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김한길부류를 政治모리배로 봅니다"

김한길의 후안무치한 폭로 방식은 한국의 어린 민주주의에 대한 추행이며 테러입니다.

이른 아침에 걷는 산책로에 진달래 꽃길이 있습니다. 분홍빛 진달래가 길게 늘어선 길에 접어들면 보행의 속도를 늦춥니다. 진달래에 더 가까이 다가서며 길을 걷습니다. 꽃길이 끝난 지점에서 뒤를 돌아봅니다. 걸어왔던 길을 다시 걷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왕복을 거듭합니다.



그런 순간이면, 아무것도 더 가진 것도 없고 더 출세한 것도 없는데 왜 행복해지는 것일까, 왜 가슴을 뿌듯하게 하는 기쁨이 채워지는 것일까…를 묵상해보곤 합니다. 진달래 꽃길에는 청결한 생기가 서려 있습니다. 그 기운이 마음을 맑고 차분하게 합니다. 마음이 맑아지고 차분해지는 것, 그것이 행복입니다.



때때로 오솔길 한 모퉁이에서 인간의 발길이 명백하게 닿았다는 흔적-쓰레기-을 목격할 때면 자연으로부터 얻었던 행복이 깨집니다. 산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철저한 이기주의입니다. 집으로 되가지고 가는 불편을 겪느니 차라리 산책을 나온 모든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게 낫다는 이기주의, 그 이기주의에서 살인과 전쟁의 전주곡을 듣습니다. 그래서 두통이 발생합니다.



5.31선거가 다가오는 국면에서 열린당의 김한길 대표가 “다음 주에 국민이 경악할 한나라당 인사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떠들었을 때, 더럽게 썩은 쓰레기가 떠올라 피곤했습니다. “한나라당 공천과 관련된 비리는 아니고 개인의 비리다. 공신력의 문제가 있어서 당내 확인작업을 거치고 있다…”



첫째, 아직 확인이 다 안 됐다는 것은 확실성이 없다는 소리였습니다. 확실성이 없다면 떠들 필요가 없습니다. 확인이 다 된 다음, 검찰에 고발하면 됩니다. 그리고 나서 떠들면 됩니다. 확실성도 없건만 ‘국민이 경악할 비리가 있다!’고 미리 떠드는 것은 이미 개소리였습니다. 그래서, 더러웠습니다.



둘째, 공천과 상관이 없다면 굳이 떠들 필요는 없습니다. 공천과 무관한 한나라당 인사의 비리를 지금 이 시점에서 굳이 폭로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인사와 5.31지방선거에 나온 인사의 정책능력이 무슨 상관입니까?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선거판을 더러운 쓰레기 싸움판으로 만들든 말든, 5.31지방선거에 나온 한나라당 후보와 그 인사의 비리를 엮어서 한나라당 후보의 이미지를 더럽히고 선거에서 재미를 보겠다는 양아치 꼼수일 뿐입니다.



그런 짓을 도덕과 개혁을 부르짖던 여당 대표가 미소를 머금은 얼굴을 빳빳하게 쳐들고 뉴스에 대고 외쳤으니, 저 인간도 정치판에서 몇 년 구르더니 아주 맛이 갔구나, 하는 생각에 구토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장춘 전 대사가 ‘노무현 정권이 한국의 어린 민주주의를 추행했다’고 질타했듯이, 김한길 방식은 한국의 어린 민주주의에 대한 추행이며 테러입니다.



일요일 오후, 열린당은 경악할 비리라는 것을 서둘러 발표했는데, ‘(2년 6개월 전) 이명박 시장이 테니스 동호회 회원들과 1박 2일의 야유회를 보낸 것’이 경악할 비리라는 거였으니, 그걸 경악할 비리라고 떠드는 열린당의 태도가 경악이었습니다.



모 대학 성악과 강사 등 일부 여성들을 별장파티에 데려가서 여흥을 즐겼다며 ‘여성’ 부분에 특별히 강조점을 두면서 ‘여흥’이라고 설명했는데, 의도가 뭡니까? 열린당의 남자 의원들이 여자가 포함된 모임에서 술이라도 몇 잔 걸치면 ‘파티’에 ‘여자’를 ‘데리고’ 가서 ‘여흥’을 ‘즐긴’ 행위가 되나요? 그런 식으로 묘사하면 쓰레기 같은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겠지요?



바로 그런 표현이야말로, 그 자리에 참석한 여성들에 대한 성추행이 아닌가요? 열린당의 정동영, 김근태, 김한길 등은 국회 앞에 집합하여 무소속 최연희 의원이 여기자를 성추행했다고, 격렬하게 성토한 적이 있는데, 그 성토의 진심이 ‘여성의 인격을 존중하자’는 것이었다면, 그런 표현을 함부로 입에 담지는 못했을 겁니다.



경악스럽지도 않은 것을 경악스럽다고 허풍치는 발표를 한 우상호 의원이 5.18기념식 후 여자 끼고 술 마시는 룸 싸롱에서 여흥을 즐기다가 운동권 후배인 임수경씨가 선배대접을 깍듯이 하지 않았다 해서 ‘이 X아, 니가 여길 왜 오냐’는 양아치 욕설을 내뱉은 것, 바로 그런 짓이야말로 경악할 부조리가 아닌가요? 김한길이 한솔 부회장이었던 조모씨로부터 1억을 받아먹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받아들였으나, 돌아보면 단절했어야 할 관행이었습니다”라고 변명한 것 또한 경악할 부조리가 아닌가요?



저는 김한길 부류를 정치 모리배로 봅니다. 김한길이 실업고에 가서 실업고생을 세심하게 배려해주고 있다는 듯이 강남의 잘 사는 집 아들과 비교하면서 실업고생이 불리하면 안 된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양극화 타령했을 때, 통탄을 금할 수 없었어요.



선거에서 재미를 보겠다는 목표 때문에 눈이 뒤집혔을 때에나 그렇게 이성을 잃은 짓을 할 거였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학생들의 인격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결코 그처럼 X같은 방식으로 말할 수는 없을 거였습니다.



김한길의 양극화타령은 실업고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폼을 쟀습니다만, 실질적으로 실업고생의 인격을 짓밟은 것이었어요. 사람은 어떤 측면에서든지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잘 난 사람과 비교하는 관점을 갖는 순간 반드시 상대적 박탈감과 질투심을 갖게 되고 불행에 빠지게 되는 법입니다. 어린 학생들이 굳이 잘 사는 집 아이들과 비교하여 열등의식을 갖게 하고 부자에 대한 적개심을 품게 한 것은 사특한 범죄였습니다. 나는 그 범죄를 용서하고 싶지 않습니다.



김한길이 선거를 앞두고 이런저런 저질 깽판을 칠 수 있는 것은 모두 노무현 대통령 탓이라고 봅니다.



이회창씨가 기업의 뭉칫돈을 받은 것은 처절하게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대선 당시 기업의 뭉칫돈은 쓰지 않고 있으며 오직 국민성금으로 돼지저금통으로 선거를 치른다고 자랑했던 노무현씨가 기업의 뭉칫돈을 받은 것은, 상대적으로 덜 먹었다는 이유로 전혀 심판을 받지 않았습니다. 기업의 뭉칫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깨끗한 선거를 치른다던 거짓말도 심판을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더 경악을 금할 수 없는 것은 경쟁후보에 대한 더러운 흑색선전 또한 전혀 심판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가정파괴범을 의인으로 둔갑시키고 테이프를 만들어 상대후보를 2개월 동안 집요하게 공격했던 테이프는 사기날조였습니다. 나는 그 테이프를 근거로 TV토론이 있었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찬조자는 “이전에는 도덕적인 문제였는데, 이제 법적인 문제가 되었다!”며 이회창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그 테이프를 인해 이회창씨의 이미지는 완전히 똥칠이 되었고 노무현 후보는 쏠쏠하게 재미를 봤는데, 선거가 끝난 후에야 그 테이프는 거짓말임이 판명되었습니다.



흑색선전의 근거를 제공한 김대업은 심판을 받았지만 노무현은 어떤 심판도 받지 않았습니다. 돼지저금통 사기극에 적극 가담했던 이상수는 한때 심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노동부 장관으로 출세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돼지저금통 사기극으로 노무현은 어떤 심판도 받지 않았습니다. 박빙(48.9% 대 46.6%, 1200만 표 대 1140만 표)의 선거에서 패배한 이회창씨와 한나라당만 처절하게 떡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흑색선전으로 상대후보를 공격해도 이기기만 하면 장땡이라는 선례가 뚜렷이 남아버렸습니다. 그래서, 김한길은 제 2의 김대업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겠지요.



정말 더러운 정치판입니다. 더러운 정치 모리배의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는 김한길을, 누군가가 오솔길에 널려있는 쓰레기와 똑같다고 비난한다 해도 저는 ‘사람을 어떻게 쓰레기라고 하냐’고 반박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솔길에 떨어진 쓰레기처럼 더러운 악취를 풍기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김한길처럼 내부의 거대한 들보는 덮어두고 외부의 사소한 티에만 경악하는 자세는 정치판을 더러운 진흙탕 싸움판으로 만들 뿐입니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정당의 중진이라 할지라도 비리가 드러날 때 엄격하게 자책하는 자세를 나타낸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 한나라당의 지도부의 방식이 더욱 돋보입니다. 오직,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오류를 먼저 엄격하게 반성하는 자세가 정치판을 진달래 꽃길처럼 청결한 생기로 채워지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생기를 선택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모든 선거에서 승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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