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정부는 6者회담 반대했다

북한이 움직이려면 모든 면에서 한국을 통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만들어 놓았다.
*1999년 5월호 월간조선에서 뽑음.

노태우 정부 시절 외교안보 수석으로서 북방정책을 지휘했던 金宗輝씨는 이렇게 말했다.


『6共 시절에는 남북기본합의서 뿐만 아니라 비핵화선언까지도 우리가 직접 했다. 그런데 金泳三 정부에 들어와 핵협상문제에서 우리는 빠지고 미국과 북한이 직접 하게 됐다.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한국과 의논도 안한 채 다 결정을 한 다음 돈 청구서만 몇십억 불 한국에 내민 것이다. 그러니까 북한으로서는 한국 정부를 제쳐놓고 미국과 대화하고 돈까지 받았는데, 한국 정부와 대화를 할 리가 만무하게 된 것이다.

그때 미국이 제기한 것이 6者회담이란 것이다. 盧 전 대통령이 6者회담을 반대해서 실현되지는 못했다. 6者회담을 하게 되면 어떤 문제는 남북한 당사자 회담에서 논의하고 해결하고 결정하면서, 어떤 것은 6者회담에서 논의하고 해결할 것인지 선을 그을 수가 없게 된다. 駐韓 미군이 됐든, 안보문제가 됐든 전부 얽혀 있는데 이해관계가 끼면 대화가 안되게 마련이다. 6共에서는 북한이 한국을 제쳐놓고 다른 나라들과 대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국의 國力과 군사력이 강해지고 韓美, 韓日관계가 강화되면서 미국 일본은 한국과의 대화 없이는 북한과 만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못박았다.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이 믿어온 중국, 소련의 연결끈마저 끊어지는 상황에 몰리고 무역마저 감소했다. 그런 상태에서 한국측이 가슴을 열고 받아들이겠다고 하니까 한국 정부와 얘기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盧泰愚 전 대통령은 對北관계에서 『이 점이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움직이려면 모든 면에서 한국을 통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만들어 놓은 것인데, 金泳三 정부에 와서 그 고삐를 놓치는 바람에 상당히 힘들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잠시 침묵하던 盧 전 대통령이 다시 육성증언을 이어갔다.

< 일본 부총리를 지낸 가네마루 신(金九信)이 金日成을 만나 감복해 눈물까지 흘리고는 서울에 왔다.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 보름쯤 지난 1990년 10월8일 오후, 나는 청와대 소접견실에서 그를 만났다. 나는 일이 고약하게 됐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평양에서 했던 일을 인정받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가네마루는 그때 이미 76세의 노령이었다. 그는 『북한에 가서 본인이 한 활동에 관해 실상을 말씀드리고 이해를 구하고자 직접 온 것』이라고 말을 꺼냈다.

나는 그가 金日成과 합의했다는 8개항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따져 그를 납작하게 만들까 생각도 했지만, 그보다는 점잖게 『이것은 가네마루 선생 당신의 뜻이 아니다. 저쪽이 그렇게 교활하게 해서 이렇게 한 것이다. 그렇지 않느냐』하고 되물으니까 가네마루가 『맞습니다, 맞습니다』그랬다. 순진한 가네마루가 다 속은 것이다. 가네마루와의 면담이 끝난 후 그 자리에 배석했던 누군가가 내게 『심문이 너무 심합니다』라고 했다. 내가 가네마루를 심문했다는 뜻이었다.

하여튼 나는 일본측이 우리를 제쳐놓고 북한과 만난 데 대해 가네마루에게 『당신이 왜 나쁘게 그 따위 짓을 했느냐』고 하지 않고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인데 저쪽에서 유혹해 그렇게 된 것이다』고 하며 하나하나 짚어 가며 이야기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우리 한국을 제쳐놓고는 어느 누구도 북한과 교섭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 세워진 것이다.

가네마루는 내 얘기를 다 들은 후에 『본인의 訪北으로 인해 발생한 오해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 북한에게 이용당한 점이 있다면 깊이 되새겨서 금후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머리 너머로 거래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으며, 韓日관계가 한층 긴밀한 협력관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 때 외교적인 주도권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일본은 당시 우리가 북방정책을 펴는 것을 보고는 뭔가 위축되는 듯했다. 그래서 자신들도 북한과 만난다는 것을 갖고 한번 건드려봤다가 우리 지적을 받고는 놀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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