실시했다. 도시부의 일반 서민이 보유한 가전에 관해서도 조사한 결과, TV와 다리미는 일반 가정에도 꽤 보급돼 있지만, 냉장고나 에어컨은 부유층만, 세탁기는 더욱 한정된 극히 일부의 가정에서만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양강도의 협력자 B 씨는, 집에 TV와 소형 냉장고, DVD 플레이어, 선풍기, 컴퓨터가 있다고 답했다. 개인의 경제활동이 활발했던 2020년 이전에 장마당(시장)에서 장사로 성공해 산 것이다. 서민층 중에서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A 씨는 북부 농촌 지역의 가전제품 소유 상황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다.
"대체로 TV, 변압기, 녹화기(DVD 플레이어), 녹음기(CD 플레이어) 등은 갖고 있다. 형편이 좋은 집에는 컴퓨터도 있지만, 생활이 어려워 가전제품이 없는 집도 흔하다. TV는 태양광 발전기로 볼 수 있는 소형이 인기다. 전기밥솥은 대부분 가지고 있지만, 전기가 오지 않아 거의 못 쓴다."
※ 저렴한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사서 전력난에 대처하는 가정이 매우 많다.
◆ "세탁기는 갖고 있어도 쓸 데가 없다"
일부 부유층만 갖고 있다는 냉장고와 세탁기. A 씨는 실제 사용법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냉장고는 먹을 것을 보존하는 게 아니라 그릇이나 간식을 넣어두는 장소로 쓰는 집이 많다. 전압이 불안정해 잘 고장난다. 수리하는 데도 돈이 드니까, 찬장처럼 쓰는 집도 있다.
세탁기가 있어도 어떻게 쓰나? 상하수도가 마비된 데다가 수압도 약해서 돌아가지 않는다. 중국에서 들어온 세탁기를 여유가 있는 집이 산다 해도, 수도관을 연결하지 않고 바가지로 물을 퍼와서 쓴다고 한다. 손빨래보다도 불편해서 탈수기 용도로 사용하는 모양이다."
◆러시아에서 전력이 공급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올해 5~6월 대규모 가격 조사 당시, 양강도 협력자 B 씨는"여름에 러시아에서 전기 공급이 시작된다는 소문이 있어서 모두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10월 현재까지도 그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A 씨에 따르면 함경북도에서도 비슷한 소문이 있었던 모양으로,"러시아와 중국에서 전기가 들어와 24시간 쓸 수 있게 된다는 말을 듣고, 무역회사들이 중국에서 냉장고를 들여왔다. 하지만 팔리지 않아서 매달 돈을 내고 몇 년간 빌려 쓰는 방식으로 영업하는 회사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냉장고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나 중국에서 전력 공급이 시작된다는 소문은 전혀 근거를 알 수 없다. 애초에 러시아에서 송전선을 끌어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조차 상당히 의문이다. 지방의 일반 주민에 대한 전력 공급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뒷전이라는 실태가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