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거의 치명적 실수: 이라크 군대 해산

지휘관만 교체하고 병사들을 그대로 흡수했더라면 지금처럼 무법천지의 혼란상은 막을 수 있었다.
미군에 의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 공격으로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지 3년, 지금 미국에서는 이라크가 內戰(Civil War) 단계에 들어갔는지를 놓고 의회와 전문가 그룹내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부시 및 이라크 행정부는 '사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內戰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과 이라크의 야당측은 內戰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라크 임시정부의 수상이었던 알라위는 영국 BBC와 한 인터뷰에서 '하루에 50~60명씩 피살되고 있는데도 이를 內戰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하나님만 무엇이 內戰인지 알 것이다'고 말했다.

어제도 바그다드에서는 9구의 총격피살 시신을 발굴했다. 지난 1주 사이에 바그다드에서만 186명이 피살되었다. 대부분이 순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살육극이다. 지난 2월에 시아파의 회교사원이 폭파된 이후 종파간 살육전이 가열되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 조지 케이시 장군은 인터뷰에서 '반군들은 이라크내에서 무기를 조달하고 있는 듯하다. 舊이라크 군대가 보유하고 있던 무기들이 반군으로 넘어갔으므로 그들은 쉽게 무기와 탄약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접수할 때 거의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미군은 이라크를 점령하자 이라크 군대를 해산해버렸다. 이라크 군대를 사담 후세인의 私兵집단 정도로 본 모양이다. 군대 해산으로 실업자가 된 많은 전직 군인들이 무기와 탄약을 빼돌려 반군을 도와주든지 스스로 무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때 미군이 사담 후세인에게 충성하면서 학살 등 범죄를 저질렀던 지휘관과 장교들만 문책하고 이라크 군대를 그대로 인수하여 이들에게 이라크 관리를 맡겼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군대의 생리상 지휘관만 교체하면 군대는 충성의 대상을 쉽게 바꾼다.

징기스칸 군대는 싸우지 않고 항복한 敵軍은 그대로 자신들의 군대로 흡수했다. 징기스칸 군대의 장교단은 몽골인들이지만 사병들은 90% 이상이 異民族이었다. 영국은 인도를 통치할 때 영국에서 데리고 온 2000명의 엘리트 관료에게 행정을 맡겼다고 한다. 이 식민지 통치 관료들은 현지인으로부터 절대로 뇌물을 받지 않으며, 현지인들에게는 가부장적으로 대하는 등 따뜻하면서도 엄정한 자세를 유지함으로써 거대한 대륙을 통치했다는 것이다.

영국이나 몽골제국처럼 외국을 지배해본 경험이 일천한 미국은 항복한 이라크 군대를 활용할 줄 몰랐다. 요사이 들어서야 이라크 군대를 재건하기 시작했다. 군대를 만드는 것은 국가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김정일 정권이 제거되고 한국이 북한을 흡수해야 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북한군의 처리이다. 이 경우에도 지휘관만 교체하고 다수 장병들은 그대로 한국군에 흡수하는 지혜를 발휘하여야 할 것이다. 임오군란이 그런 경우이지만 직업군인들을 마구 실업자로 만드는 것은 군인반란의 초대장이다. 5.16군사혁명의 큰 동기중의 하나도 張勉 정부의 減軍계획으로 장교들이 위협을 느낀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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