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한국경제연구원 조성봉 선임연구원이 자유기업원에 기고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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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의 불공정행위 지나치다
많은 사람들이 공정거래를 위반한 주체라고 하면 흔히 민간기업을 떠올린다. 유명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의 끼워팔기, 건설회사의 입찰담합과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한 거래관행, 대형 할인점의 입점업체에 대한 횡포 같은 것이 신문에 크게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소리 없이 경쟁을 제한하는 공공부문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공공부문에서 나타나는 선점(preemption)과 독점의 효과는 민간이 공공부문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없도록 진입장벽을 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안정적인(?) 장치 덕분에 공공부문은 경쟁압력을 느끼지 못한 채 비효율적이며 방만한 경영을 하게 된다. 그 부정적 결과는 국민과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넘겨진다.
예를 들어보자. 최근 감사원이 노동부의 정부산하기관에 대하여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노동부 소관 5대 기금을 운영하는 기관들이 산재보험료는 800억 원을 미징수하였고 고용보험료는 5조 원 이상 초과 징수했으며 휴업급여는 부당하게 지급하였다고 한다. 산재보험과 같이 민간 보험회사도 영위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경쟁체제가 갖추어져 있다면 이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상 상당수의 공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지위는 법에 의하여 보장되어 있고 정부의 각종 계획에 의하여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2005년 현재 각 관련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정부의 각종 계획은 무려 295개 법률에 규정된 874개에 달한다. 물론 정부가 반드시 공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입안하는 계획도 있으나 상당수의 계획이 공기업이나 정부산하기관의 일자리를 보장해 주기 위한 것도 많다. 예를 들어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여 정부가 원자력발전소의 건설계획을 발표하게 되면 이는 해당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정부의 건설승인을 뒷받침하는 공식자료가 되고 이를 근거로 한국수력원자력(주)는 해당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승인을 정부로부터 받고 건설에 착수하게 된다. 유사한 양상이 건설분야의 계획에서도 나타난다. 일례로 주택종합계획은 주택공사에 대하여 임대주택 건설물량을 확보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수 많은 정부의 계획이 이처럼 공공부문의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선점시켜줌으로써 민간이 이에 끼어들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없애버리고 있다.
전력ㆍ철도ㆍ가스ㆍ지역난방 등과 같은 네트워크 산업의 경우 이른바 자연독점적 특성으로 인하여 독점 공기업식 운영이 정당화되어 왔다. 이에 따라 이러한 산업에서는 경쟁압력이 존재하지 않아 효율성 향상 노력이 저조했으며 방만한 경영과 비대한 조직확장이 특징이 되었다. 그러나 자연독점적인 네트워크 산업의 기능을 적절히 분리한다면 경쟁을 도입할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례로 전력의 경우 송전과 배전은 전국 또는 지역적 독점이 불가피하겠지만 발전과 판매부문에서는 경쟁을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 가스산업의 경우에도 현재 가스공사가 맡고 있는 도입, 인수ㆍ저장 및 전국 배관망 관리 부문 등에 있어서도 전국 배관망의 관리를 제외하고는 경쟁도입이 가능하다.
네트워크 산업에서도 이처럼 경쟁이 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민간이 경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안전관리, 시설관리 및 유지보수 등의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정부는 여러 공기업의 역할과 기능을 법률로 정하고 보호함으로써 사실상 이들에 의한 독점을 정당화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다. 사실상 정부 각 부처는 퇴직 공무원의 일자리 마련이나 정부간섭의 편의 등을 위해 사업자단체를 법정단체로 설립하여 왔다. 이러한 사업자단체들은 정부 사무를 독점적으로 수탁하고, 가격을 담합하며 기업들을 강제적으로 회원에 가입하게 하는 등 여러 가지 경쟁제한적 행위를 해 왔다. 민간이 펼치는 여러 불공정행위도 사실 그 원천을 알고 보면 정부에서 연유된 경우가 많은 것이다.
지난 경제개발기에 우리 정부는 각종 산업정책과 무역정책을 수행하기 위하여 「~육성법」, 「~지원법」,「~조성법」,「~진흥법」등을 만들었고 이를 통하여 특정 산업이나 기업을 지원하였다. 그 과정에서 각종 공기업이나 정부산하기관 아니면 정부가 조직한 사업자단체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공공부문의 크기가 이제는 시장에서의 경쟁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나아가서 개별 정부부처는 관련 산하기관의 대부 노릇을 하면서 집단이기주의적 성향과 ‘자기식구 챙기기’의 여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산하기관과 공기업 그리고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기업과 조직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개별 정부부처의 권한을 늘리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많은 불공정행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부처의 확장주의와 부처 이기주의 성향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산하기관과 공기업을 많이 정리하고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민간에 대한 아웃소싱과 경쟁체제를 도입하게 되면 공정한 관리자의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의 부당하고 불공정한 행위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정부는 제발 코치나 선수 역할에서 떠났으면 좋겠다. 그저 엄정한 심판 역할을 잘 맡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경기장 관리나 잘 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정부가 경쟁을 촉진하는 자세를 가지고 이를 추진할 때 민간부문의 경쟁은 더욱 꽃피게 될 것이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bcho@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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