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대한민국의 친구가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19일 APEC 정상회의 폐막 후 부산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금 북한과 친구가 되기 위하여 성의를 다 해서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발언의 문맥으로 볼 때 그가 “성의를 다 하여 친구가 되고자 하는 상대”가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의 입장에서,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표하는 대통령의 입장에서, 북의 2천3백만 동포들의 ‘친구’가 되고자 한다면 아무도 그 것을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누구인가. 그는 바로 북의 2천3백만 동포들에게 수백만 명의 아사자, 정치범 수용소, 수만 명의 탈북 난민 그리고 고문과 공개처형 등으로 상징되는 비인간적인 생지옥을 강요하고 있는 히틀러와 스탈린을 능가하는 무자비한 독재자가 아닌가. 그 같은 독재자와 “친구가 되기 위하여 ‘성의를 다하여’ 대화하고 있다”는 노 대통령의 말은 아무래도 정상의 틀을 벗어나는 망발이 아닐 수 없어 보인다.
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 매우 그릇된 이해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하는 것은 “김정일과 친구가 되기 위하여”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대화를 하는 목적은 남북의 책임 있는 당국간 대화를 통해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정착시켜 전쟁재발을 방지하며 교류와 협력의 길을 터서 상호 신뢰를 조성하여 분단으로 인한 고통과 불편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 나아가 북한 사회의 개혁과 개방을 촉진함으로써 북한 동포들의 생활이 향상되도록 하는 데 있다. 이 같은 남북대화에서 김정일을 상대하는 것은 그를 우리의 ‘친구’로 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북한의 절대적 독재자이기 때문에 적어도 분단체제 하에서는 그를 상대하지 아니 하고는 남북간에 어떠한 문제도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일 뿐인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에서 ‘대화’가 곧 ‘친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노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수사관과 범죄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플리 바게인(plea bargain)'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노 대통령은 문제의 기자회견 발언에서 북의 김정일과의 관계에 관하여 “앞으로 결혼을 예상하고 대화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문맥으로 볼 때 그는 아마도 ‘통일’을 빗대어 ‘결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 같다. 김정일을 ‘통일’의 상대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노 대통령의 의중이 그런 것이라면 이야 말로 더욱 무책임한 망발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체제와 김정일의 수령독재 사이에 어떠한 ‘결혼’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단임 대통령이 (앞으로 헌법개정이 없는 한) 매 5년마다 선거를 통해 악수 교대하는 민주국가인 반면 북한은 죽은 김일성을 ‘영구주석’으로 모셔 놓은 가운데 그 아들 김정일이 죽을 때까지 독점했던 절대 권력을 그가 죽을 경우 그의 아들에게 다시 세습하는 독재국가라는 사실을 과연 알고 있기는 한 것인가.
남북이 아직 분단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전개되는 남북대화 등 남북관계의 틀 속에서 우리가 김정일을 대화의 상대방으로 수용하지 아니 할 수 없다는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결혼’이라는 용어로 휘갑을 친 ‘통일’ 상황 속에서 김정일이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또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의 여부는 노 대통령은 물론 남의 어느 누구도 용훼할 사안이 아니다. 이 문제는 북한에서 충분한 정도의 개혁ㆍ개방이 진행되어 북한 동포들이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향유하게 되었을 때 오직 북한 동포들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로 남겨놓아야 할 사안이다. 앞으로 전개될 ‘통일’ 상황 속에서 북한의 ‘통일’ 주체는 북한 동포들이지 김정일이라는 세습 독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노 대통령을 비롯한 이른바 ‘진보’를 표방하는 친북ㆍ좌경세력들이 그 동안 일관되게 소위 ‘민중통일’론을 앞세워 ‘관주도’가 아닌 ‘민간주도’의 ‘통일운동’을 주창해 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의 이 같은 주장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다면 ‘민간주도’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북한에 대하여 통일 문제와 관련하여 남의 노무현 정부가 해야 할 급선무는 “김정일과의 결혼”을 운위할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북에서도 ‘민간주도’의 ‘통일운동’이 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우선 북한사회를 상대로 ‘민주화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유난히 말을 즐기는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말을 가려서 할 줄은 모르는 것 같다. 또 자신의 말에 스스로 도취할 때는 왕왕 그가 대한민국 헌법의 준수를 선서한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그가 또 어떤 말의 유희를 구사할 것인지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끝]
"김정일은 대한민국의 친구가 될 수 없다"
- 이동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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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1-26, 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