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월간조선 2004년 4월호에 실린 것을 재록한 것이다.
裵 振 榮 月刊朝鮮 기자
「국가연합」과 「지방정부」
盧武鉉 대통령은 지난 2월24일 방송기자클럽 회견에서 『우리의 통일은 독일처럼 흡수통합이 아니라 오랫동안 일종의 국가연합 체제로 갈 것이다. 이 체제는 끝을 기약할 수 없이 멀리 갈 것이다. 정치적 통합단계에서도 통일수도는 연합국가의 의회 사무국이 위치하는 상당히 상징적으로 만들어질 것이고 실질적 권한은 지방정부가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수도는 『판문점이나 개성 일대에 서울이나 평양보다 규모가 작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盧武鉉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해 언론은 주로 「통일首都」 관련 언급에 관심을 보였다. 朝鮮日報는 2월25일 「개성의 통일수도는 뭐고 『충청권 수도』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해설 기사를, 2월26일에는 「수도를 몇 개나 만들 것인가」라는 제목의 社說을 내보냈다. 東亞日報도 「『수도 남발』, 국민은 피곤하다」라는 時論을 실었다.
그러나 기자와 전화통화한 對北 전문가나 법학자들은 盧武鉉 대통령이 「국가연합」·「지방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국가연합」이라는 표현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으로, 「지방정부」라는 표현은 북한이 주장해 온 「연방제」를 수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정부가 통일에 이르는 과도적 단계로 「연합」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은 1989년 盧泰愚 당시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제시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부터였다.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남북한 간 신뢰회복·상호협력의 과정을 거쳐 남북한 頂上회담을 통해 「민족공동체 헌장」을 채택하고, ▲「南北연합」을 형성한 후 ▲통일 헌법을 마련, 총선거를 실시해 통일정부와 통일국회를 구성함으로써 통일민주공화국을 수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1994년 金泳三 당시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제시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도 이와 大同小異하다. 金大中 정권도 「공식적」으로는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계승을 다짐했었다.
일부 학자들은 「南北연합」을 「일종의 국가연합」으로 해석했다. 「국가연합」이란 「複數의 국가가 조약에 의해 결합하고, 경제·외교 등 일정범위의 국가기능을 공통기관을 통하여 행사하는 국가결합」을 말한다. 국가연합을 구성하는 개별 국가들은 국제법상 평등한 主權국가이다.
『북한을 主權국가로 보는 「국가연합」은 違憲』
그렇다면 「南北연합」은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는 것인가?
정부는 『「南北연합」은 1민족 2국가를 의미하는 「국가연합」이 될 수 없으며, 분단 상황下에서 완전한 통일 실현시까지 통일을 추구하는 「잠정적 관계」라는 점에서 특수한 결합 형태』라고 설명해 왔다(국토통일원, 1989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명칭에서도 정부는 「국가연합」 대신 「南北연합」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金大中 前 대통령은 자신의 持論인 「3단계 통일론」에서 통일에 이르는 첫 단계로 「국가연합」을 주장했지만, 대통령 在任 중 공식적으로는 자신이 주장하는 「연합제」는 盧泰愚 대통령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나오는 「南北연합」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盧武鉉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국가연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諸成鎬(제성호) 중앙大 법대 교수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분열지향적이고 분단을 고착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 우리 정부는 의도적으로 「국가연합」이라는 표현을 피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南北연합을 얘기하면서도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대한민국은 정통성을 갖는 「국가」이고, 북한은 국내법적으로는 우리 영토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反국가단체」로, 다만 그 「정치적 實體」는 인정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말했다.
元老 헌법학자인 金哲洙 명지大 碩座(석좌)교수는 『우리 헌법上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 島嶼(도서)로 한다」(제3조)고 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을 主權국가로 보는 「국가연합」은 違憲』이라고 말했다.
宋榮大 前 통일원 차관도 『단일국가 형태를 지향하고 있는 현행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국가연합이든, 연방이든 複數국가 형태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盧武鉉이 말하는 「연합제」는 金大中의「국가연합」』
宋榮大 前 통일원 차관은 『盧武鉉 대통령이 말하는 「연합제」는 金大中 前 대통령이 「3단계 통일론」에서 말한 「국가연합」을 얘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李東馥(이동복) 前 南北고위급회담 대표도 『金大中·盧武鉉 대통령이 말하는 것은 「연합제」라지만, 내용은 「연방제」를 말하는 것』이라면서 盧武鉉 대통령의 「국가연합」 발언이 金大中 前 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金大中 前 대통령은 1995년 그동안 주장해 온 자신의 통일방안을 정리해 南北연합(1단계)→연방제(2단계)→완전통일 단계(3단계)로 이어지는 「3단계 통일론」을 내놓았다. 그는 여기서 「南北연합」을 「국가연합」이라고 규정하면서 『南北연합은 南北 당국이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경우 어렵지 않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점에서 남북한 간에 신뢰가 구축된 이후에야 南北연합이 가능하다고 보는 現 정부(金泳三 정부―기자 注)의 입장과는 「통일에 대한 적극적 의지」 표명의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문제의식을 달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金大中의 3단계 통일론」).
金大中 前 대통령은 2000년 6월16일 南北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후 국무회의에서 『남측의 연합제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한 6·15 공동선언 제2항에 대해 설명하면서 여기서 말하는 남측의 「연합제案」은 자신의 「3단계 통일론」에서 나온 것임을 밝혔다.
이를 두고 국가정책으로 공식화되지 않은 私案을 가지고 북한과 협상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그는 다음날 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와의 회담에서는 『6·15공동선언의 「연합제案」이 盧泰愚 대통령 당시 「南北연합」이라고 말한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盧泰愚 대통령 당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나 金泳三 정권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 말하는 「南北연합」이 같은 것임을 감안하면, 이는 金泳三 정권의 통일방안에서 말하는 「南北연합」과 자신의 「3단계 통일론」에서 말한 「南北연합」 간의 차이를 강조했던 종전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었다.
宋榮大 前 통일원 차관은 『6·15 공동선언에서 말하는 「연합제案」은 다분히 「낮은 단계의 연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낮은 단계의 연방」에서는 主權이 남북한 정부에 있다고 하지만, 이는 「높은 단계의 연방」의 初入 단계로 「높은 단계의 연방」으로 가서는 주권을 중앙정부로 이양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6·15 공동선언에서 말하는 「남측의 연합제案」은 盧泰愚·金泳三 前 대통령이 말한 「南北연합」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對北 전문가들은 「지방정부」, 「통일수도」라는 표현에서 보이는 「연방제」 수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李東馥 前 南北고위급회담 대표는 『「국가연합」은 국가 간의 수평적 관계를, 「연방제」는 한 국가 안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수직적 관계 속에서 지방정부 간에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면서 『盧武鉉 대통령이 「지방정부」라는 표현을 쓴 것은 말로는 「연합제」라고 하면서 실은 「연방제」를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諸成鎬 중앙大 교수도 『지방정부 개념은 「낮은 단계」건, 「높은 단계」건 간에 연방제下에서나 가능한 개념으로 「국가연합」을 얘기하면서 「지방정부」를 얘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국민이나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지방정부」로 전락시키는 것은 違憲的』이라고 비판했다.
宋榮大 前 통일원 차관은 『국가연합 단계에서 반드시 수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국가연합을 구성하는 국가들 간에 협의체만 만들면 된다. 南北연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통일수도」를 언급한 것은 다분히 「연방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自由」보다 「民族」 우선하는 左右합작노선』
金哲洙 교수는 盧武鉉 대통령이 『우리의 통일은 독일처럼 흡수통합이 아니라 오랫동안 일종의 국가연합 체제로 갈 것이며, 이 체제는 끝을 기약할 수 없이 멀리 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비판했다. 金교수는 『盧武鉉 대통령이 완전한 통일까지 50년,100년이 걸릴 것처럼 얘기하는 것을 듣고 놀랐다』면서 『여건이 되면 독일식 통일을 해야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金교수는 연방제 통일에 대해 『우리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아래에서의 통일만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권을 무시하고 세습독재를 계속하는 북한의 체제를 그대로 둔 채 「연방제」로 통일하는 것은 현행 헌법 아래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洪官熹(홍관희) 통일연구원 평화안보연구실장은 『「연방제」를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과 북한을 等價的으로 보는 思考 방식의 발로로, 「自由」보다 「民族」을 우선하는 左右 합작 노선』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연합」과 「지방정부」에 대해 언급한 盧武鉉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알아보기 위해 대통령의 「공식적」인 통일·외교·안보 보좌관인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실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某국장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盧대통령의 「국가연합」 발언이 종래 정부의 통일방안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통일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자세한 내용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李鍾奭(이종석) 사무차장 앞으로 질문지를 보냈으나, 공보관을 통해 『통일부에 문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申彦祥(신언상)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盧武鉉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리 정부는 1989년 이래 「남북연합」의 성격에 대해 「국가연합의 일종」이지만, 한반도의 특수성을 감안해 「국가 對 국가」 간의 관계로 규정하지는 않아 왔다. 盧武鉉 대통령이 「일종의 국가연합」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정부」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盧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다 보니 「지방정부」라는 표현을 쓴 것 같은데, 「남북연합」 단계에서는 南과 北의 정부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라면서 『결론적으로 정부가 1989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이후 견지해 온 입장에서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이 쓴 「국가연합」·「지방정부」란 단어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공식 통일방안에는 없고, 북한의 적화통일 방안에는 유사한 개념이 있다. 한 애국단체는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지금 盧대통령의 머리에는 金正日이 들어 있는가』라고 물었다.●
♠ 발행일 : 2004.04.01
♠ 기고자 : 배진영
노무현「국가연합」 발언의 反헌법성
- 배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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