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사람들’의 ‘말 잘하는 방법’

漢字를 알면 말의 격이 높아진다
“좋은 글을 정확한 발음으로 낭독하라”
 
 ●李御寧-멋진 말을 인용하라 ●金東吉-어린 시절에 詩와 시조를 암송하라 ●李應百-漢字를 알면 말의 격이 높아진다 ●兪萬根-수다도 과묵도 금물 ●金東鍵-남의 말을 잘 들어라
너무 수다스럽지도, 너무 과묵하지도 않게

서구에서는 기원 前 470년경부터 말하기의 기법을 연구하여 중요한 학문의 하나로 정착시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적, 상황 등에 맞게 효과적으로 말을 할 수 있게 하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예부터 말을 잘한다는 것을 매우 터부시해 왔다.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자기 자신을 제대로 소개하는 사람이 드물 정도이다. 이를 국어학자 李應百(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어문회 회장)씨는 그의 저서 ‘말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말의 기교를 경시하는 중국 문화의 영향으로 말의 기법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李御寧(前 문화부 장관, 이화여대 석좌교수)씨도 “동양권에서는 불립문자(不立文字)나 이심전심(以心傳心) 같은 전통이 있어서 말과 글을 경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제한 뒤 “더욱이 수직 사회, 닫혀진 사회에서는 말과 글의 수사가 발달할 수 없었다. 근대화 이후에도 표현보다는 전달의 기능주의가 우리를 지배해 한마디로 담론의 즐거움이나 취미가 생활 속에서 자랄 기회와 공간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는지, 말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설문을 통해 말을 잘한다는 추천을 받은 李御寧, 金東吉, 李應百, 兪萬根, 金東鍵씨로부터 들어보기로 한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우선 그 정의부터 내려져야 한다.
兪萬根(영문학자, 성균관대 교수)씨는 말을 잘한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너무 수다스럽지 않고, 너무 과묵하지 않고(유럽에서는 너무 말이 없으면 성질이 음흉한 것으로 여긴다), 음성이 너무 크지도 않고 너무 작지도 않으며(영국 ‘예절 독본’에는 어차피 지나친 경우에 음성이 너무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차라리 낫다고 한다), 말 속도가 알맞아야 한다. 내용이 진실되어야 하며, 될 수 있으면 외국어나 남의 욕, 제 자랑을 하지 않으며, 쉬운 말을 쓰고 발음이 명료해야 한다.”
더욱이 요즈음은 말이 거칠고 혼탁해지는데, 李應百씨는 전통 문화가 무너지면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이라고 한다.
“요즈음 말은 발음이 딱딱하고 거세고, 문법에 맞지 않는데, 이는 가정이나 학교·사회에서 제대로 교육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각 지방에 향약이 있어, 마을의 원로들이 말과 행동을 규제했습니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말을 삼가도록 하고, 어른을 공대하고 동료간에도 품위 있는 말을 골라 하도록 교육을 시켜왔지요. 그런데 요즈음은 그런 교육을 어디에서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풀과 나무가 막 자라듯이 말을 막 해버립니다.”
李應百씨는 먼저 품위 있고 교양 있는 말을 쓰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金東吉씨는 “말이 거칠어지는 것은 全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 이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잘못 이해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과거에는 못한 말들을 해 보는 시기로, 나쁜 말·거친 말들이 성행하게 되었고, 컴퓨터와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과 맞물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이 되어 좋은 말을 밀어내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교양 있는 사회에서는 욕설을 하지 않습니다. 한 나라의 말이 바르게 되려면 먼저 교양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지식인의 사명이지요.”
金東鍵(아나운서)씨는 “나라의 수준은 말에 달려 있다.”고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청률이 높은 청소년이나 주부 대상 프로그램을 보면 한심할 정도로 저속하다.”고 토로한다.
“프랑스의 경우 연극배우가 표준어를 쓰지 못하면 무대에 서지 못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말의 중요성을 인식하지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심지어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들이 서로 헐뜯고 억지쓰고 궤변을 늘어놓는 것이 전부입니다. 국민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습니까.”

詩와 시조를 암송하라

설문 응답자 중 말과 글을 잘하고 잘 쓰는 사람으로 많은 추천을 받은 金東吉씨(태평양시대위원회 위원장)는 특히 말 부분에서 대중 강연이나 토론 등에서 감동을 주고, 쉬운 말을 사용하며 설득력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金東吉씨는 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우선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말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더라도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하고, 사실을 이야기하되 쉬운 말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설교와 강연을 많이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교회에는 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사람부터 대학 교수까지 각양 각층의 사람들이 다 모이는 곳입니다. 그들이 설교를 듣고 예배를 드리기 때문에 그들에게 다 통하는 공통 언어를 사용해야 빨리 접근할 수 있습니다. 유식한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다 공감할 수 있는 말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지요.”
金東吉씨는 말도 하나의 예술이라는 지론을 폈다. 金씨는 대중 강연을 할 때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마음가짐으로 한다고 한다. 대중은 오케스트라 단원인 것이다. 지휘자가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에 사인을 보내듯, 강연자는 청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흐트러지지 않게 전달해야 한다고 한다.
金東吉씨는 “강연을 잘하려고 하면 그것은 출발부터 실패”라고 하면서, 처음에는 들릴 듯 말 듯하게 시작해 청중의 관심을 끌고, 다음에는 청중이 흔들리지 않고 강연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기위해서 金씨는 강연 도중에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말과 말 사이에 쉬는 틈이 길어도 청중은 흐트러지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또한 청중에 대한 자세도 중요하다고 한다. 대학에서 강연을 할 때 학생들이 金씨의 강연을 들으려고 1300명까지 수강생이 몰린 적도 있고, 어떤 강연에서는 12명의 청중만 있는 경우도 있는데, 사람이 많든 적든 강연하는 자세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
金東吉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조, 영시(英詩), 한시(漢詩) 등을 암송한 것이 말을 잘하게 된 비결 중 하나라고 한다.
“젊어서 한 것은 절대 잊혀지지 않습니다. 지금도 詩와 시조를 200수 가량 외우고 있는데, 강연 중에 적절하게 인용합니다. 얼마 전에 충북 제천 시민을 위한 강연을 다녀왔는데, 일흔넷의 제가 강연을 다니는 것은 지휘자로서 냉정하게 판단해 아직은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만일 제가 암송하고 있는 詩들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강연을 그만둘 작정입니다.”
詩를 암송하면 언어의 리듬을 살릴 수 있고, 정확한 말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金東吉씨는 의식적으로 정확한 말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흔히 아무 생각없이 일본어나 영어를 많이 쓰는데, 金東吉씨는 될 수 있으면 우리말을 쓰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李應百씨는 말을 잘한다는 것을 네 가지로 정의한다. 어법에 맞게, 발음을 정확히, 효과적으로, 유머를 섞어서 하는 말이 곧 잘하는 것이다.
“‘얼음에 박 밀듯이’ 거침 없이 말을 하는 것을 결코 말 잘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쓸 말만 골라 하는 것이지요. 말을 아무렇게나 하면 말로 인해 책잡히기 십상입니다. 말은 성실하고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싸우는 것은 논리적으로 따질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덮어놓고 말을 해 서로 부딪치게 되는 것이지요.”
때문에 李應百씨는 말을 빨리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찬찬히, 논리에 맞게, 바둑을 둘 때 포석을 하듯 생각하면서 말을 하라고 권한다.

한글 전용이 걸림돌

李應百씨가 말하는 말 잘하는 비결은 아주 평범하다. 국어 교육을 제대로 받으면 된다고 한다. 말하기, 듣기 훈련을 제대로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국어 교육이 말하기 듣기 훈련을 제대로 받을 기회를 주지 않아 아쉽다고 말한다.
“말을 잘하는 방법은 상대방의 말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것은 대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또 말을 시작할 때 유머를 섞으면 상대방의 마음을 완화시켜 줍니다. 먼저 날씨 이야기나 시의에 맞는 이야기 등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 후 말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李應百씨는 한글 전용의 언어 정책이 우리 국민이 고급스러운 어휘를 사용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한다. 李應百씨는 고급 어휘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한문을 배울 것을 권한다.
흔히 우리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 말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金東鍵씨는 말을 잘하려면 먼저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어렵게 말을 하려고 하지 말고 쉽게 말을 하라고 한다.
李御寧씨는 유명한 연설가이기도 한 미국 대통령 링컨과 케네디는 연설을 할 때 남의 말을 적절히 인용했다고 소개한다. 링컨의 게티스버그의 그 유명한 연설문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도 링컨이 한 말이 아니라 영국 欽定(흠정) 성경의 서문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 것이라며, 적절한 인용은 말을 더 빛나게 한다고 덧붙인다.
말을 잘하는 요건에 발음을 정확히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兪萬根씨는 정확한 발음을 하기 위한 훈련을 하라고 한다. 국어책을 톤을 맞추어 가면서 정확히 읽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소리내어 책을 읽으면 발음기관이 훈련되고, 그러다 보면 뜻도 저절로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저는 어려서부터 글을 낭독하길 즐겼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국어책을 소리내어 읽었지요. 그러다 보니 어떤 것은 외우게 되더군요. 송강 가사는 박자가 맞아 리듬을 타면서 외우면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닙니다. 그 때 외운 송강 가사는 지금도 기억합니다.”
兪萬根씨는 또한 1910년 경술국치 이전 한글로 적힌 글을 읽을 것을 권한다. 요즈음의 일본어·영어 번역 문투와 달리 마치 할머니가 곁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는 듯한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벽초 洪命憙(홍명희)의 소설 ‘임꺽정’, 李熙昇(이희승)의 수필집 ‘벙어리 냉가슴’, ‘소경의 잠꼬대’, ‘먹추의 말참견’, 李文求 소설 등 우리 글의 맛을 잘 살린 글을 읽는 것도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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