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紀行(9)/이태리의 실패, 스페인의 성공

스페인은 1990-2004년 사이 15년간 유럽의 최우등생이었다. 이 기간 스페인의 年평균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9%, 독일은 2.6%, 영국은 2.4%, 프랑스는 1.8%, 이태리는 1.4%였다. 스페인을 여행하다가 보니 이 나라의 생동하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국민들이 우선 친절하고 여유가 있으며 너그러웠다. 마드리드, 세빌리아, 코르도바 같은 큰 도시는 온통 공사판이었다. 크레인이 하늘을 가리고 길을 넓히느라고 교통체증이 일어났다. 마드리드에서 남쪽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달리니 황토색 大地와 野山은 끝이 보이지 않는, 올리브 나무의 바다였다. 9년 전 왔을 때 놀려놓던 땅들이 모두 올리브 농장으로 변했다. 주로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한다.

尙美會 여행단은 19명이었다. 예약한 식당에서는 기존의 의자 배치를 바꿔서 19명이 다 한 자리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유럽의 고급식당에서 이런 배려를 해주는 곳은 흔하지 않다. 마드리드 왕궁앞 카페에 앉아서 옆 자리 스페인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재미 있게 구경했다. 30代 남여 전문직 직장인 모습이었다. 그들의 대화가 그렇게 아름답고 진지하며 편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나는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이런 대화모습들을 그 뒤에도 자주 보았다. 스페인은 대화가 편하게 이뤄지는 사회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도자가 국론분열에 앞장서지 않고 국론통합에 헌신한 결과일 것이다.

유럽여행의 성패는 버스 운전사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번 버스 운전사는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스페인 기사 미구엘씨였다. 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여러 도시들을 돌아다니면서 길도 잘 찾고, 우직했으며, 불평이 없었다. 여행객들이 모두 '저 분 때문에 스페인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11월26일자 영국 '이코노미스트誌'는 이태리 특집을 실었다. 이 기사는 이태리를 실패사례로, 스페인을 성공사례로 소개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관광분야에서도 이태리는 스페인에 뒤지고 있다는 것이다. 1970년에 세계 관광객의 목적지를 조사하면 이태리가 1위였다. 지금은 이태리가, 프랑스, 스페인, 미국, 유럽에 이어 5등이다. 스페인은 관광수입 면에선 프랑스를 누르고 세계 1위를 계속 하고 있다. 이태리는 관광자원은 많으나 산업적인 면에서 개발이 잘 되어 있지 않고 호텔과 음식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

지중해 연안의 나폴리는 베수비오스 산을 등지고 있는 세계적 관광명소로서 한때는 유럽의 가장 큰 도시였다. 지금은 범죄, 부패, 불결의 이미지를 덮어쓰고, 스페인의 지중해 도시 바르셀로나에 멀리 추월당했다. 바르셀로나는 1992년의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 관광도시로 올라섰으나 나폴리는 1994년의 G7 정상회의 개최도시로서의 事後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誌는 이태리의 낙후성이 정치 문화 역사에 뿌리를 박은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했다. 지나친 가족주의, 카톨릭의 너무 큰 영향력, 反기업-反고객-反시장적 풍토, 정경유착, 지나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벨루스코니 정권의 추진력 부족, 개혁이 안되는 국가체질 등이 구조惡으로 고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태리는 밀라노, 트리노, 베니스 등 북부지방과 나폴리, 시실리 등 남부지방이 너무나 격차가 심하다. 시실리-나폴리 지방은 소득이 60~80, 밀라노 주변의 토스카니 지방은 140~160이니 한 나라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시실리에서는 마피아가 아직도 건재하다. 이들은 기업활동에 관여하고 있다. 지금 정권도 이들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고 있다.

이태리는 실업률이 7.7%, 스페인은 9.3%이지만 이태리는 가족주의와 카톨릭의 영향이 커서 여성취업률이 낮다. 취업률은 네덜란드가 약74%로서 선진국중에서는 가장 높다. 미국은 71%, 독일 66%, 프랑스 63%, 스페인 62%, 이태리는 57%에 불과하다. 최근 투입되는 노동력은 생산성이 매우 낮다.


경제성장률에 실업률보다 더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취업률이다. 취업률은 주로 여성들의 경제참여 정도에 의해서 결정된다. 대체로 라틴문화권 나라들이 카톨릭과 가족주의의 영향으로 취업율이 낮고, 게르만문화권은 신교와 시장경제주의의 영향으로 취업률이 높다.

스페인 인구는 4300만 명이다. 작년의 경우 인구가 90만 명이나 불었다. 그 가운데 70만 명은 외국에서 들어온 이민자라고 한다. 그만큼 일자리가 많아 사람이 몰려든다는 이야기이다. 스페인의 면적은 50만5000평방킬로미터로서 남한의 다섯 배이다. 1인당 GDP는 약1만9000 달러이다. 스페인은 올해도 GDP 성장률 3.4%로서 유럽 제1위를 유지할 기세이다. 이코노미스트誌는 스페인이 이태리를 바짝 쫓고 있고, 금명간 추월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인은 16세기 말 펠리페 2세의 전성기 이후 전쟁과 내란과 침체속에서 약 400년을 허송하다가 프랑코 통치기간 때부터 부흥기를 맞게 되었다. 그 비결은 실용적 정치집단의 등장, 국왕의 국민통합 역할, 개방과 관용의 확대로 설명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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