僞善者(위선자)와 僞惡者(위악자)

민주주의의 본질은 안보, 복지, 자유이다. 장면은 3분의 1 민주주의자, 박정희는 3분의 2 민주주의자였다.
몇년 전 어느 좌담 자리에서 나는 「장면(張勉)의 제 2공화국을 완전한 민주주의로 볼 수 없는 것처럼 박정희 정권을 독재라고 규정 짓는 것에도 반대한다」는 취지로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의 본질을 정치에 한정시키지 말고 실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글자 그대로 국민이 주인이 되어 인간답게 살아가는 체제를 만든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목표라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공간으로서의 국가를 지키는 안보,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물질적인 조건으로서 복지, 그리고 정치적인 자유. 안보 복지 자유를 민주주의의 3대 실질로 생각한다면 張勉 정부는 안보와 복지에서 결격사유가 있는 3분의 1 민주주의였다. 朴正熙 정부는 안보와 복지의 조건은 충족시켰으나 자유의 부분에서 결격사유가 있는 3분의 2 민주주의였다』

며칠 뒤 우연히 미국 헌법의 전문(前文)을 읽다가 이런 대목을 발견하였다.

「(미 합중국의 목표는) 보다 완전한 연방을 구성하여 정의를 구현하고 국내의 평온을 보장하며, 집단적 국가안보를 도모하고 전반적인 복지를 증진시키며 우리 자신과 후손들에게 자유의 축복이 영원하도록 울타리를 치는 것이다」

나의 민주주의 정의(定義)와 미국 헌법의 국가목표 定義가 안보, 복지, 자유의 배열 순서에서까지 일치하는 이유는 민주주의를 형식이 아닌 그 본질에서 파악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숭배의 목적물이 아닌 국리민복의 수단으로 보려고 한 점에서 일치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지식인들은 민주주의를 신성불가침의 대상으로 놓고 그 의미를 정치적 자유에 한정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미국 헌법 전문(前文)에 나타난 국가목표는 박정희의 근대화 전략과 정확히 일치한다. 박정희는 근대화 전략으로서 자립경제-자주국방-민주화-통일의 4단계를 설정하여 자신은 자립경제와 자주국방의 단계만 완성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 단계에서는 정치적 자유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면서 「내가 죽거든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각오로써 악역(惡役)을 자임했다. 그는 僞善者를 경멸하고 스스로 위악자(僞惡者)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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