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고래(1)/1976년 11월 월간중앙
捕鯨선단이 몰려드는 南氷洋
『헷또! 헷또!』
고래발견을 알리는 탐경원(探鯨員)의 고래 고함, 남빙양(南氷洋)의 삭막을 깬다. 南氷洋―순백과 영원한 청색의 세계다. 파도 너머 가물거리는 길쭉한 흰섬은 대상빙산(臺狀氷山). 햇빛을 받아 푸른 섬광을 반사한다. 날씨는 조용해도 바다는 거칠게 노는 것이 南氷洋의 특징이다. 길이 2m가 넘는 날개를 쫙 펴고 창공에 매달린 듯 정지한 「앨버트로스」(信天翁), 「펭귄」, 남극갈매기―, 파도의 골(谷)을 향해 내리꽂는다.
남빙양에 여름(12∼2월)이 감싸온다.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이다. 깊이 수천m 밑에 웅크리고 있던 차가운 물덩이가 용솟음쳐 풍부한 영양염류를 표층(表層)으로 밀어 올린다.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면 영양염류를 비료로 하여 식물성「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증식한다. 이것을 먹고사는 대형 동물성 「플랑크톤」인 「크릴」(Krill)의 번식도 극에 달한다.
여름의 남빙양은 이제 세계대양중 가장 풍성한 해원(海原)으로 변한다. 새우만큼 큰 「크릴」을 먹고사는 동물의 大群이 남빙양으로 몰려온다. 대왕고래, 참고래, 보리고래, 향고래, 돌고래, 혹고래 그리고 고래를 먹고사는 솔피,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을 먹고사는 인간들이 포경선단을 이끌고 달려온다. 무자비한 살육의 시장이 펼쳐지는 것이다.
『헷또! 헷또!』 고래잡이들의 만국 공통어다. 영어의 「Head」를 韓國과 日本에선 이렇게 발음하여 고래숨기둥(분조.噴潮)의 발견을 알린다. 갑판장 張상호씨가 타고 있던 日本水産(株)의 「캐처보트」(捕鯨선단에 소속된 1백∼3백t 가량의 포경선)가 향고래떼를 발견한 곳은 동경 1백80도 남위 65도 근방의 「로스」海 입구. 「마스트」꼭대기에서 시력(視力) 2.0의 눈을 두리번거리던 탐경원(探鯨員)이 『헷또!』를 외쳐댔던 것이다.
약 4海里 앞 해상에서 희미한 숨기둥이 수십개 솟아 오르는게 보였다. 이 숨기둥은 앞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발사되고 있었다. 이것은 향고래의 상표. 분조(噴潮)가 수직으로 10m나 치솟는 대왕고래나 頂上에서 몇갈래로 퍼져버리는 긴수염고래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눈 밝기로 유명한 探鯨員들은 맑은 날엔 10海里 거리에서도 噴潮를 발견, 그 모양으로 고래종류를 알아낸다. 갑판장 張씨는 추미(追尾)를 명령했다. 포수는 포대(砲臺)로 뛰고 갑판원은 「윈치」에 붙어 삼줄을 매만진다. 탐경원은 고래떼의 동태를 숨가쁘게 알려온다.
『전속(全速!』
선장이 기관실에 지시하고, 갑판장은 작전을 지휘한다. 포경선의 갑판장은 고래의 생리를 가장 속속들이 알고 있는 고참선원이다. 追尾중 포경선의 속력, 방향을 갑판장이 오히려 선장에게 명령한다. 향고래는 겁없기로 이름이 나있다. 포경선이 쫓아와도 도망칠 생각을 않는다. 보통 4백m까지 접근시킨다. 「캐처보트」가 바짝 붙자 그제서야 향고래무리는 허파를 공기로 채우고 일제히 물속으로 꼬나박혔다. 부채 같은 꼬리를 하늘로 치켜올리고 심해(深海)로 곤두박질 한 것이다. 향고래의 잠수능력은 자연의 경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다른 고래는 15분 이상 잠수를 못하는데 이 놈은 40분간 물속을 긴다. 그것도 수심 1천m까지 들어간다. 「페루」연안의 수심 1천m 해저電線에 향고래가 감겨 질식사한 것이 「트롤」어선의 그물에 건져 올려진 적이 있다.
사람 우는 소리같은 고래의 신음
향고래 떼가 잠수한 뒤 바다에 남는 것은 소용돌이 뿐, 「링」(Ring)이라고 불리는 이 흔적은 고래가 잠수한 뒤 5분까지 남아 고래의 행방을 포경선원들에게 일러바치는 것이다. 「링」의 위치, 향고래의 평균 잠수시간, 평균속도를 계산하여 張상호씨는 「캐처보트」를 매복의 위치로 몰고갔다. 고래의 체력과 인간 知力의 정면대결이다. 약 25분 뒤, 바다가 쏴―갈라지면서 향고래무리는 「캐처보트」1백m 앞에서 솟아올랐다. 大群이었다.
『30년 고래잡이 생활중 그렇게 엄청난 무리는 처음이었어. 수백마리는 됐을거야』
이제 70세의 노인으로 변한 울산(蔚山)시 장생포(長生浦)동 張상호씨는 39년 전의 흥분을 되살린다. 3초다. 고래가 콧구멍을 내밀어 숨기둥을 쏘아 올리고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는 데 필요한 시간은 하나, 둘, 셋. 머리, 등, 꼬리차례로 몸을 드러낸 향고래 떼는 이번엔 소잠수(小潛水)를 되풀이하며 헤어나간다. 향고래는 大潛水 다음엔 약 10분간 소잠수를 거듭해가며 숨을 쉰다.
이 짧은 자맥질 사이의 3초, 포수에겐 지금 돈 1∼2천만원(향고래 1마리 값)이 왔다갔다하는 순간이다. 50m 이내의 사정거리에 포경선을 접근시켜주는 것으로 갑판장 張씨의 임무는 일단 끝났다. 지금부턴 포수와 고래의 1대 1 승부다. 「링」위에 오른 권투선수 마냥 포수는 포경선원들의 주시 속에서 고독한 대결을 벌인다. 태권도의 정골자세로 흔들림이 가장 심한 뱃머리에서 1.5t의 포대를 붙들고 버틴 포수는 앞을 헤어가는 고래와 「리듬」을 맞추는 데 혼신의 힘을 쏟는다. 그의 마음은 고래와 한 덩어리가 돼 호흡한다. 마침내 포경포의 가늠자 위에 고래의 등이 올라왔다.
『쉿―』
전봇대 같은 작살(65㎏, 1m85㎝)은 30m를 날아 놈의 등에 푹―꽂혔다. 작살은 완전히 고래 몸 속에 들어가는 게 보통이다. 두께 2∼3m의 고래 몸뚱이를 꿰뚫고 반대방향으로 튀어나올 때도 있다. 3초 뒤 쿵―둔중한 폭음. 작살 끝에 달린 시한폭탄이 고래 몸속에서 터진 것이다. 약 2백㎏의 살이 으깨지도록 만든 것이다. 『심장에 맞으면 즉사, 그렇게 못하면 다섯, 여섯 번까지 작살을 날려야 해』―해방직후 동해에서 깃발날린 명포수 박선이(朴先伊)씨(75·蔚山市 長生浦洞)는 안경너머로 온화한 눈매를 빛내며 말한다.
작살 맞은 張씨의 향고래는 길이 20m 무게 60t의 기관차 같은 거구로 몸부림친다. 팔뚝같은 삼줄을 팽팽하게 당기며 자맥질, 갑판원은 「윈치」를 돌려 줄을 풀어준다. 다시 솟아오르자 「윈치」를 감아 또 한방의 작살을 박는다. 등에선 수도관이 터질 듯 선지피가 쏟아지고 콧구멍으론 핏줄을 뿜어대며, 울부짖는 향고래(Spern Whale), 이놈이 늙으면 백경(白鯨)이다. 『뱃전을 울리는 고래의 신음은 사람 우는 소리 그대로지요. 몸서리쳐집니다』―南氷洋에서 韓國人으론 맨처음 갑판장이 됐던 이임용(李任用)씨(77)는 고래에 대한 한 가닥 연민의 정을 표시한다.
1936∼41년 사이 南氷洋에서 지구 최대의 동물들과 자웅을 겨루었던 고래잡이 사나이들. 한때 361명의 한국 선원들이 日本의 南氷洋 포경선단에 타고 있었다. 그들중 20여명이 아직도 蔚山시 長生浦동에서 생존, 경노당에서 놀다가도 고래얘기만 나오면 팔을 걷어붙이고 열을 올린다.
한국인과 고래(1)/남빙양의 추적記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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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3-15, 02: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