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버리면 그는 어디로 가느냐?

소련 수용소에서 쇠사슬에 묶여 끌려가던 죄수가 죽으면 전부 벗기고(팬티도 벗긴 채)눈밭 밑에 밀어넣는 장면이 나온다.
쓸모없어진 사람은 하시라도 축출하거나, 자당의 이익에 해가 되면 막바로 숙청하고, 및 소모품처럼 쓰고 버리는 것은 공산주의 사고방식이다. 소련 수용소에서 탈출한 여정을 썼던 얼어붙은 눈물에는 쇠사슬에 묶여 끌려가던 죄수가 죽으면 입은 것마저 전부 벗기고 -- 팬티도 벗긴 채 -- 꽁꽁 얼어붙은 눈밭 밑에 밀어넣는 장면이 나온다.

최의원은 지금 팬티마저 벗겨진 상태다. 서울대 출신에 부장검사 출신에, 대통령 민정비서실 출신의 그가 15대와 16 대 한나라당의 공천을 입고 당선된 후 한나라당의 주요 직무를 완수해오면서 큰 대과가 없던 인물이 졸지에 폭탄주 몇 잔으로 인해 전국민 앞에 발가벗겨진 채 성토를 당하게 된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정신적 공황상태에다 집과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 한다.

이에 대해, 잘 나가는 우익 일각 및 한나라당은 일초라도 빨리 그의 존재를 쓰레기장에 털어내버리고 새롭게(? -- 이것이 진짜 새로움인지 그들 가슴에 손 얹어 볼 일이다.) 출발하자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그들에 대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일갈한다. 악질 같은 인간들이라고. 정말 아무 짝에도 기대할 가치 없고 무엇하러 살아온 인생들인가 묻고 싶다. 표구걸만 하면 만사형통인가 ?

공산당인가 ? 공산당 프락치인가 ? 공산교육을 받은 인간들이 그런다면 말이라도 하지 않겠다. 소위 공산주의를 싫어한다는 자칭 보수우익이라지 않는가 ? 인간이 당신들 눈엔 쓰다 버리는 빗자루와 같은가 ?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의 남편이 만일 그런 성추행을 잔뜩 대취한 상태에서 저질렀고 -- 그것도 단 둘이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동석한 가운데 -- 의도된 공격을 받았으며 많은 사람들앞에 맹비난을 받으면 귀하들은 그 자리에서 일사천리로 이혼서류를 작성하고 법원에 제출한 후 저 남자와 나는 아무 관련이 없노라고 씩씩하게 떠날 것인가 ?

당신들의 당에서 당신들을 위해 불철주야 뛰던 사람이 아니던가 ? 자당을 위해서 그 밤에도 원했는지 안 원했는지 모르지만, 정치부 기자들이 불러내니 나갔던 것 아니겠는가 ?

헌데 왜 하필 최연희 의원인가 ?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가 말 많은 당공천위장을 맡은 것이 바로 어제 일 아닌가 ? 이 미묘한 시점에 너무나 미묘한 인물의 팬티가 벗겨진 일이 우연이라 보여지는가 ?

당사자에게 아무 해명이나 소명의 기회조차 주지않고 무슨 줄에 걸린 굴비처럼 줄줄이 줄을 서서 동료의원을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그 시로 벌였어야 할 정도로 당신들은 매운 여성들인가 ? 그리 무자비한가 ? 당신들의 남편이, 아들들이 숱한 악의적 군상들 앞에서 팬티가 벗겨진 채 인신공격을 당한다면 그대로 수수방관할 것인가 ? 한 술 더 떠서 인민재판 하는 부류에 동참하여 같이 난도질하는 것인가 ?

당신들을 위해 뛰던 사람, 당신들의 상관을 위해 열심히 일하던 사람을 당신들과 무관한 동아 여기자단의 성명 하나로 순식간에 잘라버리고 외면하고 아예 같이 돌을 던지면, 그는 이제 어디로 가란 말인가 ? 당신들은 불쌍함 조차 잊은 돌덩이 같은 심장을 가졌는가 ?

가망이 없지만,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이 최연희 사건이 터졌을 때, 일사천리로 뭉쳐서 최의원을 대신해서 실수임을 밝히고 같은 여성으로서 만취해서 이성을 잠시 잃었던 남성의원을 관대히 용서해달라고 말하였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었겠는가 ?

자기 당 식구를 스스로의 손으로 면도날처럼 잘라 퇴출시키는 것을 보니, 마치 북한 공산사회에서 수용소에 끌려가게 된 아들을 향해 지도자동지를 배반했다고 자기 손으로 때려죽이는 어느 엄마의 모습 같은 것을 느낀다. 왜 이리 살벌한가 ? 그렇게 국민 표심에만 악착같은 집단인가 ?

국민들이 당신들을 앞으로 버린다 한들, 당신들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들부터 당신들을 위해 일하던 사람을 -- 그가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할 때 -- 냉대하고 못쓰는 쓰레기 인양 차운 바깥에 버렸기 때문이다.

내일이라도 최의원이 자살한 시신으로 드러난다 해도 나는 놀라지 않겠다. 한 인간의 삶에서 그 모든 것을 바친 집단에 의해 이토록 처절히 버려짐이란 다시 견디기 힘든 수모이므로.

바로 당신들의 동료, 동락하던 동지를 자기 손으로 버리기를 예사로 아는 정당에 무슨 기대할 희망이 있겠는가 ? 저들은 앞으로 이익과 득표에 상관된다면 조국이라도 면도날처럼 버리고 말 집단 같아 보이니 말이다. 당신들에겐 최의원 같은 인간의 약점이 잡혀 소모품으로 쓰레기장에 버려질 날이 오지 말란 법이 없을 줄 아는가?

2006.3.2. 파아란 한은경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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