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이 말하는 북한의 성폭력 실태:“全사회에 만연, 성희롱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신고해봤자 여성만 불이익”
8일 세계여성의 날 98주년을 맞아 여성단체 및 정치계,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성폭력 근절’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해사건’ ‘국회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등 일련의 사건들이 우리 사회 내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성폭력’ 실태는 어느 정도일까? 탈북자들은 북한에서는 '성폭행'이라는 말은 쓰지만 ‘성희롱’ ‘성추행’이라는 개념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성적으로 희롱하거나 추행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용인된다는 것. 봉건 가부장적 잔재가 깊숙히 남아있는 북한에서는 성(性)을 무기로 한 남성우월의 횡포가 심각한 수준에 달해있다.
북한 여성들이 성폭력의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고, 또 이것을 사회적으로도 문제화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고 있는 내용이다.
십 수년 지나서야 “이것이 성폭력이구나”
탈북자 출신 시인 최진이(이화여대 여성학 박사과정)씨는 DailyNK를 통해 연재했던 ‘新북한여성론’을 통해 북한 성폭력 실태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최 씨는 한국에 정착한 지 3년이 지나서야 ‘성폭력’에 관한 개념이 섰다고 한다. 그리고선 십 수 년 전 북한에서 당했던 일이 ‘성폭력’ 이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노동당 입당의 꿈을 키우던 최 씨는 주체사상탑 건설을 지원했다는 공으로 초급당 비서의 부름을 받게 된다. 드디어 입당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기대감으로 초급당 비서의 방을 찾은 그녀는 당혹하게 된다.
정전으로 불이 나가 사람의 형체를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방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그녀를 방까지 안내했던 세포비서마저 자리를 떠버리자, 초급당 비서가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주변을 맴돌던 그는 순식간에 그녀의 가슴을 덮쳤다. 최씨는 비명과 함께 방을 뛰쳐나왔고, 마침 이 모습이 부사장에게 발견돼 결국 초급당 비서는 해임까지 당하게 됐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출판사의 젊은 여직원들을 그런 식으로 희롱하고 입당시켜 주기로 소문이 자자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북한에서 이렇게 성폭력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북한 여성들 사이에 ‘성폭력’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서있지 않을 뿐더러 상급자의 부당한 행동을 신소(고발) 하더라도 신고한 본인만 ‘부도덕한 여자’라고 손가락질 받기 때문이다.
최 씨는 “북한에는 성희롱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며 “개인적으로 불쾌한 기분을 느끼긴 하지만, 고발해봤자 가해자인 남성은 고작 부서만 변경되고 여성만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신고해봤자 여성만 불이익, 신분상승 위해 ‘성상납’ 하기도
평양에 거주하다 자강도로 추방당했던 탈북자 강미영(가명)씨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언니와 단 둘이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가 근무하던 연구실 당 비서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지게 된다.
강 씨의 언니는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기 위해 당 비서의 요구를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직장에서마저 쫓겨난 언니와 강씨는 죽음을 무릅쓰고 두만강을 넘게 된다.
탈북 여성들에게 북한에서 경험한 ‘성폭력’에 관해 얘기해달라고 하면, 저마다 가슴에 사연 하나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처럼 전 사회적으로 만연되어 있으면서도 감히 누구도 문제제기 할 수 없는 것이 북한의 ‘성폭력’ 문제다.
최진이 씨는 이러한 북한의 성윤리는 김정일의 방탕한 사생활이 인민대중에게 미친 영향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위대한 장군님이 ‘호색’을 즐기는데, 이를 따라 해야 응당 맞는 이치 아니겠는가?
그는 또 “90년대 들어서는 여성들도 성을 지위상승, 즉 입당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서는 ‘성 상납’이라고 불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탈북자 이성남(가명. 함경북도 출신)씨도 “간부들과 군 장교들이 입당, 승진, 과오 해제(실수를 봐줌) 등을 무기로 직원 여성들에게 성 상납을 요구하는 경우, 탄로가 나지 않는 한 간부들만의 특권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개되는 경우에도 ‘부화(간통)건’으로 해임되긴 하지만, 혁명화 단계를 거쳐 다시 복직하는 등 엄하게 처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성폭행의 경우는 북한 형법에 따라 5~7년의 징역을 선고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여성에게 자의가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처벌받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8일 세계여성의 날 98주년을 맞아 여성단체 및 정치계,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성폭력 근절’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해사건’ ‘국회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등 일련의 사건들이 우리 사회 내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성폭력’ 실태는 어느 정도일까? 탈북자들은 북한에서는 '성폭행'이라는 말은 쓰지만 ‘성희롱’ ‘성추행’이라는 개념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성적으로 희롱하거나 추행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용인된다는 것. 봉건 가부장적 잔재가 깊숙히 남아있는 북한에서는 성(性)을 무기로 한 남성우월의 횡포가 심각한 수준에 달해있다.
북한 여성들이 성폭력의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고, 또 이것을 사회적으로도 문제화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고 있는 내용이다.
십 수년 지나서야 “이것이 성폭력이구나”
탈북자 출신 시인 최진이(이화여대 여성학 박사과정)씨는 DailyNK를 통해 연재했던 ‘新북한여성론’을 통해 북한 성폭력 실태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최 씨는 한국에 정착한 지 3년이 지나서야 ‘성폭력’에 관한 개념이 섰다고 한다. 그리고선 십 수 년 전 북한에서 당했던 일이 ‘성폭력’ 이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노동당 입당의 꿈을 키우던 최 씨는 주체사상탑 건설을 지원했다는 공으로 초급당 비서의 부름을 받게 된다. 드디어 입당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기대감으로 초급당 비서의 방을 찾은 그녀는 당혹하게 된다.
정전으로 불이 나가 사람의 형체를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방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그녀를 방까지 안내했던 세포비서마저 자리를 떠버리자, 초급당 비서가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주변을 맴돌던 그는 순식간에 그녀의 가슴을 덮쳤다. 최씨는 비명과 함께 방을 뛰쳐나왔고, 마침 이 모습이 부사장에게 발견돼 결국 초급당 비서는 해임까지 당하게 됐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출판사의 젊은 여직원들을 그런 식으로 희롱하고 입당시켜 주기로 소문이 자자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북한에서 이렇게 성폭력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북한 여성들 사이에 ‘성폭력’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서있지 않을 뿐더러 상급자의 부당한 행동을 신소(고발) 하더라도 신고한 본인만 ‘부도덕한 여자’라고 손가락질 받기 때문이다.
최 씨는 “북한에는 성희롱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며 “개인적으로 불쾌한 기분을 느끼긴 하지만, 고발해봤자 가해자인 남성은 고작 부서만 변경되고 여성만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신고해봤자 여성만 불이익, 신분상승 위해 ‘성상납’ 하기도
평양에 거주하다 자강도로 추방당했던 탈북자 강미영(가명)씨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언니와 단 둘이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가 근무하던 연구실 당 비서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지게 된다.
강 씨의 언니는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기 위해 당 비서의 요구를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직장에서마저 쫓겨난 언니와 강씨는 죽음을 무릅쓰고 두만강을 넘게 된다.
탈북 여성들에게 북한에서 경험한 ‘성폭력’에 관해 얘기해달라고 하면, 저마다 가슴에 사연 하나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처럼 전 사회적으로 만연되어 있으면서도 감히 누구도 문제제기 할 수 없는 것이 북한의 ‘성폭력’ 문제다.
최진이 씨는 이러한 북한의 성윤리는 김정일의 방탕한 사생활이 인민대중에게 미친 영향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위대한 장군님이 ‘호색’을 즐기는데, 이를 따라 해야 응당 맞는 이치 아니겠는가?
그는 또 “90년대 들어서는 여성들도 성을 지위상승, 즉 입당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서는 ‘성 상납’이라고 불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탈북자 이성남(가명. 함경북도 출신)씨도 “간부들과 군 장교들이 입당, 승진, 과오 해제(실수를 봐줌) 등을 무기로 직원 여성들에게 성 상납을 요구하는 경우, 탄로가 나지 않는 한 간부들만의 특권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개되는 경우에도 ‘부화(간통)건’으로 해임되긴 하지만, 혁명화 단계를 거쳐 다시 복직하는 등 엄하게 처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성폭행의 경우는 북한 형법에 따라 5~7년의 징역을 선고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여성에게 자의가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처벌받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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