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과 영화 '선셋大路"

생뚱맞게 ´자격이 없는 노무현´을 주장하는 그의 모습에서 선셋대로를 떠나는 조에게 권총을 발사하는 노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세계명화 목록에 단골로 등재되는 영화중에 '선셋大路(Sunset boulevard)'라는 영화가 있다. 선셋대로는 할리우드에 있는 도로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굳이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석양이 지는 가로수길이나 황혼의 대로(大路)쯤 되는 제목이다. 이미 반세기가 지난 영화이지만 역대 최고영화 순위나 관객, 감독이 매기는 순위에서 항상 상위에 랭크되는 명화이다.

마릴린 먼로가 지하철 통풍구 위에서 치마를 나부끼는 영화 '7년 만의 외출'을 만든 빌리 와일더가 감독이고, 콰이강의 다리에서 낯익은 윌리엄 홀덴이 주연이다. 이 영화의 진가를 모른 상태에서 소시적에 본 영화라 기억이 가물거려 책과 인터넷을 뒤적여 대강의 줄거리를 구성해 본다.

번번이 퇴짜만 맞는 풋내기 시나리오 작가인 조(윌리암 홀덴)는 우연한 사건으로 할리우드 선셋대로에 있는 노마(글로리아 노완슨)의 집으로 흘러든다. 노마는 왕년에 유명한 대스타였지만 지금은 늙고 잊혀져 퇴락한 인물이고, 이혼한 남편 막스와 대저택에 살고 있다. 그러나 노마는 아직도 자기가 대스타라는 과대망상에 잡혀 있다.

조는 노마가 부탁한 시나리오 개작을 도와주면서 둘의 사이는 가까워진다. 그러나 조는 노마가 부탁한 시나리오로 영화사와 교섭을 하여 출세길도 열리고 젊은 애인과 사랑에도 빠지게 된다. 노마는 조의 마음을 자기에게 돌리려고 광적으로 노력하지만 조는 노마의 과대망상을 비웃으며 떠나려 한다.

노마는 권총으로 위협하며 떠나려는 조의 앞길을 막다가 조를 사살하게 되고 대저택에는 출동한 경찰과 몰려온 취재기자들이 운집한다. 그러나 노마는 정신 착란에 빠져 취재기자들의 카메라를 영화촬영의 카메라로 알고 있고,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사태는 자기의 화려한 영화계 컴백무대로 알고 있다.

노마가 막스에게 무슨 장면 촬영이냐고 묻자, 막스는 왕궁 계단 장면이라 대답해 준다. 노마는 우아한 모습으로 계단을 내려오며 연기를 시작하고, 이때 전 남편인 막스가 어쩌면 노마의 마지막 영광을 배려하여 마치 감독인 것처럼 비감한 목소리로 레~디 고!를 외쳐준다, 이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모든 명작에 공통적인, 인간의 욕망과 배신과 파멸이 이 영화에도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할리우드의 지명인 선셋대로라는 제목에는 추락한 대스타의 인기에 대한 금단현상과 할리우드의 비정이 드러나고, 황혼의 길이라는 우회적인 제목으로 흘러간 영광에 대한 집착으로 파멸로 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비극을 보여준다,

갑자기 이 영화가 생각난 것은 도올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도올은 노무현 정권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사람이고, 그 노력에 걸맞게 노정권 아래에서 가장 출세한 사람중의 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노무현을 자격도 없고 영원히 저주 받을 사람이라고 비판하며 나섰고, 새만금 공사장 포클레인 바가지 위에서 1인 시위하는 모습도 보였기 때문이다.

열우당 정권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분야에서 양아치들의 발호인데, 특히 환경분야에서 양아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그런 집단에 도올이라는 인간이 하나 추가되었다고 이상할 것은 전혀 없고 차라리 지율과 비슷한 빛나는 머리통을 가졌으니 지율이 되려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새만금은 어제 오늘의 사건이 아니고 몇년을 이끌어온 사건이고, 새만금 공사는 전북도민의 숙원사업이고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대형 국책사업이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공자왈 맹자왈 별의별 양아치와 무자격자 문외한들이 온갖 일에 배 놔라 감 놔라 환경론자가 되고 투사가 되고 인기스타가 되려 한다.

도올의 행동 노정이 하도 오락가락하고 괴이하지만 그러나 도올의 궤적을 살펴 보았을 때 도올은 권력의 단물을 빨며 티비에서 위대한 스타로 있을 때는 위대한 노무현을 외치고, 빨대를 뺏기고 영광에서 멀어졌을 때는 저주받을 노무현을 외치는 것으로 보인다. 도올은 자기 스스로 자기를 스타반열에 올려 놓고서 과거의 영광에 심취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갑자기 생뚱맞게 ´자격이 없는 노무현´을 주장하는 도올의 모습에서 선셋대로를 떠나는 조에게 권총을 발사하는 노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교수와 학자의 모습을 버리고 포클레인 위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은 인기를 잃은 스타가 스캔들로라도 여론의 조명을 받고자 하는, 카메라 앞에서 영광을 누리던 시대에 대한 집착으로 보인다.

취재기자의 사진기는 방송국의 촬영 카메라로 보이고, 카메라의 후레쉬는 그 동안 자기에게 쏟아지던 스포트라이트로 착각하는 증상은 도올의 심각한 정신착란 증세일 것이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가 레~디 액션!만 외쳐 준다면 도올은 침을 튀기고 게거품을 물며 공자왈 맹자왈 신나게 떠들고 싶을 것이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