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Qatar)왕국은 아라비아반도의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걸프만 내의 작은 반도국가다. 10여 년 만에 인천아시안게임 유치활동을 위해 대표단의 일원으로 다시 찾아간 카타르의 수도 도하(Doha)는 몰라볼 만큼 다른 모습이었다. 도하의 시내중심부에는 20-30층짜리 고층건물들이 수십 채씩 건설 중에 있었고 정연한 도시계획에 따라 시내중심부는 산유국(産油國)의 수도답게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이었다. 인구 80만 명에 1인당 국민소득 3만2천 달러를 자랑하는 카타르는 최근 무진장에 가까운 천연가스가 발견되어 오일달러를 주체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지하에서 치솟는 천연가스를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 수출하기 위해 카타르 석유공사는 우리나라 조선(造船) 회사에 가스운반선을 대량 발주하고 있기도 하다.
제15회 아시안게임을 유치하기 위해 뉴델리, 쿠알라룸푸르, 홍콩 등 쟁쟁한 도시들이 카타르의 도하와 함께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만해도 도하가 최후의 승리자가 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도 항상 동(東)아시아 도시에서만 열리기 보다는 서아시아에서도 열리는 것이 아시아권 전체의 체육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설득이 주효하여 도하는 15회 아시안게임 개최도시로 선정될 수 있었다. 그 후 카타르 정부와 체육회에서는 경기장 시설에만도 35억 달러를 투입하고 조직위원회도 외국인 용역을 포함하여 5천 여명이 일하면서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애쓰고 있다. 필자를 비롯한 인천시 유치대표단이 방문했던 카타르 올림픽 위원회(QOC)도 24층 건물 전체를 사용하고 있었고, 산하 경기단체들도 현대식 대형 건물을 한층 씩 사용하고 있었다. 산유국 오일달러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지만 인구 80만 명의 작은 나라가 스포츠 발전을 위해 전력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본 느낌은 인상적이기도 했다.
카타르의 도하에 며칠 체류하면서 마침 진행중인 서(西)아시아게임(참가국 13개국)을 참관한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팔레스타인까지도 선수단을 파견했는가 하면 그 동안 중동국가들의 금기를 깨고 일부 종목에는 여성들의 참여를 허용하고 권장한 결과 많은 국가에서 여성들을 도하 대회에 출전시켜 새로운 가능성과 지평을 연 것도 평가받을 만했다. 비록 대규모 스포츠대회를 치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기장 이곳 저곳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그 동안 대규모 대회는 스포츠 선진국이나 큰 나라에서만 개최되었다는 관례를 깼다는 점에서도 도하의 서아시아게임은 아시아 스포츠 역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었다.
도하에서 받아 본 걸프만 신문에 보도된 여론조사결과는 오늘날 아랍세계에서 미국의 위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충격적인 기사이기도 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시브리 텔하미 교수에 의해서 기획되어 조그비 인터내셔널 여론조사기구에서 실시한 조사결과 (요르단 레바논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UAE 6개국 국민대상)에 따르면 78%의 아랍인들은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후 더 많은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한 5명 중 4명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이 지역에 평화보다는 분쟁이 고조되고 있으며, 분쟁의 원인을 제공하는 나라는 이스라엘과 미국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아랍인들의 69%는 민주주의를 전파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의심하고 있는 대신, 이스라엘을 보호하고 석유자원을 확보하면서 아랍세계를 약화시키려는 것이 미국의 의도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 이후 아랍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반미(反美) 풍조와 에너지 수입국으로서 경제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을 슬기롭게 조화시킬 수 있는 묘안이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카타르에 머무는 동안 계속되었다. 또한 2014년 16회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려는 우리고장 인천이 중동 산유국들의 체육인들을 설득하고 협조를 받아내는 것도 오늘의 중동현실을 직시하고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타르 도하에서)
출처: 인천일보 신용석 칼럼 (12월7일자)
한눈에 보는
베스트 기사
- 1 권양숙이 딸을 위해 건넨 13억 돈상자는 환치기 방식으로 미국으로 송금되었다!
- 2 北김여정 입에서 '삶은 소대가리' 욕설 안 나와서 '로우 키(low key)'인가
- 3 ‘답변이 제한됩니다’는 하나마나 한 말장난
- 4 '암살자(들)'의 가장 궁금증…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왜 출연했나?
- 5 우리의 아들인 국군 장병 3명이 다친 사고입니다
- 6 북한군 두 포로 공개- 왜 잔인하고 무책임?
- 7 "나 자살하지 않았어. 살해됐어”
- 8 잠시 韓이 싫었지만 이젠 韓을 위한 변명을
- 9 지금 한동훈에게 필요한 것
- 10 왕소금, 꽃소금, 보통 소금, 바위 소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