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 박정희는 영원한 1위다. 그런데 한 부분에서는 1위 자리가 김대중에게 돌아간다. 남북관계가 바로 그것. 여기에 바로 한말(韓末) 못지않은 불안과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2002년 대통령평가위원회에 따르면, 박정희는 종합 63.56 김대중은 58.64로 각각 1위, 2위를 차지했는데, 박정희는 경제와 교육과학기술에서 1위, 김대중은 외교통일과 복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는 1위 박정희가 2위와 더블 스코어를 내는 것은 물론 나머지 모든 대통령을 합한 것보다 높이 평가받는다. 5천년 역사를 통틀어 3위 이내로 세종․이순신과 어금버금한다. 지난 15년 동안 줄기차게 권력과 언론이 아무리 ‘박정희 무덤에 침 뱉기’ 쌍나팔을 불어도 국민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이게 민심이고 천심이 아니면, 무엇이 민심이고 천심일까.)
남북관계가 권력과 언론, 일반국민들이 주장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느 때보다 좋은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가?
북한과 미국에 대한 선호도가, 인민군과 미군에 대한 선호도가 역전된 것과 남북관계에 대한 여론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본다. 권력과 방송과 인터넷과 대학이 민족과 자주와 평화와 통일에 대한 전매 특허권을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에 헌납하면서, 국민들의 상식과 양심이 헷갈리거나 마비되어 버렸다. 그래서 아군과 적군, 친구와 원수를 구별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이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히틀러를 찬양하던 여론처럼, 모택동을 천자로 받들던 여론처럼, 김일성을 태양신으로 우러러보는 여론처럼, 진실 대신 거짓으로 세뇌된 국민들의 양심은 스스로 파국을 초래한다.
권력과 언론(우파정통신문 포함)과 대학이 지난 10여년 간 남북교류를 남북화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이것보다 큰 왜곡이 없다. 실질적으로는 남북교류가 전혀 없다. 김정일 독재 정권에게 대한 일방적인 퍼주기만 있을 뿐이다. 아무리 범죄정권이라 한들 그 범죄를 일체 불문에 부치고 전 세계가 규탄하는 인권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추궁하거나 개선을 요구하지 않고 돈과 물자를 아낌없이 주는데, 그것을 안 받을 리가 없다. 이것을 남북교류라고, 민족화해라고 감격스러워 함은, 마치 생쥐 두목이 매끼마다 자진해서 고양이에게 오동통한 생쥐 부하를 잡아다 바치면서 생쥐와 고양이가 한 가족이라고 덩실덩실 춤춤과 마찬가지이다.
무릇 교류라는 것은 반드시 상호간에 이익이 되어야 한다. 권력과 권력이 아니라 민초와 민초에게 서로 보탬이 되어야 한다. 김대중이 김정일에게 바친 5억 달러면, 북한주민이 5년간 단 한 명 굶어 죽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김정일은 그 돈 중 단 1달러도 국제곡물시장에 내놓은 적이 있는가. 아니면, 박정희가 대일청구권을 뚝 떼어 세계제일의 포항제철을 세웠듯이 김정일이 세계적인 기업은 아닐지라도 중소기업 하나 반반한 것 세웠다는 말 들어보았는가. 협동농장을 해체하면서 비료와 농약을 공급할 공장을 세웠다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들리느니,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소리뿐이다. 들리느니, 인권유린 소리뿐이다.
금강산관광 명목으로 북한에 건넨 달러가 10억 달러가 넘는다. 월 1달러 정도인 북한 노동자 1천만 명에게 10년간 월급을 줄 수 있는 천문학적인 돈이다. 그 돈 중에서 1달러라도 북한의 주민에게 돌아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2천만 북한주민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말이다. 100원 짜리 물건을 무려 10만원으로 강매하여 한 푼 남김없이 갈취한 정권이 김정일 정권이고, 한 푼이라도 더 주지 못해 안달하고 안 받아가겠다고 때로 공갈치면 벌벌 떠는 정권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다. 아무리 비싸게 먹혀도 그 돈이 전액 북한주민에게 돌아갔다면, 그것은 바로 생산과 소비로 직결되어 그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는 10배 이상 되었을 것이다. 사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의 개혁개방을 가로막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오히려 10배 이상 발생했을 따름이다.
또한 100원 짜리 관광 상품을 200원만 받아도, 전 세계 사람들이 1년에 아무리 못해도 10만 명은 금강산 구경하러 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눈뜨고 코를 베어 가는 날강도 짓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북한과 더불어 한사코 스탈린 체제를 고수하는 쿠바에는 매년 수백만이 찾아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천하절경이라는 금강산에는 자기 돈 내고는 1년에 100명도 찾아가지 않는다.
식량은 식량대로, 비료는 비료대로, 한국과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또 얼마나 퍼주었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조를 받고 있는 나라가 핵무기 보유국 북한이다. 인구 13억의 나라 중국도, 인구 10억의 나라 인도도 녹색혁명에 성공하여 더 이상 식량원조를 받지 않는다. 오히려 식량을 수출한다. 부족한 게 있으면, 자존심 있는 나라답게 당당히 제 돈 내고 사 먹는다. 인구 당 경지면적이 한국의 두 배인 북한은 겨우 2천만도 먹여 살리지 못하고 있다. 요란한 남북교류 10년이 다 되도록 북한의 식량자급은 꿈만 같다.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북한의 농업개혁을 전혀 요구하지 않고 무조건 도와 준 결과, 김정일은 전 주민을 기아선상에 헤매게 만든 협동농장체제와 주체농법을 더욱더 강화하고 합리화할 따름이다. 북한에 원조하고 그 원조에 값하는 대가를 받는 나라는 여차하면 북한의 목줄을 죌 수 있는 중국뿐이다. 왕 서방이 북한의 상권을 거의 장악했다. 왕 서방 마누라가 북한의 지하자원을 거의 대부분 헐값으로 찜해 버렸다. 인도적 차원에서 무조건 도와 주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중국보다 훨씬 많이 도와 주고도 경멸의 대상이 되거나 저주의 대상이 될 뿐이다.
무릇 교류는 남들이 부러워 해야 한다. 60억 인구 중에 남북교류를 부러워 하는 사람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북한의 핵심계층 100만여 명과 한국의 집권세력 100만여 명 외에 누가 남북교류를 부러워 할까. 소리 소문 없이 대만과 중국은 1년에 민간인끼리 2억 통이나 전화를 주고받는데, 남북한의 민간인은 전화 한 통은커녕 편지 한 통도 주고받지 못하고 1천만 이산가족 중 단 한 가족도 상호방문을 못하고, 어쩌다가 극소수가 눈물 콧물 흘리며 요란스레 상봉쇼를 벌이면, 한국 정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달라는 대로 아니 달라는 것 이상의 돈과 물자를 줄기차게 갖다 바칠 뿐이다.
이러고도 남북교류를 천지개벽에 준하는 변화라며 권력과 방송과 3류 학자는 자화자찬하고 홍보에 열을 올린다. 이런 해괴망측한 교류 아닌 교류를 60억 중에 과연 누가 부러워 할까. 부러워 하기는커녕, 도와주면 도와줄수록 더욱더 기고만장하여 핵무기 개발과 인권유린, 위조화폐 제조와 마약밀매 등으로 세계를 조롱하고 협박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북한을, 60억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볼 뿐이다. 은근히 북한을 두둔하거나 짐짓 모른 척하는 한국을, 나치 정권에 적극 동조하며 위대한 게르만끼리 통일한다던 왕년의 오스트리아 정부를 떠올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예의주시할 뿐이다. 조만간에 산통 깨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침을 삼키며 구경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특히 일본과 중국이!
비밀협상과 달리 무릇 모든 교류는 투명해야 한다. 그러나 남북교류는 비밀 또 비밀이다. 당시에 들통 났으면 노벨평화상을 받기는커녕 정권을 내놓아야 했을 5억 달러 상납으로부터 시작하여 금강산관광, 식량과 비료와 의약품 지원 등이 도대체 어떻게, 누가, 언제, 썼는지 한국에선 그 누구도 모른다. 알아보는 척 시늉만 슬쩍 했을 뿐이니까, 알 턱이 없다. 오로지 북한주민의 생존에 쓰였을 것이라고 믿을 따름이다. 15억 달러 현금 중 1달러도 300만 톤 식량 중 1kg도 누가 썼는지 확인한 바 없는 자가, 구체적인 자료를 메모 한 장만큼도 제시하지 못하는 자가 그것이 전액 북한주민의 생존을 위해 쓰였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깔고 북한인권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야말로 실질적으로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북한인권을 외치는 국민을 향해 득의만면 도리어 반격의 화살을 날린다. 스스로 머리 좋음에 도취한다. 환타지 소설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듯이 차기 대통령에 대한 꿈을 숨기지 않는다.
남북교류는 남북평화와 세계평화에 기여해야 한다. 안보를 희생한 남북교류는 일장춘몽이다. 북한의 안보만 튼튼해졌을 뿐, 한국의 안보는 취약할 대로 취약해졌다. 남북평화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던 한미동맹은 껍데기만 남았다. 북한이 남아공처럼 핵무기를 버리고 베트남처럼 개혁개방하면, 미군이 쳐들어가는 게 아니라 미국의 기업가와 금융인이 누구보다 앞서 달려가고, 일본의 수상이 배상금 100억 달러를 들고 무릎을 꿇고,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앞서 천만 이산가족이 바리바리 싸들고 달려갈 것인데, 곧 죽어도 평양의 방송과 신문은 선군(先軍)사상을 부르짖으며 미군 철수와 한국의 군사비 삭감을 절규한다.
북한이 뭐라건 한국이 중심을 잡고 있으면 되는데, 외교와 안보에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던 장군 출신 대통령 시절과는 딴판으로 노골적으로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자들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전쟁이 나면 미군보다 인민군 편을 들겠다는 국민이 이미 50%가 넘었다. 미군만 철수하면, 인민군이 공포 몇 방만 쏘고 남쪽으로 뻗정다리로 씩씩하게 행진만 하면, 통째로 세계 10위의 경제강국을 접수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핵무기를 쓸까 봐, 상병 출신의 최고 통수권자가 벌벌 떠니까, 60만 군대는 허수아비나 진 배 없다.
남북관계, 이보다 더 나쁠 수가 없다. 남북의 두 정권에게만 유리할 뿐, 7천만 한민족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괴이한 남북교류가 계속되면 계속될수록,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파국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세계최강 미국도 막을 수 없는 파국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용궁에 갈 꿈에 부풀어 꼭두새벽에 꼭 껴안고 한강에 뛰어드는 일가족을, 과연 누가 막을 수 있으랴.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분인 하나님도 그런 가족은 못 본 척할 것이다.
(2006. 1. 1.)
남북관계, 이보다 더 나쁠 수가 없다
- 최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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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1-02, 07: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