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NEACD 모임과 미국의 ‘변환외교’ |
도쿄 NEACD 모임과 미국의 ‘변환외교’
北, 금융제재로 내부동요 심화
美의 ‘체제교체’ 정책으로 北 위기 직면
중단상태가 5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베이징 6자회담은 탈이 나도 단단히 난 것 같다. 6자회담의 속개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노무현정부는 9일부터 13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개최되는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모임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었다.
미국의 한 대학이 연례적으로 주최하는 비정부-민간 차원의 국제학술회의의 하나인 도쿄 NEACD 모임이 각광을 받은 이유는 이례적으로 남북한과 미ㆍ중ㆍ일ㆍ러 등 베이징 6자회담 참가국 수석대표들이 모두 참가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무현정부는 도쿄 NEACD 모임 기간 중 특히 미국과 북한 간에 단독대화를 통해 교착상태 타개의 실마리가 마련되기를 갈망했었다.
지난 7일 도쿄에 도착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10일 “모처럼의 기회인데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로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의 회동 분위기를 띄웠었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소극적이었다. 그 이유는 명백했다. 북한은 여전히 6자회담 속개 조건으로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를 상대로 미국 재무부가 취한 대북 금융제재의 철회를 완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북한에 대해 6자회담 무조건 복귀를 요구하고 있어서 미ㆍ북이 만나더라도 이 입장의 차이가 해소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계관은 7일 “어떻게 해야 6자회담이 열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국이 잘 알고 있다”고 말해 ‘선 금융제재 철회’라는 기존의 회담 재개 조건을 고수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었다.
미국의 힐 차관보가 “6자회담 속개가 여전히 미국의 관심사”라는 미국의 입장을 ‘부각’시킬 목적으로 이번 도쿄 NEACD 모임에 참가하기는 했지만 미국의 속셈은 작년 9월부터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초래하고 있는 북한 사회의 내부 동요를 음미하면서 6자회담의 교착상태가 계속되더라도 오히려 대북 압박 공세의 고삐를 조이는 쪽으로 대북정책을 조율해 나가려 하고 있는 느낌이다. 미국은 그동안의 대북 금융제재 조치로 북한을 흔들어 놓는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개월간의 북한의 내부동요에 관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적지 않은 징후들이 있어 왔다. 우선 북한은 작년 10월 10일의 조선노동당 창건기념일과 금년 2월 16일 김정일 생일날 예년처럼 주민들에게 선물을 돌리지 못했다는 정보가 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의 여파라는 것이다. 최근에 와서 북한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일에 대한 원성이 전에 없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같은 주민들의 원성 때문에 김정일의 일상 행보는 엄중한 호위 속에 인민군 부대를 전전하는 것에 사실상 한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주민들 사이에서는 “장군님은 언제나 숨어 다니고 있기 때문에 인민들은 언제나 ‘장군님은 어디 계시냐’고 찾아다니고 있다”는 재담이 회자된다고 한다.
북한주민들은 끼리끼리 모이면 서로 김정일을 ‘배불뚝이’ 등 별명으로 호칭하면서 욕하는 것으로 상호 친밀감을 확인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북한 주민들은 “장군님은 위대하다. 그 이유는 악독한 왜놈 세상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왜놈 세상보다 더 악독한 세상을 이룩해 놓았기 때문이다'라는 재담을 즐긴다고 한다.
북한 도처에서 지하교회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가 하면 동요하는 주민들을 전쟁분위기로 억누를 목적으로 종래에는 목총을 사용하던 군인들이 실총과 실탄을 가지고 훈련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근자에 남한에 도착한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이 같은 북한 사회의 내부동요는 한국의 노무현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물자지원 등 남한의 대북 경제지원의 결과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이 같은 북한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초래하는 주범은 남한으로부터 중국을 경유하여 북한으로 밀반입되는 비디오테이프라는 것이다.
남한에서 방영되는 ‘한류’(韓流) TV 드라마들을 담은 중국산 비디오테이프 ‘짝퉁’들이 대량 북한으로 밀반입되어 저렴한 가격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공급되고 있으며 전기가 없는 북한주민들은 자동차 배터리로 TV에 전원을 공급하여 문제의 비디오테이프들을 시청하고 그 결과 김정일 체제에 대한 반감이 나날이 증폭ㆍ만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북한 사회의 변화가 미국 부시 행정부의 이른바 ‘변환외교’ (transformational diplomacy)에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은 6자회담의 진행에 연연하여 북한에 시종 끌려다니기 보다는 ‘폭정(tyranny) 종식’과 ‘민주주의 확산’의 차원에서 북한의 김정일정권을 ‘변화’(change)시키거나 ‘전복’(overthrow)시킴으로써 북한의 핵문제를 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인권법’에 의거하여 금년부터 탈북자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여 직접 미국으로 받아들이고 ‘자유아시아’(RFA)와 ‘미국의 소리’(VOA) 등 대북 방송을 대폭 강화하며 라디오 공중투입 등의 방법으로 대북 ‘변환외교’의 고삐를 조일 기세이다. 그런가 하면 김정일을 ‘인권유린’ ‘인류에 대한 범죄’ ‘전쟁범죄’ 등의 죄목으로 국제형사재판정에 고소하자는 움직임도 전해지고 있다. 북한 김정일정권에 남은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