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도 없는 억지 주장에 대통령이 영합하니 2조5000천억원이 날아갔다!
全敬雄
*하루70억원 깨지는 천성산 터널공사중단현장
(지난 10월 르포 기사)
월 임대료 8000만원 짜리 「점보 드릴」 터널 안에 방치
환경영향 공동조사로 공사가 중단된 원효터널공사 현장(13-3구간)을 지난 10월5일 방문했다.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금곡리에 있는 공사현장은 부산에서 차로 약 1시간30분 거리에 있다. 7번 國道를 타고 가다 양산 솔밭산 공원묘지를 지나 산길을 20여분 정도 가면 현장이 나타난다.
현장은 조용했다. 현장에는 시공사인 대우건설, 삼성건설, SK건설의 현장관리 및 감리인원들, 소수의 작업인력만 남아있었다. 굴착 장비들은 현장 한편에 세워져 있었다. 월 임대료가 8000만원이라는 점보 드릴은 터널 안에 그대로 서있었다.
현재 터널 공사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철도시설공단과 시공사, 감리업체들은 환경조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장의 인부들은 대부분 다른 작업장으로 떠났고 일부만 남아 터널 사이의 도로정비 작업 등을 하고 있었다.
현장 인력들의 말에 따르면 『터널 공사 현장은 지율의 단식과 언론의 관심 때문에 환경단체와 학교의 견학 코스로 변했다』고 한다. 지율의 단식 당시에는 여론을 의식한 고위층의 방문이 많았다고 한다. 때문에 관리공단직원들과 시공사 직원들은 방문자들을 안내하는 게 본업처럼 돼버렸다고 푸념을 했다.
천성산은 경남 양산시 웅상읍과 상북면, 하북면에 걸쳐있는 산이다. 높이는 해발 922m로 양산 지역에서는 비교적 높은 산이다.
정족산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에 위치한 해발 700m의 산으로 울산시 울주군과의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다. 천성산과 정족산은 모두 고속철도 터널이 지나는 산이다. 승려 지율과 환경단체들은 2002년부터 「천성산에 고속철도 터널을 뚫게 되면 산 정상에 있는 습지들이 훼손된다」며 시위를 벌여 여러 번 터널 공사를 중단시켰다. 2004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어진 지율의 소위 「100일 단식」은 세간의 이목을 천성산에 집중시켰다.
문제가 된 「원효터널」은 천성산과 정족산을 지나는 터널로 총길이 13.28km이다. 「원효터널」은 지난 8월29일부터 3개월 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8월29일부터 3개월 간 실시되는 환경영향 공동조사에는 공단 측이 추천한 조사위원 7명, 환경단체 측이 추천한 조사위원 7명이 참여, 주요 쟁점에 대해 조사하게 된다.
이 조사는 첫째, 천성산 터널공사 구간 내 지하수 층 존재유무, 둘째, 천성산 터널이 활성단층대를 지나가는가, 셋째, 천성산 터널이 주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확인하게 된다. 환경영향 조사에서는 이중 첫째와 둘째 핵심 쟁점을 현장 점검했다.
100m 굴착했지만 지하수층 없어
지율과 일부 환경단체들은 『천성산 터널 공사가 산 정상의 습지를 훼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철도시설공단 측은 『최근의 고속철 터널 공사는 환경 보전을 우선순위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 또한 습지와 터널 간의 거리를 보면 상식적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일부 환경단체들이 『천성산 터널 공사로 인해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습지는 화엄늪과 무제치늪이다.
화엄늪은 천성산 정상에 위치한 벌판의 일부로 면적은 약 4만여 평이다. 현재 울산환경운동연합 공동 의장인 정우규 박사가 1999년 9월 늪을 발견, 2002년 2월 환경부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무제치늪은 5개의 늪으로 이뤄져 있으며 총 면적 약 5만 6000여 평이다. 1998년 12월 환경부가 습지보전지역 및 자연생태계 특별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이 늪들은 물이 차 있는 저층습지(일반적인 늪)가 아니라, 泥炭層(이탄층·지하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의해 죽은 식물이 썩지 않고 쌓이는 층)이 지표면과 같은 높이로 쌓여, 밟을 때 물이 배나오는 중층습지이다.
통상 습지라고 하면 장화를 신고 들어가야 하는 늪지를 연상한다. 하지만 중층습지는 밟을 때만 물기가 배나오는, 외관상으로는 맨땅처럼 보이는 습지이다. 환경단체들은 『이 습지들이 천성산의 심층지하수가 솟아올라 생기는 것』이라며 『터널 공사를 하게 되면 습지에 물을 공급해야 할 지하수가 터널로 흘러들어 습지가 마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철도시설공단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터널 공사를 할 때 물이 새나오기는 하지만 습지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아 습지가 위치하는 지표면에 방수층이 있어 빗물이 고인 것이므로 터널 공사와는 관계없다』고 반론을 펼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먼저 환경영향 공동조사 중 하나인 지하 200m 굴착조사 현장을 살펴봤다. 이 조사는 터널이 지하수층을 지나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에 따르면, 무제치늪에 대한 시추조사는 늪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환경부에서 불허됐다고 한다.
굴착현장은 수평거리로 터널예정지에서 약 20m 떨어져 있는 비포장도로이다. 지금까지 100m 정도를 파내려갔지만 지하수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원효터널 내부를 살펴보았다. 이미 굴착된 터널 벽면에는 습기가 거의 배어나오지 않았다. 시공사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에는 기술이 발전, 터널 공사를 하면서 즉시 방수 공사를 하게 된다』고 했다. 유달리 습기가 많은 구간에 대해서는 고급방수소재인 폴리우레탄으로 방수처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광화문서 터널을 뚫으면 남산 팔각정의 물이 빠진다?
터널과 습지 간의 거리를 살펴봤다. 천성산 터널과 화엄늪, 무제치늪 간의 수평 거리는 각각 2700m, 900m이다. 터널과 늪과의 수직거리는 각각 500m, 320m 이다.
원효터널 공사로 화엄늪이 마른다고 하는 것은 서울 광화문 네거리 지하 30m에서 터널 공사를 하면 직선거리 2400m, 수직거리 300m쯤 떨어진 남산 팔각정 부근의 습지가 마른다는 것과 비슷한 주장이다. 또한, 터널공사로 무제치늪이 마른다는 것은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터널 공사를 하면 직선거리로 900m 정도 떨어진 남산중턱의 남산식물원 물이 말라 그곳의 식물이 죽는다는 주장과 유사하다.
환경단체 측의 주장대로 고원습지가 지하수층과 연결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습지연구의 권위자인 자연환경복원연구원의 장인수 박사에게 물어봤다.
장박사는 『일반적으로 고산습지는 산의 암석층 중 연약한 암석이 풍화작용을 통해 분지가 형성되고, 그 분지에 낙엽과 같은 유기물들이 쌓이면서 방수층을 형성, 그 위에 빗물이 고이면서 형성된다』며 『국내 대부분의 고원습지가 빗물이 고여 형성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혹시 국내에서 발견된 고원습지 중 지하수층과 연결된 사례가 있는가.
『지금까지 발견된 고원습지 중에서 지하수와 연결된 고원습지는 없으며 지하수와 연결된 습지는 대부분 내륙지방의 저지대 습지였다. 강원도 대암산 용늪도 천연빗물로 형성된 것이다』
─만약 고원습지가 지하수층과 연결된 것이 있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나.
『현재까지 건설된 수많은 터널의 영향으로 천성산 일대 나무가 말라죽은 곳이 나와야 할 것이다』
늪 파괴는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진입때문
정족산 정상에 있는 무제치늪까지 차량이 출입할 수 있도록 도로가 나 있었다. 무제치늪으로 올라가는 도중에도 관광객들의 차량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늪 바로 옆에는 최근 만들어진 듯한 배수로도 있었다. 늪지 주변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었지만 사람이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늪 안에 들어가 보니 이탄층을 직접 밟지 않고 구경만 할 수 있도록 통나무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정해진 통나무 통로를 벗어난 주변에 발자국이 어지럽게 나 있고 풀들이 죽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천성산 터널 공사의 두 번째 쟁점은 「고속철이 활성단층을 지나기 때문에 지진의 위험이 있으며 터널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천성산이 『양산단층과 동래단층 사이에 끼인 단층파쇄대(암석과 암석사이의 깨진 부분)와 절리군(암석에 금이 간 틈)이 많이 나타나는 연약한 지반으로 「의심」되기 때문에 터널이 완공된 후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환경단체의 주장과는 달리 천성산 터널은 양산단층대의 동쪽을 지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 양산단층대를 「활성단층」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지질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는 활성단층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아 몇 개의 단층대가 존재하는지, 무엇을 활성단층대로 할 것인지에 대해 정확한 기준이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는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시설을 건설할 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기준을 준용하고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기준은 50만년 동안 2회 또는 3만5000년 동안 1회 활동한 지역을 활성단층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환경단체의 주장에 대해 철도시설공단측은 『우선 환경단체 측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고속철도 공사의 全구간에 내진설계를 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만약 환경단체의 주장대로라면 일본은 활성단층대 때문에 신칸센(新幹線)을 건설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최위찬 박사는 『터널이 활성단층대를 지난다고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최박사의 설명이다.
『예전에 정부가 활성단층대 분포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는데 터널이 지나는 지역이 활성단층대라는 것은 정부의 조사자료에도 없었고, 해당 지역의 경우에는 연대측정자료와 같은 근거자료가 없다. 또한 「단층대」라는 말 자체도 틀린 것이다. 지질학에 대해 잘 모르는 보통 사람들은 단층대라고 하면 규칙적으로 계속해서 이어진 지층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활성단층대는 불규칙적으로 분포돼 있는 지대를 말한다』
기자가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읽어주자 최박사는 『그건 지질에 대한 무지함에서 비롯된 오류』라고 설명했다.
최위찬 박사의 주장에 대해 환경단체 측 공동조사 위원인 부산大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의 손문 교수에게 다시 물어봤다.
손교수는 『현재 구간의 터널이 활성단층대를 통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서쪽으로 양산단층대를 따라 언양 방면에 활성단층대로 의심되는 지역이 있다. 해당 지역에 대한 정밀조사와 평가는 된 적이 없지만 최근 월성원전 건설 때문에 조사를 하면서 활성단층으로 의심되는 신생대 4기 단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터널이 단층대를 뚫고 가느냐」고 묻자 손교수는 『터널이 단층대와 접하는 것은 아니며 터널이 단층대를 통과한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하지만 지금의 조사는 미흡하므로 해당 지역에 대해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철도시설공단의 주장을 인정하고 있다. 작년 11월29일 부산고등법원의 2심 판결문에서는 재판부는 『피신청인(철도시설관리공단)이 이 사건 터널의 원안설계단계를 거쳐 대안설계 단계에 이르러서는 새롭게 발견된 단층대 등의 지질적 특성을 파악하여 이를 설계 및 공법에 반영하였고…』라고 밝혔다.
공사지연 손실액 총 3조원… 하루 지연되면 69억원 손실
지난 4월 대한상공회의소의 산하연구기관인 지속가능경영원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의 공사지연손실액은 모두 2조 5167억원. 하루 평균 68억9000여만 원이다. 지속가능경영원은 「이 수치는 한국철도 시설공단에서 제공한 자료에서 근거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조5000억원의 내역은 다음과 같다. 먼저 2010년 대구-부산 구간 고속철이 개통되는 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 공사지연으로 인한 혼잡개선비용 및 여행시간 단축비용 손실이 1조 9719억원, 고속도로 운영수입 감소 부분이 5199억원, 공사중지 보전금이 249억원이다.
그러나 지난 8월29일부터 환경영향 공동조사로 공사가 또 다시 중단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손실액이 더 늘어났다.
현재 공동조사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는 3개월 동안의 손실액은 6230억원이므로 이전의 손실액과 합하면 그 손실액은 3조 1397억원이라고 한다. 하루 평균 69억 7000여만원의 손실을 보는 것이다. 이 손실액은 추정한 것이다.
실제로 매일 발생하는 손실액에 대해 공동조사단의 일원인 단우기술단의 추석연 상무는 이렇게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공사지연 손해액을 말할 때 공사비를 단순히 공사일수로 나눠서 얼마되지 않는 금액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번과 같은 경우에는 다르다. 13-3공구의 공사비만 약 1700억원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국내에서 1000억원이 넘는 공사가 드물기 때문에 시공사는 회사의 모든 것을 건다.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대기업이 시공을 한다더라도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철도시설공단의 손해는 시공사보다 수십 배 이상이 될 것이다』
이러한 비용 손실을 책임질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다. 법적 책임을 묻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철도시설공단은 환경단체를 탓하고 환경단체는 환경부를 탓하고 있다.
철도시설공단과 환경단체 양측은 「앞으로 1개월 후 공동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겠다」고 한다. 천성산 터널 공사재개는 이해 단체들이 모두 현장조사 결과에 동의할 경우 1개월 후인 11월 말에나 가능하다.●
노무현과 지율의 하루 70억원씩 날리기
- 全敬雄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5-11-29, 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