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내일을 살아가자

사랑하는 북녘의 형제들에게 [첫 편지]:속아온 지난날들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되새겨보고, 삶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 봅시다
오정인 선생은 장편소설 '유리성' 으로 등단한 소설가입니다. 현 국제 펜클럽 회원이며 방송작가,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추억을 파는 가게”외 5편의 장편소설이 있으며 TV드라마 “비에 젖은 새” “TV 손자병법” “제 7병동”외 다수가 있습니다. 신문과 잡지에 칼럼도 쓰는 등 왕성한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는 오정인 선생이 오늘부터 자유북한방송을 통하여 “사랑하는 북녘의 형제들”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사랑하는 북녘의 형제들에게 [첫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사는 소설가 오정인 입니다.

먼저 가슴이 떨립니다.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북녘의 동포 형제들에게 이렇게 편지와 음성으로나마 인사를 하게 되어 얼마나 다행으로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아침에 창을 열자 새벽에 내린 비에 뜰의 마른 잔디와 상록수의 잎이 촉촉이 젖어 오랜만에 생명력을 느끼게 해 줍니다.

지난 겨울, 유난히 추웠죠? 그 곳은 제가 있는 서울보다 훨씬 더 혹독한 바람이 불었을 텐데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하니 다시 가슴 속이 아려 옵니다.

그러나 이제 곧 그 음습한 겨울은 갈 테고 봄은 옵니다.

자연의 섭리대로 계절의 봄이 오는 것뿐 아니라, 그 곳의 동포 형제들에게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존엄성을 유지하고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소중한 존재로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의 진정한 봄이 올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북녘의 형제 여러분, 지금 모든 면에서 너무도 힘드시다는 것 압니다. 그러나 절대로 절망하지 말고 용기를 잃지 말고 힘을 안으로 비축 해 견뎌 주십시오. 이제 미국뿐 아니라 온 세계가 여러분들을 외면하지 않고 고통을 함께 나누며 불행의 늪에서 건져 낼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북녘 땅 곳곳에 구름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거짓을 일삼는 동상의 높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세상은 결코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여러분들이 느끼는 추위와 굶주림도 주어진 운명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은 알고 있습니다.

김일성 대원수님께서 위대하십니까. 그의 아들 김정일 원수님께서 영명하십니까. 그렇다면 그 위대한 사회주의 국가에서 굶어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웬 말이며 국제사회에 떠도는 “불량국가”“독재국가”“말썽 많은 독재자”이야기는 또 웬 이야기들입니까.

이들 부자가 여러분들을 인질처럼 끌어안고 세계 곳곳에서 범죄를 저지르다 못해, 비럭질을 해 가며 자신의 배를 채우고, 환락만을 누리고 있는데, “하루 세 끼 풀죽이라도…”는 또 무슨 소리란 말입니까.

정치범수용소며 로동교화소며, 수도 없이 늘어나는 로동단련대 소리를 이제는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툭하면 공개재판에 공개총살을 벌여놓고 공포와 협박을 가하는 북한 정권의 세태가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문젯거리로 상정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을 향한 북한정권의 가장 큰 죄행은 먹을 것을 제대로 안주고, 입을 것을 제대로 안주는데 극한된 것이 아니라 세상과 담을 쌓고, 정보를 차단함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인간답게, 귀하게 살고 있는가를 듣지도 보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도 세상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여러분들에게, 그 나마의 희망을 전해주고자 서울의 기자, 작가, 학자들도 이렇게 나섰습니다. 여러분을 먹이고, 입히고, 따뜻하게 해주라고, 남한 국민들과 국제사회가 보내준 돈과 식량을 더 이상 금수산 기념궁전과 같은 엉뚱한 곳에 치레용으로 씌워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저희들이 나선 것입니다.

말이 난 김에 한마디 더 한다면, 금수산 기념궁전 확장공사에 들어간 돈이 8억 달러 이상이라고 하는데,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도 말살하고, 사람들이 굶어죽는 시점에서 퍼부어진 그 8억 달러면 북녘동포 모두가 1년 이상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사 들일 수 있었더라는 것입니다.

결국 김정일은 굶어 다 죽어가는 북녘의 형제들을 고의로 버린 인간입니다. 김정일의 유전인자가 원래 그런 것인지, 백성들이야 죽어가건 말건, 제 아비의 시신이 더 중요한 것인지 인제는 여러분들도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아직까지 여러분들이 강요당하는 고난의 행진도 또 한 번의 학살 방법일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그래야 옥수수죽 한 그릇도 “위대한 장군님의 은혜가 된다”는 것을 권력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시간들을 통해, 그렇게 속아온 지난날들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되새겨보고, 삶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는 여러분과 나였으면 합니다. 지난날 못살고, 못 먹고, 자유 없던 날들이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 노동당의 잘못이며 독재자의 잘못이라는 것을 짚어보았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저는 결코 훌륭한 작가는 아니지만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 오늘과 내을을 통해, 우리가 사람답게 하나가 되는 통일의 노랫말을 쓰고 싶습니다. 앓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내일을 살아가자는 당부…여기에 남겨 둡니다.

“기나긴 겨울이 가고 나면 어찌 아름다운 봄이 오지 않으리”
부디 희망을 잃지 마시고 다음 이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2006년 2월 23일. 오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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