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 카드 못꺼낸 盧, 현실정치서 차츰 발빼기. 與, 노대통령 탈당 땐 곧바로 정계개편 들어갈 듯.
[홍준호 선임기자의 정치분석]‘노무현식 정치’가 저물고 있다
적지 않은 정치인들은 이번 이해찬 총리의 추락을 두고 차기를 노리는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과 이 총리 간의 경쟁, 정 의장의 이 총리 견제 구도로 보려 한다. 그런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총리와 골프를 한 부산지역 상공인들 중심의 27회 모임에서 이해찬 대권론이 나왔다는 말이 떠돌고, 여권에서 이 총리의 사퇴 주장을 앞장서 주장해온 것이 정 의장 쪽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정황들이 있다고 해서 이 총리가 실제로 차기를 노렸다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
이 총리는 그동안 야당과 언론, 국민의 가슴을 헤집는 얘기들을 수없이 쏟아냈다. 이런 이 총리에 대해 그의 용산고 선배인 열린우리당의 이부영 전 의장은 “이해찬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한마디로 평했다. “그가 차기를 노린다면 결코 그런 식의 언행을 하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총리 본인도 사석에서 종종 “나는 노 대통령과 함께 갈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오는 5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본격화될 여권의 대권 경쟁 국면에서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 더 적극적으로는 탈(脫)노무현 현상이 러시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 “노 대통령과 함께 갈 것”이란 이 총리의 말은 그런 국면이 오더라도 자신만큼은 노 대통령을 깎아내려 인기를 얻는 그 같은 정치를 할 의사도, 그런 투지도 없다는 뜻이다.
이 총리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김대중 대통령을 극진히 모셨고, 임기 말 당 안팎에서 김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는데도 그 대열의 앞줄에 나서지 않았다. 이번 일을 겪고 난 이후 이 총리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스스로 권력무대의 주연(主演)에 도전하지 않고 조연(助演)으로 자리매김해온 것이다. 최고 권력자 앞에서의 이런 자리낮춤과 충성스러운 처신이 그가 두 정권을 걸쳐 계속 잘 나가고 총리로서 20개월이란 장수(長壽)를 한 배경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대권주자 이해찬’의 추락이 아니라 이 총리로 상징되던 ‘노무현식 정치’의 퇴조를 알리는 신호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식 정치’란 정권에 대한 비판에는 더 강한 비판으로, 정권의 치부에는 비판세력의 더 큰 치부 들춰내기로 맞받아치는 난전(亂戰) 만들기였다.
이 총리는 ‘차기 주자’가 아니라 ‘실세 총리’로서의 권한을 움켜쥐고 그 난전의 대리인으로서 악역을 자임해왔고, 마침내 그 난전의 제물(祭物)이 됐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여론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장기인 역(逆)발상 전략으로 국면을 반전시켜왔으나 이번에는 그런 카드를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역발상의 기개를 보여주는 어떤 말도, 어떤 제스처도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현실정치에서 더 이상 통하기 어려워진 ‘노무현식 정치’, 노무현코드의 퇴조를 읽는다.
이 같은 조짐은 잘 나가는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저마다 현 정권의 부정적 요소들에 대한 반사(反射)의 이미지로 인기를 누리는 데서 이미 감지됐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명박 서울시장은 현 정권이 시끄럽기만 하고 제대로 일한 것이 없다는 세평에 대한 반사(反射)의 면을, 고건 전 총리는 노 대통령의 불안정한 리더십에 대한 반사의 면을, 여성으로 상생의 정치를 주장해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좌충우돌형 난전 정치에 대한 반사의 면을 각각 지니고 있다고 한다.
여당의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최고위원은 아직 노 대통령에 대한 뚜렷한 반사의 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하지 않은 탓이다. 이들은 오히려 자신을 공격하면 당을 떠날 수도 있다고 으름장 놓는 노 대통령의 소매를 앞장서 붙잡아왔다.
그러나 이들이 지방선거 이후까지 자신들 머리 위의 ‘노무현 모자’를 벗어던지지 않는 절제의 미덕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여권이 지방선거에서 지고 그 결과가 ‘노무현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해석될 경우 이들 역시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탈노무현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 권력세계의 속성이다. 이들이 ‘노무현 모자’를 벗어던질 때 차기 대권주자용으로 그 모자를 자청해 쓸 쪽은, 이번 파동이 없었더라도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세력이지 이 총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 총리의 사퇴로 확인된 ‘노무현 코드’의 퇴조 현상은 향후 대선국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변수가 된다. 퇴조기의 노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현실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단계적인 철수일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이 자주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물러서면 노무현 정치의 상징인 열린우리당을 허물고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을 포괄하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설계하려는 정계재편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그 시기가 빠르면 지방선거 직후, 늦어도 올해 안에 올 것으로 여권 사람들은 예상한다.
[홍준호 선임기자의 정치분석]‘노무현식 정치’가 저물고 있다
적지 않은 정치인들은 이번 이해찬 총리의 추락을 두고 차기를 노리는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과 이 총리 간의 경쟁, 정 의장의 이 총리 견제 구도로 보려 한다. 그런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총리와 골프를 한 부산지역 상공인들 중심의 27회 모임에서 이해찬 대권론이 나왔다는 말이 떠돌고, 여권에서 이 총리의 사퇴 주장을 앞장서 주장해온 것이 정 의장 쪽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정황들이 있다고 해서 이 총리가 실제로 차기를 노렸다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
이 총리는 그동안 야당과 언론, 국민의 가슴을 헤집는 얘기들을 수없이 쏟아냈다. 이런 이 총리에 대해 그의 용산고 선배인 열린우리당의 이부영 전 의장은 “이해찬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한마디로 평했다. “그가 차기를 노린다면 결코 그런 식의 언행을 하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총리 본인도 사석에서 종종 “나는 노 대통령과 함께 갈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오는 5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본격화될 여권의 대권 경쟁 국면에서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 더 적극적으로는 탈(脫)노무현 현상이 러시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 “노 대통령과 함께 갈 것”이란 이 총리의 말은 그런 국면이 오더라도 자신만큼은 노 대통령을 깎아내려 인기를 얻는 그 같은 정치를 할 의사도, 그런 투지도 없다는 뜻이다.
이 총리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김대중 대통령을 극진히 모셨고, 임기 말 당 안팎에서 김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는데도 그 대열의 앞줄에 나서지 않았다. 이번 일을 겪고 난 이후 이 총리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스스로 권력무대의 주연(主演)에 도전하지 않고 조연(助演)으로 자리매김해온 것이다. 최고 권력자 앞에서의 이런 자리낮춤과 충성스러운 처신이 그가 두 정권을 걸쳐 계속 잘 나가고 총리로서 20개월이란 장수(長壽)를 한 배경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대권주자 이해찬’의 추락이 아니라 이 총리로 상징되던 ‘노무현식 정치’의 퇴조를 알리는 신호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식 정치’란 정권에 대한 비판에는 더 강한 비판으로, 정권의 치부에는 비판세력의 더 큰 치부 들춰내기로 맞받아치는 난전(亂戰) 만들기였다.
이 총리는 ‘차기 주자’가 아니라 ‘실세 총리’로서의 권한을 움켜쥐고 그 난전의 대리인으로서 악역을 자임해왔고, 마침내 그 난전의 제물(祭物)이 됐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여론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장기인 역(逆)발상 전략으로 국면을 반전시켜왔으나 이번에는 그런 카드를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역발상의 기개를 보여주는 어떤 말도, 어떤 제스처도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현실정치에서 더 이상 통하기 어려워진 ‘노무현식 정치’, 노무현코드의 퇴조를 읽는다.
이 같은 조짐은 잘 나가는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저마다 현 정권의 부정적 요소들에 대한 반사(反射)의 이미지로 인기를 누리는 데서 이미 감지됐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명박 서울시장은 현 정권이 시끄럽기만 하고 제대로 일한 것이 없다는 세평에 대한 반사(反射)의 면을, 고건 전 총리는 노 대통령의 불안정한 리더십에 대한 반사의 면을, 여성으로 상생의 정치를 주장해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좌충우돌형 난전 정치에 대한 반사의 면을 각각 지니고 있다고 한다.
여당의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최고위원은 아직 노 대통령에 대한 뚜렷한 반사의 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하지 않은 탓이다. 이들은 오히려 자신을 공격하면 당을 떠날 수도 있다고 으름장 놓는 노 대통령의 소매를 앞장서 붙잡아왔다.
그러나 이들이 지방선거 이후까지 자신들 머리 위의 ‘노무현 모자’를 벗어던지지 않는 절제의 미덕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여권이 지방선거에서 지고 그 결과가 ‘노무현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해석될 경우 이들 역시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탈노무현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 권력세계의 속성이다. 이들이 ‘노무현 모자’를 벗어던질 때 차기 대권주자용으로 그 모자를 자청해 쓸 쪽은, 이번 파동이 없었더라도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세력이지 이 총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 총리의 사퇴로 확인된 ‘노무현 코드’의 퇴조 현상은 향후 대선국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변수가 된다. 퇴조기의 노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현실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단계적인 철수일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이 자주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물러서면 노무현 정치의 상징인 열린우리당을 허물고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을 포괄하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설계하려는 정계재편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그 시기가 빠르면 지방선거 직후, 늦어도 올해 안에 올 것으로 여권 사람들은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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