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과 직업외교관의 비애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제기되어도 모르는 척하려니 얼마나 힘든 일인가? 국제사회에서 왕따 되기 십상이다.
햇볕정책과 직업외교관들의 비애


金錫雨 전 통일원 차관

최근 보도에 의하면 중앙인사위원회가 조사한 정부 49개 부처의 승진인사 공정성 평가에서, 외교통상부와 통일부로부터의 불만이 1, 2위로 가장 높았다고 한다. 각각 74%와 59%가 불만이었다.


불만의 원인은 물론 복합적일 수 있으나, 對北정책을 다루는 두 부서의 인사 불만이 이례적으로 높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양 부서 직원들 대부분은 그들이 하는 일의 중요성, 국가에 대한 공헌을 최고의 긍지로 알고 밤늦게까지 일하고도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6·25전쟁 후의 폐허 속에서 안보와 경제발전을 이룩한 역군으로 자부해 왔다. 희망이 없는 후진국에서 선진국을 겨냥할 정도로 국력을 신장하고, 북방외교를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북한의 상시적 위협에서 벗어나게 하고, 국내에서 민주주의를 성취한 데 따른 자긍심으로 국제사회에 가슴을 내밀고 다니기도 하였었다.

특히, 외교관들은 어려운 경쟁을 통해 선발되었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 2~3년을 해외 대학에서 연수하고 근무의 절반을 해외에서 국제인으로서 활동한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김대중정부 이후의 대북 ‘햇볕정책’으로 인한 혼돈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소위 내재적 접근론과 같은 허구로 북한정권 구하기에 진력하고 있는 정책결정 실세의 주장에 질질 끌려가면서 어찌 갈등을 느끼지 않겠는가?

북한의 비위를 거스르면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위협론으로, 쌀이며 비료며, 인권이며 모든 것을 북한정권이 원하는 대로 도와주고 있으니, 심지어 중국의 지인(知人)들로부터 점잖게 조롱을 받기도 한다. “급한 것은 북한 쪽인데, 왜 남한 쪽이 앞서서 갖다 주는가?”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제기되어도 모르는 척하려니 얼마나 힘든 일인가? 국제사회에서 왕따 되기 십상이다.

북한정권이 핵개발과 상징물 건설에 낭비하는 경비 중 2억 달러만 돌려도 부족식량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왜 우리 남쪽에서 식량, 비료를 매년 무작정 지원해야 하는가? 그것은 북한주민의 상태를 개선하기보다는 북한정권의 수명만을 연장해 주는 것이 아닌가?

확실한 것은 한국동란 이후 50년간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된 것은 공고한 한미동맹이 있었기 때문이지, 對北 유화정책 때문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햇볕정책 8년에 북한의 상태는 별로 변화한 것도 없고, 남한의 대북원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밖에 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정권 구하느라고, 한미 관계와 한일 관계만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

50년 걸려 쌓은 것을 수년 사이에 부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연면하게 이어나갈 우리 국가의 이익에 얼마나 해(害)가 되는 일을 하고 있는가이다.

제대로 된 고위직이라면 자리를 걸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 바른 건의를 하는 것이 마땅하건만, 우리 수준에서 그 정도까지 기대하는 것은 사치일 수 있다.

그러기에 결국 국익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코드에 잘 맞추는 인사들이 판을 치고, 대부분의 건전한 생각을 가진 전문가들은 불만 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그 해결책은 對北정책의 근본적 손질에 있다. 그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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