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의 김대중 연구(11)

조갑제의 김대중 연구(11)

미공개 자료를 중심으로 쓰는 김대중 연구⑤-1;
6·15선언 제2항은 무허가 통일방안에 의한 「국가 정체성의 변조」 기도?;

趙 甲 濟 月刊朝鮮 편집위원


언제 우리가 국가의 공식 통일방안을 폐기했던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2000년 6월15일 평양에서 金大中 대통령과 金正日이 발표한 공동선언문의 제2항은 민족과 국가의 운명에 직결되는 거대한 함정과 어두운 그림자를 깔고 있다.

북측의 연방제 통일방안은 한국內 親北세력을 궐기시켜 애국세력을 거세하려는 對南 적화 통일의 중심 전략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金正日을 통일조국의 수령」으로 모시겠다는 전략에 봉사하는 방안이다. 이런 속셈을 간파한 역대 우리 정부는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여 옥살이를 시켰다. 金大中씨가 1980년에 사형선고까지 받게 된 여러 이유 중의 하나도 자신의 연방제안으로써 金日成의 연방제안에 동조했다는 죄목이었다.

南韓赤化 전략의 핵심인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와 공통점이 있다는 남측의 연합제안은 누구 것인가. 盧泰愚 정부가 만든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국회 동의를 받은 정부의 공식 통일 방안)의 제2단계인 남북연합을 가리키는가. 아니면 金大中 3단계 통일론의 제1단계인 연합제를 가리키는가.

盧泰愚의 남북연합제는 자유통일을 목표로 한 과도기의 분단관리 체제이므로 적화통일로 가려는 북측의 연방제와 공통성이 있을 수 없다. 과정상으로도 盧泰愚의 남북연합은 남북간의 교류가 충분히 진행된 다음의 결과로서 2단계에 등장하는 것이고, 낮은 단계 연방제는 처음부터 그렇게 하자는 것이므로 金大中의 3단계 통일론 중 제1단계 연합제와 대응한다.


金大中 대통령 술회: 나의 통일방안을 설명했더니…

金大中 대통령은 평양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날(2000년 6월16일) 국무회의에서 중대한 의미의 술회를 했다.

『그쪽에서 계속 통일을 얘기하면서 연방제를 주장하는데 연방제는 군사와 외교권을 중앙정부가 갖고 內政은 지방정부가 갖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남북관계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오랫동안 구상해 온 세 가지 통일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1단계는 남북연합, 2단계는 연방, 3단계가 통일인데 1단계는 현재대로 가는 것이다. 현재대로 가면서 남북 양쪽에서 정부대표가 나와서 대표회의, 각료회의, 국회는 국회회의를 하고 의제를 만장일치로 합의하는 것이다. 상시적으로 이것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운영이 잘 되면 미국식 연방제처럼 군사·외교권은 중앙정부가 갖고 내정은 지방정부가 갖는 것이다. 그래서 잘 되면 우리의 원대로 단일 통일 국가로 가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지만 확실하게 어느 쪽도 겁을 내거나 걱정하지 않고 이루어 가는 방안이다. 이런 방안에서 서로 의견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金正日 위원장이 배석한 김용순 비서와 한참 얘기 끝에 낮은 수준의 연방 얘기가 나왔다. 그것은 내용적으로 연합제와 같은 얘기다. 그래서 접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실제로 이번 합의 중에서 가장 역사적이고 분단 55년의 과제인 통일방안에 의견을 접근한 의미 있는 합의다』(2000. 6. 16 오전 국무회의 브리핑-청와대 인터넷 사이트)

그 다음날 6월17일 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金大中 대통령은 말을 바꿨다. 李총재가 『북한의 연방제안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불용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제안한 연합제는 과연 무엇인가』라고 묻자, 金대통령은 『그 연합제는 盧泰愚 대통령 당시 남북연합이라고 말한 것과 똑같은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前後 사정으로 보아서 이 말은 믿기 어렵다. 金大中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이야기가 구체적이고 앞뒤가 맞다.

盧泰愚 대통령의 밀사로 평양에서 金日成을 만났던 徐東權 당시 안기부장이 우리 정부의 한민족 통일방안에 있는 남북연합제(2단계)와 북한의 연방제가 공통성이 있으니 연구해 보자는 임기응변의 제의를 했을 때 金日成은 『두 방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거부했다. 따라서 金正日이 상호 공통점을 인정한 것은 盧泰愚의 남북연합제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중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언제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한민족통일방안이 폐기되었던가. 우리 국민과 국회는 언제 金大中 개인의 통일방안을 국가의 것으로 인정해 주었으며 개인의 통일방안을 평양에 가지고 가서 적화통일 방안과 연결시키도록 위임해 주었던가.

이런 의문보다도 더한 의문은 金大中의 연합제안과 金正日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에는 무슨 공통점이 있는 것일까 하는 부분이다. 金大中 대통령은 두 통일안이 중앙연방정부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남북 지역 정부의 독자적 권한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공통점으로 꼽고 있다.

이런 공통점은 남북 頂上회담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서 하등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우리 역대 정부는 그런 공통점은 형식적이고 지엽적인 것이라고 판단하고 무시했다. 통일방안에서 공통점이라 할 때 의미를 가지려면 남북한이 志向(지향)하는 통일조국의 모습(이념, 체제 등)에서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

남북 兩金씨가 인정했다는 남북한의 두 통일방안이 가진 상호 공통점이란 목표의 공통점을 포괄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목표점은 어디인가. 자유의 언덕인가, 赤化의 골짜기인가. 1981년에 우리 대법원은 확정판결을 통해서 金大中씨가 주장한, 연방제를 고리로 한 통일방안은 북한 측 연방제에 동조하는 것임을 확인했다.

金大中 대통령은 우리의 對共수사기관과 대법원이 親北的이라고 확인해 준, 그리고 국회·국민의 同意를 받지 않은 그 개인의 무허가 통일방안을 가지고 가서 金正日과 합의해 온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6·15 선언의 제2항은 북한의 赤化통일 방안과 그것에 동조한 金大中 통일방안의 연결이며, 그 미스터리의 「공통점」이란 낱말도 바로 그런 의미의 함축이란 말인가? 이것이 사실이라면 李長春 대사가 말한 대로 「국가 正體性의 變造」에 해당하는가?

이런 의문들이 명쾌히 해명되지 않으면 국민들은 6·15 선언에 기초한 남북관계가 국가와 민족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불안에 떨게 된다. 통일열차란 말을 믿고서 당연히 자유역을 향하여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탄 국민들이 뒤늦게 그 열차가 赤化驛으로 달리고 있음을 알았을 때는 뛰어내리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타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문제의 2항에 대한 심층해부가 死活的인 의미를 갖게 되는 이유이다.


국민은 대통령을 무시하고 대통령은 국민을 무시하고

평양 頂上회담의 2대 성과라고 金大中 대통령이 여러 번 국민들에게 보고한 것은 통일의 방향에 대한 합의와 金正日의 주한미군 관련 발언이었다. 문제는 북한 정권의 그 뒤 언동이 金大中 대통령이 한 말을 뒤집은 점이었다. 북한 정권은 6·15 선언 제2항이 對南 赤化 전술인 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한 합의라고 주장했다. 金대통령은 金正日이 현재 상태의 주한미군이 통일 이후에도 주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고했으나, 金正日은 작년 여름 러시아를 방문하여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의 철수가 미룰 수 없는 문제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했고 러시아도 이런 입장에 이해를 표명했다.

한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두 문제에 대해서 金大中 대통령의 對국민보고와 정반대의 언동을 북한 정권이 하고 있는 데 대해서 언론과 야당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金大中 정부 측에선 『그것은 북한 정권의 對內用』이라고 변명했다.

지난해 8월29일 국회에서 당시 林東源 통일부 장관은 『金正日의 말은 지금 상태의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주한미군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 자세를 버리고 남과 북 사이에서 균형자의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성격이 바뀌면 계속 주둔해도 된다는 뜻이었다』는 요지의 증언을 했다. 이 말은 그동안 金大中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허위보고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할 정도의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金大中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보고한 연합제와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점 확인과 통일방향에 대한 합의의 성격, 그리고 金正日의 駐韓美軍 계속 주둔 관련 발언은 이제 믿을 수 없게 되었다. 金대통령과 그 측근이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관계조차 안개 속이다. 金大中 정부에 몸담았던 고위 외교관이 「국가 正體性의 變造」란 표현을 써서 공격해도 반응이 없다. 이는 대통령은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은 대통령을 무시하는 막가는 상황이 아닌가.

이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해야 할 언론과 야당도 한국 사회의 거대한 좌회전에 휩쓸려 들면서 제대로 파헤치지 못함으로써 적당히 넘길 수 없는 사태의 심각성이 제대로 浮刻(부각)되지 못했다. 이는 대한민국이 과연 자체 修正 능력이 있는 존재인가 하는 불안마저 갖게 하는 대목이다.
<1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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