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고/동남아 떠도는 脫北者들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겠나, 중국에서 그렇게 가슴조이며 사느니 남조선에 가다가 죽고 싶었다”

지난 주,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다녀왔다. 미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들이 있다고 해서 도움을 주려고 갔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도움을 받은 쪽은 나였다. 그들, 탈북자들과 내가 만났던 지점이 동남아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도를 펼쳐보면 중국을 벗어나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북쪽에는 몽골과 카자흐스탄이 위치하고 있고 남쪽에는 파키스탄과 네팔,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접해있다. 우리가 흔히 동남아지역이라고 이야기하는 그 아래 동남쪽에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와 태국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에서의 남한 행은 불가능한가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수는 일부 민간단체들의 추산에 근거해 10만에서 20만 사이를 들락거리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는 아직까지 나와 있지 않다. 최근 들어 4만에서 5만이라는 숫자가 등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과학적으로 집계된 통계와는 거리가 멀다.

지능로봇에 의한 우주정복이 현실화 되고 있는 마당에 산수적 통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탈북자들이 처해 있는 현재 상황은 열악하다. 명백한 것은 한 명이 되었든, 백 명이 되었든 중국과 제3국에서 떠돌고 있는 탈북자들은 잠재적인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는 것, '국내 입국을 원하는 제3의 탈북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도 대한민국으로 입국하기 위해 처절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 1차 진입로는 중국의 대도시들에 위치한 대한민국(혹은 일본을 비롯한 타국) 영사관이나 국제학교, 국제기관들로 잠정 집계돼 있다. 2차 진입로는 천진이나 대련을 비롯한 중국 내 국제 항만들과 어선들을 이용한 남한행이다. 세 번째 노선, 이른바 꿈의 탈출은 천만원 정도의 거금이 필수인 비행기 편이다.

이 모든 것은 대부분 현지 도우미들의 직간접적인 방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지난 4월 중국 공안은 '국경에 대한 불법 입출국자들과 그들을 돕는 자들을 엄단한다'는 내용을 법에 추가했고, 그에 근거하여 탈북자들에 대한 단속,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탈북자들의 남한 행을 돕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현지 도우미들의 진언이다.

심각한 것은 영사관이든 항만이든, 비행장이든 '국경선' 접근을 시도했다가 붙들리는 경우는 백퍼센트 중국 공안에 의해 강제 北送된다는 것, 그렇게 자유를 찾아 또 한 번의 목숨 건 탈출을 시도했다가 북한으로 끌려가는 탈북자들의 수를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알지 못할 뿐더러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 오늘날 비정한 대한민국의 진면모이다.

동남아에서의 탈출은 가능한가

그렇다고 해서 중국 내에서의 한국행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 중국의 북경, 상해, 청도영사관과 국제시설들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하는 탈북자들의 수는 일 개월 단위로 오십여 명을 상회하고 있으며 공관과 시설을 향한 탈북자들의 진입 방법은 기상천외한 수순을 밟고 있다. 그 기상천외한 방법을 소화해내지 못하거나, 현지 도우미들을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노선, 즉 몽골과 동남아에로의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서두에 언급된 중국의 북쪽 노선에서 카자흐스탄이 제외되는 이유는 간단한 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카자흐스탄 정부가 탈북자들의 남한 행을 허락한 바 없기 때문이다. 몽골의 경우는 반신반의하고 있지만 한때는 한 해 입국 탈북자의 30퍼센트가 몽골을 경유해 들어 왔다는 것을 탈북자들은 알고 있다. 또 이들을 현지에서 안내하는 도우미 대부분이 저들의 체험했던 이른바 '몽골루트'를 통해 후배 탈북자들을 안내하고 있으므로 '中-蒙 국경에서의 체포 위기'를 피해간다.

하지만 몽골국경을 넘어선 다음의 수순은 전적으로 개개인의 '운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과 인접한 몽골 국경의 거의 전 지역이 사막으로 형성되어 있어 국경을 넘은 탈북자들이 스스로 몽골 국경지역의 군인들을 찾아가야 하는 형편이다. 국경지역의 몽골군 지휘관들은 상급부대의 지휘와 통제 속에서 탈북자들을 울란바토르로 호송하거나 혹은 중국 측으로 넘기고 있다.

또 다른 탈북자들은 미얀마와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들어간다. 베트남을 거쳐 캄보디아로 숨어드는 경우도 있다. 네팔과 인도는 중국 쪽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혹시 중국 측 국경을 무사히 넘는다고 해도 네팔의 경우 히말라야 산맥의 정상을 넘어야 한다. 모 일간지에 소개된 바도 있지만 이러한 동남아 탈출은 어림잡아 4000~5000㎞의 험난한 노정을 헤쳐야 한다.

한번죽지 두번 죽겠나, 죽더라도 한국에 가서 죽겠다

여섯 명, 여섯 명, 또 다른 다섯 명…이번에 필자가 만나본 탈북자들은 각각 다른 도우미들의 안내를 받아 동남아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도우미들은 다른 사람들의 탈북을 위해 루트가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반면, 탈북자들은 한결같이 최소한의 정보라도 있었더라면 혼자서라도 중국을 탈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겠나, 중국에서 그렇게 가슴조이며 사느니 남조선에 가다가 죽고 싶었다”는 것은 중국생활 9년차인 정문선 아주머니의 이야기다.

“조선일보 탈북자 사이트와 탈북자동지회, 백두한라회 등 탈북자들의 홈페이지를 매일처럼 들락거리며 정보를 수집해 왔지만 뾰족한 길을 설명하는 사람이 없더라. 사실 길만 제대로 알면, 혼자서라도 올수 있는 길이다. 우리가 무슨 일인들 못해 보았는가?”

그러는 그들이지만 막상 도우미가 곁에 없으면 당황해 한다. 한 발자국도 도우미들과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탈북자들의 불안한 눈동자에서 7년 전, 중국을 탈출하기 위해 밀항을 시도하다가 중국공안에 체포되어 하늘을 우러러 운명을 개탄하던 자신의 처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라오스까지 왔다가 경찰에 붙들려 중국으로 이송되었었다던 29살의 명심이, 다시 베트남으로 왔고, 이제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로 가려한다는 명심이와 그 동행자들과 함께 눈물겨운 한 끼 식사를 나누었다. 중국보다는 체포의 위험이 배로 감소된 지역이었지만 근심이 어찌나 많은지 눈언저리가 아주 까맣게 타 버린 내 고향 누이들이었다.

라오스까지 왔다가 경찰에 붙들려 중국으로 이송되었었다던 29세의 명심이, 다시 베트남으로 왔고, 이제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로 가려 한다는 명심이와 그 동행자들과 함께 눈물겨운 한 끼 식사를 나누었다. 중국보다는 체포의 위험이 절반으로 감소된 지역이었지만 근심이 어찌나 많은지 눈언저리가 아주 까맣게 타 버린 내 고향 누이들이었다.

그렇게 '자유'가 그리운 사람들, 그렇게 사는 것 자체가 두렵던 사람들이 나였고, 너였고, 탈북자 우리 모두가 아니었던가. 우리가 두렵고 떨리던 지난날을 있고 산만큼 자유를 향한 탈북자들의 행보는 멀고 힘겨워지는 것은 아닌가. 브로커로 몰리고, 브로커 단체로 매도당하면서도 끝끝내 탈북자들의 국내입국을 돕고 있는 고마운 분들에게 마음으로부터의 경의를 표하며 짧지만 길었던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탈북자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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