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武鉉 정권은 호남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로 만들어졌다. 이 호남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이는 아직도 金大中 전 대통령이다. 득표력을 주식수에 비교한다면 盧정권이란 회사의 대주주는 金大中씨이다. 金씨는 오너 회장이고 盧武鉉 대통령은 월급 받는 사장이라고 비유할 수도 있겠다. 국정원 도청 수사가 金大中 시절의 두 국정원장 구속으로 치닫자 오너와 사장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국정원 도청이 폭로되었을 때 盧武鉉 대통령은 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까지 수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을 했다. 그때 필자가 지적했던 것은 그 요지가 '수사를 깊이 하면 김대중 정권뿐 아니라 盧정권에까지 불똥이 튀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이회창씨를 봐주는 것처럼 말하면서 수사의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말장난'이란 것이었다.
그 사이 법무장관이 불법적으로 지휘권을 발동하여 강정구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저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검찰총장이 경질되었다. 이 강정구 사건은 맥아더동상 파괴시도 사건과 함께 온건한 국민들까지도 反정부적으로 돌려놓는 계기가 되었고 그 여파로 지난 10.26 재선거에서 열린당은 全敗했다.
위기감을 느낀 盧정권 내부에서는 더욱 金大中씨의 지지가 아쉬워졌다. 누가 보아도 金 전 대통령의 정치적 嫡子(적자)는 민주당인데, 열린당 안에서는 민주당과 합당하여 金씨의 동의하에 호남의 지지를 회복한 바탕에서 내년도 지방선거에 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金 전 대통령도 열린당 간부들에게 '열린당이 나의 정치적 계승자이다'라고 말해 이런 움직임에 화답하는 듯했다.
그런데 검찰이 林東源, 申建 두 전 국정원장을 구속시키고 김대중 정권 시절에도 反정부인사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도청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강정구 사건으로 격앙되어 있는 분위기라 법무장관이 또 지휘권을 발동하여 불구속 지시를 내리면 반발이 커질 상황이었다. 김대중씨로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나 소위 민주투사로서나 말이 안되는 非민주적 짓꺼리를 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되었다.
비록 검찰은 두 전직 국정원장이 金 당시 대통령의 도청금지 지시를 어기고 불법을 자행했다고 발표했으나 권력의 속성을 조금이라고 아는 사람이라면 金大中 당시 대통령이 국정원장으로부터 정보보고를 받으면서 그 정보가 도청에 의해서 이뤄졌다는 것을 몰랐다고 믿지 않는다. 국정원의 도청 책임은 국정원장의 직속상관인 대통령이 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화를 내고 있다.
그는 盧대통령이 검찰과 법원에 압력을 행사하여 과거의 두 부하들을 구해주지 않았다고 화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것이 과연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을까. 盧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두 국정원장을 구속하게 한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盧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이란 점은 현직 시절 두 아들이 구속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던 金大中 전 대통령이 더 잘 알 것이다.
이런 배경하에서 盧-金 두 진영의 갈등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對北불법송금이나 정치자금과 관련하여 약점이 많은 金大中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벌일 수는 없을 것이다. 盧대통령도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호남표를 등질 각오로 金 전 대통령과 맞설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盧정권하에서도 도청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근거 있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兩者 갈등이 파국으로 나가지 못하게 제약하는 조건이 많다는 뜻이다.
3년 연속 선거의 해를 앞둔 열린당 의원들중 상당수는 '다음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기려면 盧대통령과 극좌세력을 멀리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념적으로는 중도좌파 정도로는 돌아가야지 지금과 같은 親北極左 노선으로는 어떤 선거에서도 이길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이것이 盧-金 갈등과 맞물릴 때는 극좌파와 온건좌파가 갈라지는 열린당의 분당, 열린당-민주당 합당, 高建씨 영입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은 金大中 중심의 전통적 호남정치 세력으로 돌아가는 움직임이다. 이런 사태는 또한 친북극좌 세력을 정치권에서 고립시키는 효과도 낼 것이다. 이런 정계개편이 이뤄지면 노무현 정권이 김정일 정권과 손잡고(소위 정상회담을 매개로 하여) 대한민국의 국체변경을 꾀하는 모험도 불가능하게 된다.
盧대통령은 경상도 출신이면서도 호남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었고, 그 뒤 경상도에 발판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모두 실패했기 때문에 정치적 기반이 의외로 취약하다. 그가 한나라당을 상대로 聯政을 제의한 것도 김대중씨와 호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뜻이 있었을 것이다. 그가 聯政의 명분으로 내세운 '지역구도 해체'는 脫김대중이란 의미도 포함한 말이었을 것이다.
김대중과 호남의 지지가 약화되고 경상도에서 교두보를 만드는 노력이 실패하면 할수록 盧정권은 김정일의 도움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또 한번의 굴욕적인 소위 남북 정상회담을 마련하여 국체변경 수준의 '통일쇼'를 벌임으로써 유일한 지지기반인 親北좌파 세력을 동원하고 이 명분속으로 김대중 세력을 끌어들이려는 계산! 김정일 변수를 국내정치판으로 초대함으로써 '호남+충청에 의한 영남 포위' 구도로 짜여 있는 한국의 정치판을 소위 '통일 對 反통일' '민족 對 사대'로 양분하려는 모험은 정치적 생명뿐 아니라 육체적 생명도 건 대도박이 될 것이다. 盧정권의 이런 도박은 한국을 내전적 분열로 몰고갈 것이고, 이 도박에 실패하면 주모세력은 정치적 육체적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집권세력안의 분열은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할 때 악몽과 희망을 다 함께 지니고 있는 셈이다.
김대중-노무현 갈등의 내막과 전망
- 趙甲濟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5-11-16, 16: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