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의 노모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50대에 북한에 잃어버렸던 아들. 이 아들 대신 사돈이 눈앞에 나타났다. 역시 딸이 북한에 납치된 기구한 사연의 일본인 사돈을 노모는 바로 보지 못했다.
터지는 보도진의 플래시 아래서 노모는 사돈의 손을 잡고 눈물만 흘렸다. 통역을 통해 들려오는 약 10년 아래의 일본인 사돈은 깍듯했고, 자상했다.
지난 1978년 고교 1학년 때 군산 앞바다에 있는 선유도 해수욕장에 놀러갔다가 납북된 김영남(당시 17세)씨의 모친 최계월씨, 이보다 한 해 앞선 1977년 일본 니가타현(新潟縣)에서 하교 중 피랍된 요코다 메구미(橫田惠·당시 13세)씨의 부친 요코다 시게루(橫田滋·73)씨는 16일 오후 서울에서 이렇게 만났다. 각각 아들과 딸을 잃어버린 지 28년과 29년 만에 자식보다 먼저 사돈의 얼굴을 보았다.
일본의 장인은 사위가 대한민국 출신이라는 것에 감사했다. “영남이가 북한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라서 이렇게 만나 뵙게 돼 다행입니다. 우리 가족들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 너무나 기쁩니다.” 시게루씨는 외손녀를 떠올렸고, 딸의 시어머니에게 다시 감사했다. “사돈 어른, 우리 메구미와 영남이가 서로 사랑하고, 예쁜 혜경이까지 낳았잖습니까? 혜경이는 착하고 건강하고 참 좋은 아이입니다. 우리 혜경이를 이렇게 키워준 영남이에게 감사하고, 사돈께 감사드립니다.”
최씨가 말을 잇지 못하고 계속 눈물만 흘리자 누나 영자(48)씨가 대신 답례했다. “혜경이 사진을 보니 따님을 닮아 예쁜 것 같습니다.”
현해탄을 건넌 두 사돈은 결혼식 예물을 교환하듯 선물을 꺼냈다. 시게루씨는 납북자들의 조속한 송환 염원을 담은 장식품과 거울 등을 최씨에게 건넸고, 최씨는 도자기 찻잔 세트를 건넸다. “찻잔을 보며 우리가 가족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겠습니다.”
행사 도중 내내 눈물을 훔치던 최씨는 사돈과 잠시 떨어지자 속에 품은 얘기를 참은 숨을 불어내듯 말했다. “내가 많이 아파. 영남이 때문에 걱정도 많았고, 사돈이라면 어렵지. 또 외국인 사돈이라면 더 어렵지. 그래도 이렇게 실제로 얼굴을 직접 보니까 사람이 겁나게 좋게 생겼어. 안심이 돼.” 엷은 미소를 띤 채 최씨는 말했다. “누가 사돈하고 손을 잡나? 그래도 보니까 손을 꼭 잡게 되더구먼.”
거의 30년 만에 아들과 딸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던 두 사돈의 만남은 약 세 시간 만에 끝났다.
손을 부여잡은 사돈들은 서로 당부했다. “건강하세요. 꼭 건강하셔야 자식들 얼굴도 보고, 우리 손녀 혜경이 얼굴도 보지요. 그리고 조만간 영남이와 메구미도 돌아와 우리 가족 모두가 한 자리에서 만나요.”
안준호기자 libai@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