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폭력 대신 언어폭력…피의자들 “죽고 싶었다” 토로. 검찰총장, 폭언검사 경고하기도…
15일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석안(朴石安) 전 서울시 주택국장이 검찰에서 강압적인 수사를 받았다고 유족들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의 수사 관행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벌써 9명째 자살
현 정부 출범 후 검찰수사 도중 자살한 사람은 9명으로 늘어났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2000년 ‘정현준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장래찬 전 금융감독원 국장이 자살한 사례가 있었으나, 유독 현 정부 들어 피의자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첫 사례는 정몽헌(鄭夢憲) 전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으로, 2003년 8월 4일 새벽 현대그룹 본사 12층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대북 불법송금과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대검 중수부에서 세 차례 조사받은 직후였다.
2004년에는 안상영(安相英) 전 부산시장이 수뢰 혐의로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조사를 받고 부산구치소로 내려간 직후 목을 매 자살했고, 두 달 뒤 박태영(朴泰榮) 전남지사도 수뢰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 한강에 투신해 자살했다. 두 경우 다 검찰조사 직후 또는 직전이어서 수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이 죽음의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뒤따랐다.
◆폭언 등 정신적 가혹행위는 여전?
박 전 국장의 죽음과 관련해 검찰은 “폭언·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대검의 수사 책임자는 “강압 수사할 형편도 아니었고, 당시 조사를 받았던 서울시 관계자도 전혀 그런 얘기는 없다고 했다”고 했다. 박씨의 변호인도 “조사 후 검찰에서 폭언이나 위협을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씨의 유족들은 박씨가 검찰조사 후 모멸감을 호소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겠다” “당신이 부이사관 자격이 있는 사람이냐” “처남과 한방(감방)에 넣어 주겠다”…. 지인들이 전하는 말이고, 현재로선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지만 사실이라면 ‘언어폭력’ 수준이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과정에서 고문(拷問)이나 잠 안 재우기 같은 물리적 폭력은 없어졌을지 몰라도 언어폭력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작년 모 검찰청에서 뇌물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한 피의자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놨다. 대학교수 경력을 갖고 있는 이 피의자는 “철문으로 닫힌 조사실에 들어서자 오금이 저릴 정도로 긴장됐는데 수사관들이 ‘너 같은 쓰레기를 잡으려는 게 아니다’고 추궁했을 때는 정말 죽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엔 인천지검에서 검사가 피고소인에게 폭언을 해 검찰총장이 경고를 한 사례도 있다. 또 이달 들어 검찰의 론스타 비리와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은 론스타코리아 직원이 병원으로 후송된 사례를 놓고도 조사과정과 관련한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피의자 자살 왜 반복되나?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는 식의 수사 관행이 ‘원인(遠因)’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어 뇌물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의자의 다른 ‘여죄(餘罪)’를 캐내 혐의를 자백 받으려는 수사 방식은 피의자들을 ‘자포자기’ 상태로 내몰아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 본안과는 별개의 여자문제, 개인비리 등을 찾아내 압박할 경우 ‘실체적 진실’ 발견과는 별개로 ‘수사과정의 정당성·적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의 경우, 처남 및 처남과 거래한 사람들을 자꾸 소환한 것도 엄청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최경운기자 codel@chosun.com
15일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석안(朴石安) 전 서울시 주택국장이 검찰에서 강압적인 수사를 받았다고 유족들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의 수사 관행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벌써 9명째 자살
현 정부 출범 후 검찰수사 도중 자살한 사람은 9명으로 늘어났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2000년 ‘정현준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장래찬 전 금융감독원 국장이 자살한 사례가 있었으나, 유독 현 정부 들어 피의자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첫 사례는 정몽헌(鄭夢憲) 전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으로, 2003년 8월 4일 새벽 현대그룹 본사 12층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대북 불법송금과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대검 중수부에서 세 차례 조사받은 직후였다.
2004년에는 안상영(安相英) 전 부산시장이 수뢰 혐의로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조사를 받고 부산구치소로 내려간 직후 목을 매 자살했고, 두 달 뒤 박태영(朴泰榮) 전남지사도 수뢰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 한강에 투신해 자살했다. 두 경우 다 검찰조사 직후 또는 직전이어서 수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이 죽음의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뒤따랐다.
◆폭언 등 정신적 가혹행위는 여전?
박 전 국장의 죽음과 관련해 검찰은 “폭언·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대검의 수사 책임자는 “강압 수사할 형편도 아니었고, 당시 조사를 받았던 서울시 관계자도 전혀 그런 얘기는 없다고 했다”고 했다. 박씨의 변호인도 “조사 후 검찰에서 폭언이나 위협을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씨의 유족들은 박씨가 검찰조사 후 모멸감을 호소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겠다” “당신이 부이사관 자격이 있는 사람이냐” “처남과 한방(감방)에 넣어 주겠다”…. 지인들이 전하는 말이고, 현재로선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지만 사실이라면 ‘언어폭력’ 수준이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과정에서 고문(拷問)이나 잠 안 재우기 같은 물리적 폭력은 없어졌을지 몰라도 언어폭력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작년 모 검찰청에서 뇌물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한 피의자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놨다. 대학교수 경력을 갖고 있는 이 피의자는 “철문으로 닫힌 조사실에 들어서자 오금이 저릴 정도로 긴장됐는데 수사관들이 ‘너 같은 쓰레기를 잡으려는 게 아니다’고 추궁했을 때는 정말 죽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엔 인천지검에서 검사가 피고소인에게 폭언을 해 검찰총장이 경고를 한 사례도 있다. 또 이달 들어 검찰의 론스타 비리와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은 론스타코리아 직원이 병원으로 후송된 사례를 놓고도 조사과정과 관련한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피의자 자살 왜 반복되나?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는 식의 수사 관행이 ‘원인(遠因)’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어 뇌물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의자의 다른 ‘여죄(餘罪)’를 캐내 혐의를 자백 받으려는 수사 방식은 피의자들을 ‘자포자기’ 상태로 내몰아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 본안과는 별개의 여자문제, 개인비리 등을 찾아내 압박할 경우 ‘실체적 진실’ 발견과는 별개로 ‘수사과정의 정당성·적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의 경우, 처남 및 처남과 거래한 사람들을 자꾸 소환한 것도 엄청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최경운기자 cod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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