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하도 반가와서 바깥에 나가 우리 복돌이와 함께 눈을 맞고 들어왔습니다. 첫눈입니다. 기분이 포근해집니다. 첫눈에 설레는 마음이 되는 것을 보니 저도 아직 젊음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눈이 내릴 때 부를 만한 노래가 없을까 생각해보았더니 패티 킴이 부른 '눈이 내리네'란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1994년 여름 리비아의 사하라 사막을 자동차로 질주하면서 테이프에 담긴 이 노래를 틀어서 들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끝없는 모래 바다속을 뜨겁게 달리면서 눈 노래를 들으니 기분이 서늘해졌습니다. 대중가요 가사집을 찾아보면 눈을 소재로 한 노래보다는 비를 소재로 한 노래가 훨씬 많습니다.
'아름출판사'란 데서 펴낸 '대중가요대전집'이란 책을 열어보았더니 노래 제목에 비가 들어 있는 곡이 9개인데 눈이 제목에 들어간 노래는 한 곡도 없었습니다. 눈은 설레임과 희망을 상징하는데 비는 슬픔과 눈물을 상징합니다. 한국의 대중가요가 대체로 이별과 悲哀를 노래하기 때문에 눈이 들어설 자리가 매우 좁은 모양입니다.
눈이 내리면 왜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지는가.
첫째, 눈이 이 세상을 포근히 감싸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눈은 추한 것도, 모난 것도 가리지 않고 어머니 품처럼 안아버립니다. 따지고 가리고 날을 세우고 하는 세상이 눈이 올 때는 일단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장합니다.
둘째, 눈의 흰색이 이 세상을 순결하게 화장해줍니다. 흰색은 정결하고 여유가 있습니다. 비록 잠시지만 영욕이 교차하는 이 세상은 천사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눈은 어차피 녹아 없어지거나 더럽혀진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 유예의 시간으로 해서 사람들은 더욱 눈을 사랑하는가 봅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대한민국의 약점을 캐고 과거를 뒤지는 것을 生業으로 삼고 있는 인간들의 마음속에도 눈이 내리겠지요. 위선자가 권세를 가진다는 것은 그 자들을 위해서도 최대의 불행입니다. 고마움을 전혀 모르는 이런 인간群像 때문에 수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의 첫눈이 그 자들의 마음속에서 아직 꺼지지 않고 깜박이는 양심의 등불을 더 밝히는 축복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직도 눈이 내립니다. 가로등불에 비친 눈 내리는 장면이 정말 근사합니다. 저희 집 마당도 하얘졌습니다. 밤새 눈이 내리면 내일은 딴 세상이 되겠지요.
눈이 내립니다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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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2-03, 2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