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밥이다

정치는 아침마다 내 집 문전을 청소하는 일이고, 아침 운동을 하는 일이며, 내 밥상 위의 밥그릇 그 자체에 관한 문제다.
나는 젊은 시절을 정치 무관심으로 세월을 보냈다. 자신이 문학 청년이라는 핑계로!
후에 나이 많이 들어, 많은 고생 끝에 겨우 민주주의에 눈 뜨게 되었을 때 나는 정치 무관심으로 보낸 젊은 시절이 얼마나 어리석고 부끄러운 세월이었나를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누가 나를 짐승처럼 길러서 잡아 먹든 말든 상관 없다고 한 것과 꼭 같은 무식하고 미련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의 그 같은 어리석음을 목구멍에 풀 칠 할 길이 없어서 할 수 없이 미국에 이민 가게 되었던 그 당시에도 깨닫지 못하였고, 미국 코쟁이들 밑에서 기름칠 하며 20년 동안 공돌이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깨닫지 못 하였다. 그러다가 김대중 씨의 거짓말(1년 반만 대통령 한 후 내각제를 하겠다고 약속 해 놓고 어긴)에 충격을 받고 '정치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내가 그토록 존경하던 분도 이렇게 되는 것인가' 고민하게 되었고, 그제서야 민주주의에 눈이 뜨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민주주의에 눈을 뜨고 보니 지난날 나의 정치 무관심이 얼마나 미련한 짓이었던지! 자기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은 말 할 것도 없고 한 민족의 일원으로서 국민 된 도리를 다 하지 못한 부끄러움에 할 말이 없었다.

정치란 밥이다. 쌀과 배추는 논과 밭에서 나는 것이 아니었다. 옛날에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고 한 말은 샛빨간 거짓말이었다. 그것은 그 당시의 정치 폭력배 집단이었던 양반 정치가들이 백성들을 속여 먹기 위해서 만들어낸 속임 수에 지나지 않는 말이었던 것이다. 듣거라! 민족아! 가난 구제를 나라에서 하지 못한다면 대체 어느 놈이 한단 말이냐?
쌀과 배추는 백 프로 정치에서 나오게 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오늘 아침 내 밥상 위의 밥 그릇의 크기 여하는 순전히 나의 정치 관심의 분량에 따라 결정 되는 것이었다. 나는 이 같은 사실을 세상에서 가장 민주주의를 잘 한다는 미국에 이민 가서 30년 동안 맨 밑바닥 공돌이 생활을 하면서 하루 하루의 삶을 통해 직접 체험하며 확인하였다.
그런데 그 '정치'라는 것은 정당이나 정부에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치는 바로 나의 직장과 가정과 그리고 내가 걸어 다니고 있는 길거리와 시장에서 하는 것이었다. 정치를 국회 의사당이나 청와대 집무실에서만 하는 나라는 가장 저급한 후진 정치의 나라였다. 정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회사원들이 직장에서, 상인들이 시장에서 하는 것이었다.
시민들의 모든 생활 터전에서 '눈깔' 똑바로 뜨고 사는 것! '눈깔' 똑바로 뜨고 살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정치라는 것이었고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라는 것이었다. 시민들이 그들의 생활 터전에서 '눈깔' 똑바로 뜨고 살 수 있지 않다면 그것은 그 나라의 민주주의가 죽었거나 감금 당하고 있다는 증거다. 나는 30년 동안 하루 하루를 실제로 '눈깔' 똑 바로 뜨고 살아 보았기 때문에 이렇게 자신 있게 증언할 수 있는 것이다.
날마다 생활 현장에서 '누깔' 똑 바로 뜨고 살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어떻게 나 자신의 나를 위한 나의 관심사가 아닌 정치인들만의 관심 거리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정치는 아침마다 일어나 내 집 문전을 청소하는 일이고, 아침 운동을 하는 일이며, 내 밥상 위의 밥그릇 그 자체에 관한 문제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 된 사람은 누구나 다 하루 일과 중 첫 번째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의무가 있고 또한 권리가 있는 것이다. *

글 ; 이 관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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