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의 대북제재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베이징에서 열린 국교정상화를 위한 日-北간 양자협의가 성과 없이 끝나게 됨에 따라 대북제재에 돌입해야 한다는 일본내 여론이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집권 자민당 기구인 대북경제제재 시뮬레이션팀은 9일 일본인 납치문제 등 북한의 인권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정부에 경제제재를 취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북한인권법안’(가칭)을 확정하고 현재 개회 중인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법안은 특히 야당인 민주당이 초안을 마련하고 공명당이 이미 찬성의사를 밝힌 것으로 초당적 합의에 의해 국회 상정시 통과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이 법안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방안으로 북한선박의 일본내 입항금지, 일북간 송금 및 무역금지 등 강력한 조치들을 담고 있다. 법안은 또 작년 유엔총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12월 16일을 ‘북한인권의 날’로 제정하고, 탈북자 지원 NGO 등과 협력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명기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또한 조총련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2일 일본 후쿠오카 고등법원은 조총련 시설에 대한 기존의 세금감면 조치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으며 이에 대해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적정한 세금을 부과하라고 해당부처에 지시를 내린 바 있다.
한편 이 달 4~8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북회담에서 일본은 국교정상화를 위한 조건으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탄도미사일과 핵개발 폐기, 납치문제 해결 등을 요구했다. 반면, 북한은 미일동맹강화, 과거청산, 재일조선인 지위 문제 등을 문제 삼았다.
특히 북한은 7일 회담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가들이 “조선 국민을 납치, 유괴하는 범죄자”라며 일본의 북한난민구원기금 카토 히로시 사무국장 등 NGO 관계자 7명의 신병인도를 요구해 일본측 대표단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일본 북조선귀국자의생명을지키는회 관계자는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하는 황당한 발언이었다”면서 “미친 개 취급하듯 그냥 지나치자는 것이 관련 단체들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가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위해 국교정상화에 집착하고 있어 대북제재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의 은행들은 대북 금융제재에 이미 착수했다. 외환은행에 이어 신한은행과 수협이 최근 북한의 돈세탁 활동을 지원한 혐의를 받은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DBA)은행과의 환거래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DBA은행과 거래를 하던 한국 은행은 이들 셋 뿐으로 사실상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금융제재에 동참한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자에서 국제 금융기관의 대북거래 중지가 북한에 심각한 타격(significant blow)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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