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을 쓴 노사모 대표가 詩人이라는데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한 여성 지도자의 비극에 대해 이런 식의 글을 쓰지는 않을 것이란 기자의 생각은 너무 순진한 것인지
[chosun.com 생각] 이게 얼굴을 칼로 그인 여성에 대한 시인의 글?

‘노사모’(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노혜경(盧惠京) 대표는 이미 세 편의 시집을 낸 시인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도덕성 논쟁을 두고 “시인의 타락은 말의 타락이다”라고 주장한 이다. ‘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나 악랄하게’라는 산문집도 냈다. “삶과 언어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해 온 그가 21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을 두고 네티즌들이 놀랄 만한 글을 남겼다.
노 대표는 이날 “성형수술 실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우리나라이고, 처음에 17바늘 꿰맸다더니 60바늘 꿰맸다는 것을 보면 성형도 함께 한 모양입니다. 아마 흉터 없이 나을 거예요”라는 글을 노사모 홈페이지 블로그에 올렸다. “하마터면 경동맥을 자를 뻔했다니 정말 큰일날 뻔했다’고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라고도 썼다.

기자가 조선닷컴을 통해 이를 보도하자, 그는 이 글을 수정해 올렸다. “이 부분을 어떻게 읽어보아도 제가 박 대표의 피습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한 줄을 어딘가 뉘앙스 있게 읽고 싶은 분들이 많으신가 봐요”라고 덧붙였다. 조선닷컴이 보도한 기사는 노 대표의 글을 조사까지 그대로 인용한 것이었다.

이 날 노 대표는 모두 5개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모두 박 대표 피습사건 관련 글이다. 첫번째 글은 ‘박근혜 대표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나쁜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그러나 반나절 뒤 그는 노엄 촘스키까지 들먹이며 “‘박근혜 60바늘 꿰매’라는 제목만 봐도 ‘성형수술도 했다’라고 보도하지 않았다. 문법을 비트는 것은 정치적으로 사악한 그룹들이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수단이다”라고 썼다.

노 대표의 글을 소개한 조선닷컴의 기사가 보도되자 ‘재미있는 조선일보’란 글을 다시 올리고, “성형수술 했다는 게 무슨 부끄러운 짓입니까?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박근혜 대표가 성형하지 말고 흉터 있는 얼굴로 돌아다녀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입니까?”라고 적었다.

이날 오후 11시경 노 대표는 5번째 글을 썼다. 일종의 ‘사과문’ 성격도 담은 글이었다. “성형수술이라는 말의 뉘앙스가 어떻게 들릴 것인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제 불찰이 있습니다. (중략) 단어 선택이 적절치 못한 점(이용 가능하게끔 말했다는 점)을 원론적으로 인정해요. 그러나 실제로는 남의 말을 따다가 쓰는 언론의 태도가 본질적인 문제라는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조선일보가 왜곡했다’는 노 대표의 글에 대해 네티즌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의 블로그엔 수십개의 의견이 올라왔다. 포털사이트에는 400여개, 조선닷컴 기사에는 14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사람이 다쳐 누워있는데,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느냐”, “테러 후 받은 수술을 두고, 60바늘이니 17바늘이니 따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노 대표의 주장으로 본다면 이 네티즌들은 모두 ‘조선일보의 악의적 기사를 제대로 읽지 않은 이’들일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우리 말의 적절한 쓰임새를 시인인 그는 정말 몰랐을까.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한 여성 지도자의 비극에 대해 이런 식의 글을 쓰지는 않을 것이란 기자의 생각은 너무 순진한 것인지. 노 대표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도 지켜야 하는 것 아닌지, 한번 더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송혜진기자 enav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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