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 민주주의’ 의 본격 연구를 기대하며

황장엽 선생의 ‘민주주의 이념연구회’ 창립대회 격려인사:"황선생에게 배우겠다는 오늘의 현실이 우리의 초라한 자화상"
황장엽 선생의 ‘민주주의 이념연구회’ 창립대회 격려인사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

저는 오늘 사실 부끄러운 마음으로 여기에 섰습니다. 그 이유는 이 자리가 황장엽 선생님으로부터 민주주의를 공부해야 하는 우리 스스로의 자화상을 확인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언필칭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반면 북의 소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계급독재를 내세워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모태로 하는 수령독재가 지배하는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황장엽 선생님은 북한에서 온 분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북에서 온, 83년의 짧지 않은 생애에서 그 동안 대한민국에 와서 산 9년을 뺀 나머지 기간을 자유민주주의가 학살된 계급독재의 국가에서 살았던, 황장엽 선생님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배우고자 오늘 이 ‘민주주의 이념연구회’를 발족시키고 있는 것이 우리의 초라한 자화상인 것입니다.

이 같은 아이러니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황장엽 선생님으로부터 ‘인간중심 민주주의’를 배워야 할 충분하고도 필요한 이유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로 황장엽 선생님의 ‘인간중심 민주주의’는 이제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실패하여 이미 폐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땅에서는 아직도 살아 있는 공산주의 교리인 마르크스-레닌주의 그 자체의 모순과 오류를 밝혀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황 선생님의 ‘인간중심 민주주의’는 북한의 현실에 창조적으로 적용시킨다는 미명 하에 폭군 네로를 방불케 하는 폭정과 그러한 시대착오적 폭정의 세습을 정당화하는 사이비 이념체계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멋대로 왜곡하고 변질시켜 만들어 낸 북한판 주체사상의 허구성과 기만성을 고발하는 내용도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60년 전 대한민국은 사실상 무에서 출발한 결손국가였습니다. 그러한 대한민국이 그 동안 적화통일의 야욕을 접지 않는 북한으로부터의 끊임없는 도전을 뿌리치면서 성장과 도약을 계속하여 이제는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 있습니다. 그러한 대한민국이 지금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 동안 세계를 경악시켰던 압축성장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많은 부정적 측면들이 일시에 표면 위로 분출하여 대한민국의 안정적 운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가이념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가권력은 운동권 출신 ‘386’세대를 비롯한 ‘친북ㆍ좌경ㆍ반미’세력들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민주화’의 흐름에 편승하여 기존의 대한민국을 부정하여 말소시키는데 급급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의 안전을 담보해 주었던 현대판 ‘델로스’ 동맹인 한-미동맹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민족공조’라는 미명 하에 북한의 김정일 독재권력을 상대로 ‘친공ㆍ연북’을 꾀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북한은 2000년의 6.15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이미 “남조선을 ‘친공ㆍ연북’ 세력의 천하로 변화시켰다”고 호언하고 있습니다. “이제 남조선에서 반공ㆍ보수 세력에 비해 친공ㆍ연북 세력이 역량 상 우세를 차지하여 주류로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남쪽에서는 거리의 사람들 사이에 “아직 적화통일은 아니 되었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공산화되었다”는 무서운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황장엽 선생님의 ‘민주주의 정치철학’은 대한민국의 이같은 현실에 대한 경종이자 대안입니다. 황 선생님은 1949년부터 53년까지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론의 요람인 모스크바 국립대학에 유학하는 동안 마르크스-레닌주의의 한계와 모순을 깨우쳤고 그 결과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극복하는 철학체계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인간중심 민주주의 정치철학’입니다.

이 철학체계 속에서 황 선생님은 마르크스주의가 파산된 이념임을 다각도로 설파하고 있습니다. 이 체계 속에서 황 선생님은 ‘역사적 유물론’ㆍ‘계급투쟁론’ㆍ‘자본주의 모순론’ㆍ‘잉여가치설’ㆍ‘마르크스주의 변증법’ 등 마르크스주의 기본 명제들이 가지고 있는 모순과 허구성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이로 인하여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와의 대결에서 참패한 이데올로기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황 선생님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인간중심 민주주의’ 이념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이 있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또 하나의 ‘주체사상’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주체사상의 원본’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그 동안 접해 본 황 선생님의 ‘인간중심 민주주의’ 이념에 대한 그 같은 의혹은 사실이 아닙니다. 황 선생님의 ‘인간중심 민주주의’는 오히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본령인 개인중심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대립물의 통합’의 차원에서 집단중심 민주주의의 장점을 끊임없이 접목시켜 나가는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접근으로 이해됩니다.

개인중심 민주주의의 가치인 ‘정의’의 원칙을 토대로 하여 여기에 집단중심 민주주의의 가치인 ‘사랑’의 원칙을 접목시키는 데서 보는 것처럼 황 선생님의 ‘인간중심 민주주의’는 오히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에 그 토대를 두고 있는 것이고 이 같은 접근이 북한 땅에서 온 황 선생님에 의하여 시도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제 오늘 ‘민주주의 이념연구회’가 정식으로 창립됨으로 해서 황 선생님의 ‘인간중심 민주주의’ 이념은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차원에서 뿐 아니라 학문적 차원에서도 비판적 검토의 대상이 되게 되었습니다. 모처럼 오늘 창립되는 이 연구회에 가담하는 여러분께서는 여러분의 활발한 연구활동을 통해 황 선생님의 민주주의 이론과 이념에 대한 대한민국 사회의 건강하고도 생산적인 연구와 검토를 통해 이 나라의 이념적 혼돈을 극복하고 공산주의를,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그리고 북한의 사이비 ‘주체사상’을 거부하는 자유민주주의 신념체계가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 정리되고, 정돈되고, 확립되도록 하는 데 황 선생님의 이론과 이념이 큰 공헌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저의 부족한 말씀을 이만 줄이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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