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의 암흑 연출자 KBS, MBC가 한 일들

한국 언론학회의「TV 탄핵방송」보고서 분석(월간조선 2004년7월호)


KBS ·MBC의 편파보도가「백주의 암흑」을 초래했다


탄핵 이후의 政局은 상징 조작의 힘에 의해 만들어졌고, 상징 조작의 핵심이 방송이었음이 언론학회의 실증적인 방송 보도 분석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金演光 月刊朝鮮 편집장 (yeonkwang@chosun.com)

상징 조작의 성공사례


「盧武鉉 정권은 善하고, 정의롭고, 핍박받는 권력이다」

정치인 盧武鉉은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고, 정치적인 곤경을 이런 상징 조작을 통해 돌파하는 전술을 능란하게 구사해 왔다.

「선한 권력」이라는 상징이 군중에 의해 일단 받아들여지면,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인 의회와 사법부, 언론과 야당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선한 권력을 핍박하는 惡으로 간주된다.

의회는 王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소집됐다. 王의 권력이 하늘에서 내려왔던 시절에도, 의회는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국민의 代議기관이었다. 한국의 대통령은 아직도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비하면 한국 국회의 힘은 너무나 왜소하다.

지난 3월 한국에서는 국민들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를 규탄하고, 탄핵당한 「王」을 위해 땅을 치고 울부짖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왜 탄핵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 주권이 의회에도 똑같이 위임돼 있다』는 사실을 얘기하는 목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았다. 왜 盧武鉉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20% 선으로 떨어졌고, 그가 어떻게 탄핵을 자초했는지 얘기하는 사람은 「反민주」, 「反개혁」으로 몰렸다.

탄핵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촛불이 서울 광화문을 가득 메웠고, 그 분노로 한국의 야당은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가 겨우 목숨을 건졌다.

탄핵 이후의 정국은 권력 측이 벌인 상징 조작의 완벽한 승리였고, 그 상징 조작의 핵심이 방송이었음이 실증적인 방송 보도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한국 언론학회가 지난 5월29일 발표한 「대통령 탄핵 관련 TV 방송 내용 분석」은 새삼 충격적이다. KBS와 MBC가 탄핵 직후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내보낸 탄핵 특집방송은 언론의 정상적인 태도를 벗어나, 「선전 선동」이었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다.

이 연구는 지난 3월12일과 13일 이틀간의 방송 3社 뉴스특보, 3월14일부터 일주일간의 96시간에 이르는 탄핵 관련 보도를 분석했다.


KBS의 한 앵커 『「더 편파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분위기였다』

KBS의 한 앵커는 『일부 PD들이 盧武鉉 정부에 들어서서 「KBS가 反개혁 세력들에게 더욱 편파적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이 될 수 있다. 지금 공정성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고 공공연히 얘기했다』며 『탄핵 방송은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던 것 같다』고 했다.

언론학회의 연구는 「방송 3社의 탄핵 보도는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편파적이었다」며 「세 방송사는 자체 보도지침마저 어겼다」고 지적했다. MBC는 방송 강령에서 『표현은 객관성 유지를 원칙으로 하고 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태도로 오해될 수 있는 말은 가능한 한 피한다』며 공정보도의 조건에 대해서 세 가지로 구별하고 있다.

「첫째, 균형보도로서 사회적으로 논란거리를 다룰 때 대립적인 견해를 균형 있게 다루어야 한다. 둘째, 지지의 정도는 약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의견도 전달함으로써 다양한 사회계층의 견해를 폭넓게 제시하도록 한다. 셋째, 보도와 논평은 엄격히 구분한다. 취재원의 의견임을 가장하여 기자 개개인의 의견을 보도에 삽입할 수 없다」

방송 3社는 최소한의 균형감각마저 내던져 버렸다.

방송 3社는 탄핵 방송에서 탄핵을 「일탈행위」로 다뤘다. 언론학회 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했다.

<탄핵안 가결을 둘러싼 갈등을 합법적 영역에 속하는 제도권 정치집단 간 정치적 갈등으로 본 것이 아니라 일탈적 행위로 봤거나, 그렇게 보고자 했던 것으로 추론된다>

<공정한 뉴스란 「갈등적인 사안에 대해 어느 한 갈등적 당사자의 입장에 서지 않고, 갈등을 갈등 당사자의 시각에서 갈등적 사안으로 취급하는 뉴스」를 의미한다.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사회 세력은 탄핵가결이란 사안에 대해 완전히 다른 시각과 이해를 지녔으며, 이 사건의 원인 진단과 해결책에 대한 처방에 대해서도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제시했다. 977개의 탄핵 관련 뉴스 가운데 16.4%인 160건만 탄핵을 갈등적인 이슈로 다루었다>

방송 3社는 탄핵 추진 세력을 일탈행위를 저지른 가해자로, 탄핵당한 세력은 일탈행위에 피해를 본 약자로 구분했다. 善惡(선악)을 명확하게 가른 방송 3社의 탄핵 관련 뉴스는 작심하고 편파보도를 쏟아냈다.

크로마키(뉴스 보도時 앵커 옆에 뜨는 작은 화면) 내용의 경우, 탄핵 반대가 16.8%였고, 찬성은 4.7%였다. 자막은 탄핵 반대가 30.2%, 찬성이 19.1%였다. 탄핵 반대 진영의 인터뷰는 평균 1.01개였고, 탄핵 찬성 진영의 인터뷰는 평균 0.26개였다.

이 연구는 「탄핵 반대 진영의 목소리가 찬성 진영의 목소리보다 거의 3배나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앵커들 윤색적이고 주관적인 멘트 남발

방송 앵커들은 윤색적이고, 주관적인 멘트를 남발했다.

가장 두드러지게 탄핵 반대를 감상적 멘트에 담은 것은 MBC였다. MBC 전체 앵커 멘트 42건 가운데 탄핵 반대를 두둔하는 발언이 20건으로 47.6%였다. 탄핵 찬성 멘트는 없었다.

MBC 「신강균의 사실은」은 앵커 멘트 11건 모두를 탄핵 반대에 할애했다. 11건 가운데 8건의 멘트가 윤색적인 형용사를 사용하거나 주관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방송 3社는 盧武鉉과 열린당에는 「개혁적 민주세력」, 「역부족인 피해자」, 「동정적이고 약한 여당」이라는 이미지를,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는 「非개혁 가해자」, 「민의를 외면하여 위기에 빠진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웠다.

野 3당은 「국민의 배신자」로 공격당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확보한」,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들을 갈아 치울 수 있고」, 「최병렬·조순형 손을 맞잡고」, 「국민 배신 행위」, 「국민에게 뺨맞고 강장관에게 화내는 격」 등의 묘사를 통해 주로 참여정부 1년 동안 야당의 행적을 비교적 자세하게 보여 준다. 이런 행적은 이른바 국정 발목잡기의 연장선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방송사들은 촛불시위에 참여한 이들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보여 주었다. 촛불시위에 불을 지른 것은, 탄핵을 비난하고 촛불시위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방송사였다. 방송사의 상징조작이 거리로 시위대를 불러낸 셈이다.

<촛불시위가 본격적으로 이어지면서 생계를 제쳐두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과 아이들, 그리고 집에서 TV를 보다가 뛰어나온 주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평화적 시위라는 면모를 강하게 부각시켰으며, 100만인 서명 운동이나, 물결을 이루는 촛불 등을 통해서 이들의 시위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방송사는 탄핵방송이 계속되면서 이미지 조작의 초점이 탄핵을 주도한 세력을 총선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탄핵 심판론」으로 넘어갔다.

<「분노하는 민초」라는 이미지 프레임은 「총선 때 두고 보자라며 어금니를 깨물어」, 「정치권 물갈이 하겠다고 다짐」, 「젊은 세대들 정치에 보다 적극적이게 된」, 「분노를 참지 못해」,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정치를 개탄」, 「민생 외면에 대한 분노」,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환멸」 같은 표현을 통해 드러나는데 野 3당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격분을 담아내고 있다>

<야당의 지나친 공세로 인한 당혹감과 충격에서 벗어나 총선 심판론을 제기하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하는 내용으로 프레임의 초점이 옮겨 갔다는 것이다>


편파적 상징 조작에 침묵하고 탄핵을 사과한 순진한 야당

한국 언론학회의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면서, KBS와 MBC가 정보화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백주의 암흑」을 초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방송사의 거대한 상징 조작이 만들어 낸 탄핵 정국의 사건과 현장들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쳐갔다.

선한 권력을 위해 惡의 세력을 응징하겠다고 나선 방송 3社의 「탄핵 방송」은 어용방송을 통한 권력의 상징 조작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탄핵 정국을 탄생시킨 방송의 거대한 음모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한나라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뒤 對국민 사과를 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절차의 합법성, 盧武鉉 대통령 발언의 위헌·위법성을 인정했음에도 야당인 한나라당은 자신들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인 방송사들에 대해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런 순진한 야당이 존재하는 한 「착하고 약한 권력」을 도우려는 방송의 편파방송은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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