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 가구 마을, 작은 전쟁터로 변해

범대위 소속 사람들이 상주,“대추리에는 국방부 직원이나 경찰도 맘대로 들어갈 수 없어”

시민단체가 시위 주도… 대치 격화, 軍관계자·경찰도 맘대로 못들어가
이전부지 한·미 공동조사 등 차질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50여 가구에 불과한 이 작은 시골마을은 지금 용산 미군기지 이전지역으로 확정되면서 ‘작은 전쟁터’로 변해 있었다. 좁은 도로를 따라 들어선 마을 곳곳엔 ‘미군기지 확장반대’ 등의 구호가 적힌 빨간색·노란색 깃발과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옛 대추분교의 굳게 닫힌 철문 위에는 ‘반미, 미군 위한 농민 땅 강제수탈 온몸으로 막아내자’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운동장 안쪽에는 경운기와 트랙터 등 20여 대의 농기계가 자리잡고 있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10일 “지난 6일 학교건물 강제접수를 시도했던 평택지방법원 직원과 경찰을 막기 위해 갖다 놓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한낮에도 이곳에는 마을 주민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마을 도로 한중간에서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 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소속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경계나 순찰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현재 대추리 문제는 미군기지 이전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부각돼 있다. 한·미 양국은 2008년까지 한미연합사령부 등 용산기지를 이전키로 하고, 평택지역 349만평을 미군측에 공여하기로 합의했다.

이 중 오산비행장지역 (64만평)은 주민과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진 반면, 285만평이 대상인 캠프 험프리스 주변지역은 그간 주민 반대가 심해 매수 작업 등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재도 대추리 주민의 절반 정도가 기지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작년 2월 문정현 신부 등 ‘반미’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범대위 세력이 마을에 들어오면서 이 지역 문제의 성격은 ‘생존권 수호’에서 ‘미군기지반대’로 바뀌었다. 지역 관계자는 “초기엔 주민들이 주로 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떠날 수 없다며 반대했는데 요즘 집회에는 기지확장반대나 주한미군 철수 등의 구호가 많이 들린다”고 말했다.

대추리에는 범대위 소속 사람들이 상주하면서 주민들과 공동 투쟁을 벌이고 있다. 기지이전 사업 관계자는 “대추리에는 국방부 직원이나 경찰도 맘대로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범대위가 분위기를 장악하면서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사전작업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국방부는 경기도교육청 소유로 2000년 9월 폐교된 대추분교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뒤, 현장사무소로 사용하기 위해 그간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했던 지역 풍물단체에 퇴거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지난 6일에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 강제집행을 하려던 법원 직원도 8시간 동안 대치한 끝에 물러나야 했다.

이전부지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동조사도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달 국방부와 주한미군 공동 조사단이 현장 측량을 시도했지만 범대위와 주민들의 강력한 저지로 실패하고 말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이전 부지에 대한 현장 위치 조사가 끝나야 하는데 반대측 기세가 만만치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추리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향후 2년 내 마무리 짓기로 돼 있는 용산기지 이전이 상당기간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 지역 주민은 “대추리 주민이 저렇게 반대하고 거기에 외부 사람들이 강력하게 저항하는데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용산기지 이전 문제는 지역 주민간 갈등을 유발하기도 했다. 대추리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이 기지이전을 반대하는 반면, 안정리 등 미군기지 주변 상권에 있는 주민들은 기지 확장·이전을 찬성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평택=장일현기자 ihjang@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