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학교 곁집 길가에서 들여다 보이는 방에 틀이 떠들고 있습니다. 편발處女(처녀)가 맨발로 기계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기계는 허리를 스치는 가느다란 실이 간지럽다는 듯이 깔깔깔깔大笑(대소)하는 것입니다. 웃으며 지근대이며 名産(명산) ××명주가 짜여나오니 열대 자 수건이 성묘갈 때 입을 때때를 만들고 시집살이 설움을 씻어주고 또 꿈과 꿈을 말소하는 쓰레받기도 되고- 이렇게 실없는 내 幻戱(환희)입니다.
담배가게 곁방 안에는 오늘 황혼을 미리 가져다 놓았습니다. 침침한 몇 ‘가론’의 공기 속에 생생한 침엽수가 울창합니다. 황혼에만 사는 이민 같은 異國(이국)초목에는 순백의 갸름한 열매가 무수히 열렸습니다. 고치-귀화한 ‘마리아’들이 최선 지혜의 과실을 端麗(단려)한 맵시로 따로 있습니다. 그 아들의 불행한 최후를 슬퍼하며 크리스마스 츄리를 헐어 들어가는 피에다 화폭 全圖(전도)입니다.
학교 마당에는 코스모스가 피어 있고 생도들은 글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들은 열심히 간단한 산술을 놓아 그들의 정직과 순박을 지혜와 狡猾(교활)로 換算(환산)하고 있습니다. 탄식할 利息算(이식산)이 아니겠습니까. 족보를 찢어 버린 것과 같은 흰 나비가 두어 마리 백묵 내음새 나는 화단 위에서 飜覆(번복)이 무상합니다. 또 연식 테니스공의 마개 뽑는 소리가 음향의 흔적이 되어서는 等高線(등고선)의 각점 모양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마당에서 오늘 밤에 금융조합 선전 활동사진회가 열립니다. 활동사진? 세기의 총아- 온갖 예술 위에 군림하는 넘버 제8예술의 승리. 그 고답적이고도 蕩兒的(탕아적)인 매력을 무엇에다 비하겠습니까.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활동사진에 대하여 한낱 동화적인 꿈을 가진 채 있습니다. 그림이 움직일 수 있는 이것은 참 紅毛(홍모) 오랑캐의 요술을 배워가지고 온 것 같으면서도 같지 않은 동포의 부러운 재간입니다.
활동사진을 보고 난 다음에 맛보는 담백한 허무- 莊周(장주)의 호엽몽이 이러하였을 것입니다. 나의 동글납짝한 머리가 그대로 카메라가 되어 피곤한 따불렌즈로나마 몇 번이나 이 옥수수 무르익어가는 初秋(초추)의 정경을 활영하였으며 영사하였던가 - 후래슈빽으로 흐르는 엷은 애수- 도회에 남아 있는 몇 고독한 팬에게 보내는 단장의 스틸이다.
名文 시리즈 / 李箱의 山村餘情(5)
- 李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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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1-16, 1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