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서 싸우기 싫으면 앉아서 죽을 수밖에 없다

행동으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앉아서 분개만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지갑을 열어 애국단체를 보태주든지 거리로 나서서 머리수를 보태주든지.



웬 일인지 금년 망년회자리는 이상하리만치 엄청 많은데다 주변 친지 친구의 婚事도 많아서 요 며칠 엄청 바쁘게 뛰어다녔다.
고주망태가 되어 집에 돌아오는 건 다반사고....

이런 자리엔 으례이 술 음식을 푸짐하게 준비해서 知人들과 어울려 지난 일도 들려주고 또 세상 돌아가는 일도 늘어놓게 마련인데,
요샌 어디가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하고 걱정스레 물어보는 사람도 많고, 또 앞으로 어떻게 될 것같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많다.
빨갱이 놈들 다 때려죽여야 한다고 흥분하고 비분강개해서 목청을 높이는 사람도 항상 있고. 이럴 때마다 나는 '앉아서 걱정하고 앉아서 흥분하는 건 아무 소용없는 것 아닌가? 모두 거리로 나가서 다 같이 목소리를 높여야한다.'고 말해주는데, 이 말에는 대개 조용해진다.
거리로 나가 集會에 참가해서 항의하는 일은 다른 사람이 해 주는 것이고 자신이 할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김일성 만세족들의 집회는 참으로 요란하다.
戰場에 나가는 군사처럼 수많은 만장을 요란하게 앞세우고 수천 명이 정연하게 일사불란하게 구호를 외치는 걸 보면, 보는 사람이 기가 죽을 지경이고 어떻게 저렇게 잘 훈련되었을까하는 의문도 들기도 한다.
돈은 어디서 나오며 누가 저렇게 지휘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고.

이에 비하면 나라 걱정한다는 애국시민들의 집회에 가보면 말 그대로 양로원 잔치다.
머리 허연 60~70대 노인들만 득시글거리는데, 이 마저도 늘 오는 사람만 오는지라, 집회장에 가보면 대개 낯익은 얼굴만 보이고 젊은 사람은 천연기념물을 보는 것만큼이나 귀하다.

이런 집회를 주도하고 단상에서 열변을 토하는 애국인사들의 활동은 어쩐 일인지 조선일보 같은 신문에서조차 잘 취급을 안 해 주고, 방송에선 찬밥이라 뉴스 마지막에 몇초 동안이라도 비춰 준다면 방송사에 고맙다고 전화라도 해 주고 싶을 정도로 감격한다.

이런 광경은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야당대표가 거리로 나서 장외투쟁한다고 선언했는데 군중이라곤 한나라당 사람을 포함해서 고작 200명이란다.
야당의원 127명과 보좌관 비서관만 다 나와도 500명은 될 터인데, 우째 한나라당 의원조차도 몇 명 보이질 않으니 참 지리멸렬이구나 싶다.
과거 영삼이 대중이가 야당대표하던 시절이라면 이런 장면은 상상도 못 한다.

공천권 없는 당 대표란 우리나라에서는 얼굴마담 아니면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당 소속 중량급 인사라고 지원하고 응원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면 순진한 사람이다.

뒤에서 '야당답게 하라'는 쫑꼬나 던지고 비웃듯이 핀잔이나 날리는 게 현재의 한나라당의 자화상이다.
뭐 어떻게 하는 게 야당답게 하는 건가?
서울市長 집무실에서 明洞은 걸어가도 10분이면 닿는 거리인데, 하는 짓이라곤 그 따위 소리나 하면서 뒤에서 빈정되는 것인가?
방정맞게 촉새처럼 입놀리는 건 盧씨랑 많이 닮았다.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으면서 열우당과 호흡을 맞추는 비열한 인간도 많다.

같은 당 의원끼리도 이 모양이니, 국민들이 스스로 한 장소에 모여 정부의 실정을 성토하고 항의하는 광경은 외국에서나 있든지 상상 속에서나 있지 실제로는 구경하기도 힘든 장면이다.

조선일보 같은 소위 보수언론이라는 신문도 마찬가지다.
오늘 신문을 예로 든다면 야당대표의 장외투쟁기사가 김일성 만세족들이 거리에서 벌이는 '한국전쟁 前後 민간인 피학살자 추모 전국합동위령제'만도 못하게 취급되고, 정동영이가 평양에서 내려온 정예 빨갱이들을 동지라고 환대하는 기사는 엄청 크게 다루고 있다.
뭐 조선일보도 살아남아야 하니까 그렇긴 하겠지만, 그래도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어제오늘 이 추운 날씨에도 거리에서 盧정권 퇴진 운동과 북한 인권 운동을 벌이는 애국인사들의 처절한 활동은 아예 기사로 취급도 안 해준다.
나도 며칠 전 거리에서 두 시간동안 서서 노정권 퇴진 운동에 참여해 봤지만 추운 날씨보다도 더 힘든 것은 시민들의 무관심이었다.
우리가 약장수라도 된 기분이었다.
확성기에 입을 대고 열변을 토해봐도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가 버린다.
盧정권의 失政을 나열한 전단지를 쥐어줄려고 다가가면 몸을 돌려 도망가 버리니 내가 문둥이라도 된 기분이 든다.
나도 저렇게 태평스럽게 살 수 있는 사고방식과 뇌 구조를 가져봤으면 좋겠다. 설마설마 하면서 말이다.

빨갱이 세상이 되든 말든 나는 모른다, 다 때려치우고 집에 가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지만, 지치지도 않고 열심히 구호 외치며 전단지를 나눠주는 옆의 열혈애국 남녀동지의 열성에 기죽어, 춥다는 소리도 못하고 참고 버티고 서 있다 돌아왔지만, 덕분에 다 나은 줄 알았던 감기가 다시 도져서 또 고생하고 있다.

행동으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앉아서 분개만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지갑을 열어 성금이라도 보내주든지 아니면 직접 거리로 나가서 집회장에서 머리수라도 하나 보태주든지.
앉아서 열변을 토할 때는 애국자가 된 기분이지만 거리에 나갈려니 쪽 팔린다 생각되는 모양?

나가 싸우기 싫으면 앉아서 죽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비굴하게 살아남아 김일성 王家의 노예가 되든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