亡者의 이름은 없는 인간차별적인 訃告

죽은 사람의 이름은 몰라도 되니 출세한 그 아들, 딸, 사위들의 이름만 알고 문상하라는 식이다

신문마다 訃告(부고)란이 있다. '張吉東(우리내과 원장)부친상=6일 밤11시 자택에서...' 또는 '金東洙(국회의원)장모상...'식이다. 訃告라 함은 분명히 별세한 분의 이름을 親知들에게 널리 알리려는 것인데, 별세한 사람의 사위 아들 이름만을 알리고만다. 정작 죽은 사람의 이름은 몰라도 되니 출세한 그 아들, 딸, 사위들의 이름만 알고 문상하라는 식이다. 별세한 사람보다 그 아들 딸 사위들이 더 출세했고 유명하니 亡者는 몰라도 그 자녀들을 보고 조문하러 오라는 이야기이다.

이런 訃告를 내니 정작 죽은 사람을 잘 아는 사람들은 모르기 때문에 문상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친구의 아들과 딸과 사위가 누구인지를 다 외울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사망해도 이런 訃告를 통해서는 모를 수가 있다.

사망자의 가족 이름만 알리고 사망자 본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은 예의상에도 맞지 않다. 우리가 명복을 비는 1차적 대상은 亡者이고 2차적인 弔問의 대상이 죽은 사람의 자녀나 배우자, 사위 며느리이다. 죽은 사람의 자녀의 신분을 기준으로 하여 訃告를 내니 출세한 자녀를 두지 못한 亡者는 죽어도 訃告란에 실릴 수가 없다.
冠婚喪祭(관혼상제)의 법도에도 맞지 않는 인간차별적인 訃告를 바로잡는 데는 글짜 서너 자가 더 들어가면 된다. '張建洙씨(宇星건설 회장)별세: 張吉東씨(우리내과 원장)부친=6일 밤11시 자택에서...'라고 쓰면 된다.

訃告에 대해서 또 하나 지적할 것이 있다. 요사이 이름을 한글로 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내가 익히 아는 친구의 이름은 金正秀인데 부고란에 '김정수'라고 쓰여 있다고 치자. 수많은 김정수가운데 그가 나의 친구인 그 金正秀인지 모르고 지나칠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의 이름을 한자로 기억하고 있을 경우 한글로 표기되면 내가 아는 그 사람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訃告의 이름은 반드시 漢字로 표기되어야 한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