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자살 미스터리의 문 열리나?

김영완, 해외도피중 비자금 빼돌려. 對北송금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대비자금’ 비밀의 문 열리나
김영완씨 거액 해외 밀반출


판도라의 상자는 과연 열릴 것인가. 현대 비자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영완(金榮浣·53)씨가 2004년 159만 달러를 홍콩 HSBC은행에 개설된 계좌로 밀반출한 사실이 적발된 것은 김씨와 현대, 정치권력 사이의 ‘비밀 거래’ 의혹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만약 현대와 북한, 또는 현대와 권력핵심 실세 사이의 비밀스러운 돈거래에 김씨가 개입돼 있다면 거액 밀반출은 그 실마리를 잡는 셈이 된다. 또 미궁에 빠진 문제의 현대 비자금 사건 전모도 밝혀낼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03년 7~8월 검찰의 현대비자금 수사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갑작스럽게 사망한 정몽헌(鄭夢憲) 전 현대그룹 회장 죽음의 미스터리를 푸는 단서가 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밀반출된 거액외화의 출처는?


김영완씨는 대북송금 특검과 대검 중수부의 현대 비자금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2003년 3월 20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검찰은 수사 당시 김씨를 권노갑 전 의원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비자금 관리책으로 봤다. 검찰은 김씨가 없는 상태에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정몽헌 전 회장 등의 진술을 근거로 권씨와 박씨를 각각 현대 비자금 200억원과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박씨 사건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고법에 파기환송된 상태다.


해외에 머물던 김씨는 이후 변호사 등을 통해 자신이 두 사람의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특히 김씨는 당시 대검 중수부에 권씨가 수수한 200억원 중 50억원은 17대 총선을 위해 채권 형태로 보관하고 있으며, “박지원씨가 현대로부터 받은 150억원의 CD를 현찰로 교환한 뒤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의 진술서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도 권씨와 박씨가 각각 김씨에게 맡겨놓은 자금 중 150억원과 30억여원을 빼내 사용했다고 발표했었다. 나머지 잔액은 여전히 김씨가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김씨가 홍콩 HSBC은행 계좌로 송금한 159만 달러도 이 돈 중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검찰은 박씨와 권씨 돈이 아니라 김씨가 관리하던 현대 정몽헌 전 회장의 비자금일 개연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자금이 명동 사채시장에서 현금으로 세탁된 뒤 다시 달러로 바뀌어 송금된 정황도 현대 비자금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또 정 전 회장이 사망하기 직전인 2003년 7월 말 김씨는 정 전 회장과 서너 차례 국제전화를 통해 “현대 비자금을 관리하다 나도 손해가 막심하다”는 항의를 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이상한 자금들


김씨와 관련된 석연치 않은 자금 흐름은 이 건 외에도 이미 여러 차례 검찰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김씨가 떼강도들에게 도난당한 채권 90억원 중 만기가 도래한 30여억원을 2003년 말 한국증권금융 등을 상대로 현금화했고, C은행 교대역 지점을 통해 수십억원을 인출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밖에도 K은행 역삼동 지점과 모 증권사 지점의 계좌 수십개를 통해 수십억원의 뭉칫돈이 입출금되고 있다는 첩보도 검찰이 입수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03년 출국 후 한 번도 귀국한 적이 없지만 대리인을 통해 100억원대 이상의 거래를 여전히 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이런 김씨 관련 자금 출처가 현대 비자금인지 김씨의 개인재산인지 정확히 파악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로부터 김씨에게 비자금 관리를 맡긴 것으로 지목된 권노갑, 박지원씨는 “김씨의 뭉칫돈 해외 반출은 김영완씨가 현대 비자금을 가로챈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진동기자 jdlee@chosun.com
최경운기자 codel@chosun.com

입력 : 2006.01.25 19:21 51' / 수정 : 2006.01.26 03:21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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