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 NLL 양보 가능성 높다

'한 치의 땅도 양보할 수 없다'는 국토수호의지 절실
흉노의 모돈 선우, 여진의 누르하치는 '한 치의 땅도 양보할 수 없다'는 정신으로 무장
 노무현 정권은 남북관계 개선 명목으로 NLL재설정 요구하는 북한에 양보 가능성 높아
'땅은 나라의 근본, 한 치도 내 줄 수 없다.'(모돈 선우)




흉노의 모돈(冒頓) 선우(單于 ; 왕)는 진(秦)나라의 장군 몽염의 공격으로 일시 쇠퇴했던 흉노를 부흥시킨 명군이다.

모돈 선우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직후, 당시 북방의 강국이던 동호(東胡)의 왕이 사신을 보내 선대(先代) 선우가 타던 천리마를 달라고 요구했다.

모돈 선우는 신하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신하들은 말했다.

'천리마는 흉노의 보마(寶馬)입니다. 주지 마십시오.'

그러나 모돈 선우는 '어찌 다른 나라와 이웃하여 살면서 말 한 필을 아끼겠는가?'라며 천리마를 동호 왕에게 보냈다.




동호왕은 모돈 선우가 자신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고만장해진 동호왕은 얼마 후 다시 사신을 보냈다. 그는 이번에는 모돈 선우의 애첩 가운데 한 명을 달라고 요구했다. 모돈 선우는 신하들의 의견을 물었다. 격분한 신하들은 '동호가 무도하여 이 따위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마땅히 군사를 일으켜 동호를 쳐야 합니다'라고 청했다. 하지만 모돈 선우의 생각은 달랐다.

'다른 나라와 이웃하여 살면서 어찌 여자 하나를 아끼겠는가?'

결국 모돈 선우는 애첩 하나를 동호 왕에게 보냈다. 동호 왕은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흉노와 동호 사이에는 1000여리에 달하는 버려진 땅이 있었다. 흉노와 동호 중 어느 쪽에 속해 있는지도 불분명한 이 땅에는 상대의 동태를 감시하기 위한 양측 초소들이 드문드문 있을 뿐이었다.

모돈 선우를 한껏 얕보게 된 동호 왕은 사신을 보내 그 땅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했다.

'흉노가 우리와 경계하고 있는 곳은 감시 초소 밖에는 없는 버려진 땅이다. 흉노에서는 진출할 수 없는 땅이니, 우리가 그 땅을 가지고자 한다.'

이번에도 모돈 선우는 신하들의 의견을 물었다. 몇몇 신하들이 말했다.

'그 땅은 버려진 땅이니 동호에게 줘도 무방합니다.'

아마 그 신하들은 모돈 선우가 동호 왕에게 천리마와 애첩을 순순히 내 주는 것을 보고, '모돈 선우는 동호와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양보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모돈 선우는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땅이란 것은 나라의 근본이다. 어찌 한 치의 땅이라도 남에게 내 줄 수 있단 말이냐?'

모돈 선우는 동호에게 땅을 내 줘도 좋다고 말한 신하들을 모조리 베어 죽였다. 이어 모돈 선우는 말에 올라 흉노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뒤처지는 자가 있으면 모두 베어 죽일 것이다!'

모돈 선우는 그 길로 군대를 이끌고 동호를 기습했다. 천리마도, 애첩도 내주는 모돈 선우를 한껏 얕보고 있던 동호는 흉노가 침공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모돈 선우의 기습을 받은 동호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멸망당하고 말았다.




“내 나라를 그대에게 나누어 줄 수 없다.”(누르하치)




17세기 초, 만주 지역의 여진족들은 크게 건주-해서(호륜)-장백-동해 여진 등 네 개 세력으로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명(明)나라가 여진족들을 통치하기 위해 대략적으로 나누어 놓은 구분일 뿐, 각각의 세력은 다시 여러 개의 부족으로 나뉘어 상쟁(相爭)을 일삼았다.

그러던 차에 건주여진에서 일세의 영웅이 나타났다. 후일 청(淸)나라의 시조가 되는 누르하치가 바로 그 사람이다. 누르하치는 먼저 건주여진 내의 다른 부족들을 차례로 흡수하면서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이때 해서여진 중에서 가장 강력한 엽혁부에서 사신을 보내왔다. 엽혁부는 “우리는 같은 말을 쓰는 같은 집단 아닌가? 그러니 영토도 서로 융통해 가면서 쓰자.”고 제안해 왔다. 겉으로는‘우리 민족끼리’를 내걸고,‘융통’을 빙자한 사실상의 영토 할양을 요구해 온 것이다. 엽혁부의 제안을 들은 누르하치는 호통을 쳤다.

“나는 즉 만주(건주여진)요, 그 쪽은 해서여진이다. 그대의 나라가 클 지라도, 나는 감히 그대의 나라를 빼앗으려 하지 않고 있다. 내 나라가 클 지라도, 그대에게 나누어 줄 수 없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같은 언어를 쓰는 같은 집단'을 내세우는 해서여진의 논리에 대해, 누르하치가 '나는 즉 만주요, 그 쪽은 해서여진'이라면서 '그대의 나라'와 '내 나라'를 분명히 구분했다는 점이다. '우리 민족끼리'라는 환상에 빠져, 대한민국도, 태극기도 망각하고 있는 자들에게 주고 싶은 말이 아닐 수 없다.








‘NLL 재설정’고집하는 북한




북한은 25일로 예정됐던 남북한의 경의선-동해선 철도시험운행을 앞둔 23,24일 국방부와 통일부로 전화통지문을 보내 시험운행 취소를 통보해 왔다. 북한은 국방부에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서해상 충동 방지 같은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떤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再)설정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에 앞서 16~18일 열렸던 남북 장성급 회담은 NLL문제 때문에 아무런 합의도 보지 못하고 결렬됐었다.

이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북측은 '서해 5개 섬에 대한 남측의 주권을 인정하고 섬 주변 관할수역 문제도 합리적으로 합의, 가깝게 대치하고 있는 수역의 해상군사분계선은 반분(半分)하고 그 밖의 수역은 영해권을 존중하는 원칙에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는 일견 북측이 일방적으로 해상분계선을 설정하고, 남측에게는 서해5도로 가는 좁은 수로(水路)만 내주겠다던 기존의 주장에서 대폭(?)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무현 정부는 지난 3월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북측이 ‘NLL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한 후, ‘NLL에 대한 종합적 재검토’에 들어갔었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절대 NLL 재설정을 전제로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북한이 제의했으므로 어떤 방안들이 있을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해보자는 차원일 뿐'이라고 강조했었다.

노무현이 몽골 방문 중이던 지난 9일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고 한다”고 하자, ‘NLL에 대한 종합적 재검토’와 연관지어 ‘노무현이 말한 그 양보 가운데 NLL 문제가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국방부 등을 중심으로 NLL을 영토문제로 간주하면서, 쉽게 양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 위해 NLL 양보 가능성 높아




하지만 문제는 5-31지방선거 이후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나면, 현 집권 세력은 내년 대선(大選)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 현재 논의되거나 진행 되고 있는 재일민단과 조총련의 화해(?), 노무현의 몽골 발언, 남북철도 연결, 김대중 방북(訪北), 남북정상회담 등은 모두 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정권은 북한이 그동안 요구해 온 ‘3대 장벽 철폐’(▲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 ▲ 서해 NLL(북방한계선) 변경 ▲ 참관지 제한 철폐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수용할 수도 있다.




나는 그 중에서도 이 정권이 양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NLL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미동맹의 파기로 이어질 수 있는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이나, 참관지(김일성 혁명 사적지 등) 제한 철폐-국가보안법 폐지는 미국 및 국내 보수세력의 거센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에 NLL 문제는 일반 국민들이 많이 체감하는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우리의 영해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휴전협정에서 규정하지 않았던 남북해상군사분계선을 남북한 합의에 의해 합리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제1,2차 서해교전과 같은 남북한 간 해상무력충돌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남북한 간의 긴장을 틈타 중국 어선들이 불법 침입해 서해의 꽃게들을 싹쓸이해가고 있는데, 그보다는 우리가 NLL문제를 양보하고 남북한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해 남북한 어선들이 사이좋게 꽃게잡이를 하면 남과 북 모두에게 좋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문제를 호도하기도 쉽다.




그러나 북한이 ‘NLL 재설정’을 고집하는 것은 6-25 전쟁 이래 그들이 한번도 실질적으로 지배한 적도 없고, 지배할 능력도 없는 바다를 억지와 궤변으로 확보하려 드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이 ‘남북철도연결 시험운행’의 전제조건으로 ‘NLL 재설정 논의’를 들고 나온 것은 값을 세게 불러도 너무 세게 부른 것이다.

단지 ‘남북철도연결 시험운행’의 댓가로 ‘NLL 재설정 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면, 김대중이 경의선 열차를 타고 평양을 방문하거나, 남북한 철도를 실질적이고 항구적으로 연결시키려면 무엇을 얼마나 더 양보해야 할까?

아마 그 경우에는 북한에 서해5도 인근 해역의 상당 부분을 떼어주고 남북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방향으로 NLL을 재설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정부가 무슨 말을 하든 ‘NLL에 대한 종합적 재검토’운운하는 것부터가 이미 북의 논리에 말려들어 북에 NLL을 대폭 양보할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정부가 NLL을 굳건히 지킬 의지만 있다면, 북한이 무슨 새로운 제안(?)을 하건 ‘NLL에 대한 종합적 재검토’라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NLL 문제에 대해 일방적 조치를 선언하거나 무력도발을 자행하는가 하면, 돌연 종전 주장에서 진일보(?)한 제안을 내놓는다고 해서 ‘NLL에 대한 종합적 재검토’를 한다면, 일본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해양조사선을 보내 도발을 하다가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자”고 제안해 오면 그때도 ‘독도문제에 대한 종합적 재검토’를 할 것인가?

만일 그랬다가는 그 정권은 국민들의 분노 때문에 하루도 지탱하지 못할 것이다.




NLL 양보는 치명적 안보 위협




NLL 문제는 기본적으로 ‘영토문제’다. 그 바다와 서해5개 도서는 6-25당시 황해도와 평안남북도 출신 반공유격대가 피 흘려 확보했고, 해군과 해병대와 서해5도민들이 불퇴전의 결의로 지켜 온 땅이다. 그 바다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젊은 해군 장병들이 피를 흘린 것이 불과 4년 전이다.




1939년 9월1일, 제2차세계대전 발발을 알리는 첫 포성을 울린 것은 독일 해군 훈련함 슐레스비히-홀슈타인호였다. 개전 며칠 전부터 친선 방문 차 폴란드의 단치히항에 머무르고 있던 슐레스비히-홀슈타인호는 작전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함포를 단치히시로 돌려 포탄을 퍼부었던 것이다.

북한에 NLL문제를 양보하고 서해5도서 인근해역에 남북공동어로구역을 설정했다가, 꽃게잡이 어선으로 가장해 평화롭게 조업을 하던 북한 선박들이 무장선박으로 돌변해 서해5도로 향하는 항로를 차단하거나, 인천 앞바다를 봉쇄한다면, 우리의 해상안보는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소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NLL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흉노의 모돈 선우는 동호와의 화친을 위해 천리마도, 애첩도 아끼지 않았지만, 영토문제가 나오자 '땅이란 것은 나라의 근본이다. 어찌 한 치의 땅이라도 남에게 내 줄 수 있단 말이냐?'라며 전쟁도 불사했다.

여진의 누르하치는‘우리 민족끼리’를 내걸고 땅을 ‘융통’하자고 달려드는 엽혁부를 향해 “내 나라가 클 지라도, 그대에게 나누어 줄 수 없다”고 호통을 쳤다.

지금 대한민국의 위정자, 군인, 국민들에게 묻고 싶다.

“그대는 지금 모돈 선우나 누르하치가 그랬던 것처럼‘한 조각의 땅도 양보할 수 없다’는 투철한 국토수호의지를 갖고 있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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