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盧 발언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

“평택사태의 본질은 반미친북세력의 한미동맹 파괴”




지성(知性)이 실종된 사회

얼마 전 모 일간지에 ‘한국은 죽은 지식인의 사회’라는 컬럼이 실린 것을 보았다. 서울대 교수의 글이었는데 평소 나의 생각과 일치하고 있어 읽으면서 마음이 더 우울해졌다.

우리 사회에 지식인은 많다. 그 지식인이 죽은 것도 아니다. 또 우리 사회에 지식은 넘쳐나고 있다. 그러면 무엇이 죽었단 말인가. 정확히 지성(intelligence)이 죽어버린 것이다. 아니 지성이 실종되었다는 말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지식은 객관적 존재이며 몰가치(沒價値)이다. 그러나 지성은 인격적 존재이며 사물에 대한 비판과 판단의 이성(理性)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 지식은 넘쳐나고 지식인은 많은데 지성이 실종되었다면 어떻게 되는가. 사회는 혼란에 빠지고 나라는 표류(漂流)하게 된다. 이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은 없을 것이다.

지성의 역할은 모든 개인, 모든 분야의 몫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곳은 역시 대학과 종교 그리고 언론이다. 지성이 실종되었다면 바로 대학과 종교 그리고 언론의 역할이 마비되었다는 것을 뜻하게 된다.

평택사태가 심각하기만 하다. 그 본질은 우리 사회에 잠복해 있는 반미친북세력들의 역량이 한미동맹을 깨고 주한미군을 내쫒는데 있다. 그들이 평택의 한 폐교에 진을 치고 역량을 결집시긴지가 반년이 넘는다. 그 동안 정부는 무엇을 하였나. 그 동안 그들이 동원하여 쓴 돈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 돈은 어디에서 나왔나.

그 기나긴 기간 동안, 그리고 사태가 폭발한 지금까지 한국의 지성은 침묵하고 있다. 뭐, 그 사태가 농민과 당국의 충돌이라고?

이 사태를 촉발한 지도부가 모두 드러나 있다. 물론 드러나지 않은 배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간부들은 유유히 빠져나가 지금도 활개를 치고 있다. 그런데 행동대원들만 구속한다고? 또 그 자리에는 현역 국회의원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정치적 책임을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노 정권은 사회단체에 많은 돈을 지원한다. 이 투쟁에 참여한 단체에는 얼마의 돈을 지원하였는가. 그 돈이 이 폭력 활동에 쓰여 지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국민의 세금으로 죽봉을 만들어 경찰과 군인들을 폭행하고 한미동맹의 틀을 흔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아무도 이를 말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核)은 아무리 생각해도 동북아의 평화나 한반도의 통일을 위협하는 암적 존재이다. 암은 더 커지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 그래서 만든 협상테이블이 6자회담이다. 그러나 북한은 회담재개를 거부하며 시간만 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미국의 전략이 북한의 인권탄압과 달러위조를 부각시키며 압박을 구사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몽골을 방문한 한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아무 조건 없이 많은 양보를 하겠다고 말한다. 심지어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아무 조건 없이 한다고 선언한다. 양보와 지원을 아무 조건 없이 한다? 뭐 제도적 지원이라고? 나는 나의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나라의 운명을 쥐고 있는 대통령의 말이라니!

그의 말은 우선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 너희들이 북한을 압박하지만 우리들은 북한을 무조건 지원할 테니 그리 알아라. 북한의 인권이니, 달러위조 책임이니, 북핵 해결이니 그런 것은 미국 너희들의 관심일지 모르나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니 그리 알아라.

그의 메시지는 더 이어지고 있다. 미국 너희들이 뭐 북한의 체제를 바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어림없는 소리, 우리가 조건 없이 북의 제도를 지원할 테니 그리 알기 바란다. 북의 체제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미국 너희들도 이 점을 알기 바란다.

그가 생각하는 제도의 지원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북이 쉬지 않고 되풀이하는 ‘민족공조’, ‘우리민족끼리’, ‘한미동맹철폐’, ‘연방제 통일’.... 뭐 이런 것들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음으로 그의 말은 국민을 향한다.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에서 국민들이 가장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점은 우리가 그토록 지원했지만 무엇 하나 변화된 것이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원칙을 가지고 지원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이다.

그의 말은 이런 국민들에게 찬 물을 끼얹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아무 조건 없이 막 지원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세운 정권이 이렇게 해도 되는가. 그의 집권기간 동안 남북관계가 본질적으로 호전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북핵은 악화될 대로 악화되었고 나라의 고립은 심화되었다.

그런 정권이 임기가 다 끝나가는 이 시점에 이런 막무가내의 도발을 하고 있다. 그의 말이 나오자마자 내년 대통령 선거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국민들의 대응을 촉구하는 지성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표피적이고 일과성의 비판뿐이다. 이러다 저들의 도발이 실행으로 옮겨질 때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왜 우리 사회에서 지성이 실종되었을까. 어떻게 하면 그 지성을 다시 충만하게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제 이 문제에 대하여 용기 있게 해답을 찾아야 한다.

2006. 5. 11
이 인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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