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환 기자의 수용소 추억, 北 박승진 감독

그가 수용소內 특수감옥서 지낼 때 “먹었던 벌레 중에서 바퀴벌레가 가장 맛있었다”고 말해 그의 별명이 바퀴벌레가 됐다.

▲북한잡지에 소개된 축구영웅 박승진 압록강체육단 축구팀 감독


박승진 감독의 사진을 보니 20년 전 보았던 젊음의 모습은 사라지고 힘든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며 어렵게 산 모습이 그대로 묻어난다.

66년 월드컵경기에 후보 선수로 참가해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휘슬과 동시에 킥오프된 공을 가로채 그대로 슈팅해 경기시작 23초 만에 골을 뽑아낸 박승진 선수의 활약은 북한 인민들을 환호의 도가니 속에 몰아넣었고 그를 일약 축구스타로 만들었다. 신영규, 박두익 등 북한 축구영웅들이 이룩했던 8강의 신화는 남북한을 통틀어 우리 민족이 이룩한 기적이었다. 때문인지 북한 사람들이 축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런 축구영웅이 요덕수용소의 정치범으로 끌려왔을 때,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서툰 노동을 도와주기도 하고 일부는 그냥 영웅의 강제노동을 지켜봐야 했다.

1980년대 중반쯤 요덕수용소 3작업반 도로 공사장에서 야간 3교대 작업을 하면서 다리건설에 정치범들이 동원됐었다. 그때 박승진 감독도 정치범의 한사람으로 작업에 참여했었다.

“박승진이 저기 있다”는 누군가의 외침에 아이들은 환호하며 그에게 몰려갔다. 진짜 박승진이 맞는지 질문이 쏟아졌고 왜 여기까지 왔냐고 사람들은 안타까워했다.

박승진 감독은 그냥 쓴 웃음만 지을 뿐 대꾸하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축구 이야기는 재밌게 들려주었다. 8강의 신화를 이루었던 잉글랜드 축구는 기적이 아니라 특수부대식 강력한 훈련을 통해 나왔다는 것, 당시 북한 팀은 유럽의 어느 팀과도 견줄 수 있는 최강의 팀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흥분할 때의 모습이 엊그제 같다.

그 이후 수용소에서 박승진의 이야기는 많은 정치범들 속에서 회자됐다.

그가 왜 수용소 내의 특수감옥에 끌려갔는지는 모르겠다. 그곳에는 보위원에게 반항하거나 남녀관계를 가진 사람, 수용소 內 곡식을 포함 물건을 훔친 사람들이 수감된다. 영화 ‘빠삐용’과 똑같은 지하 감방에 수감되면 아무리 건장한 사람도 폐인이 된다.

다리를 굽히고 같은 자세로 하루 종일 앉아있는 고문은 매달아놓고 때리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다. 3개월이면 관절이 망가지고 엉덩이가 썩어나간다.

박승진 감독은 그곳에서 쥐며느리, 왕지네, 바퀴벌레 등 벌레까지 잡아먹으면서 배고픔을 견디어 냈다. 그는 “먹었던 벌레 중에서 바퀴벌레가 가장 맛있었다”고 말해 그의 별명이 바퀴벌레가 됐다.

박 감독처럼 강인한 체력을 소유했기 때문에 그런 감방에서도 견뎌낸 것이다. 그후, 그는 요덕수용소 수감생활을 마치고 현역에 복귀했다.

윤명찬 전 북한축구팀 감독은 박승진, 공시학 등 북한의 유명한 축구선수들이 요덕수용소에서 풀려난 후 선배, 후배들이 모두 도와서 평양까지 끌어올렸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지금 박승진 감독은 압록강 체육단 축구팀을 맡고 있다. 박승진 감독은 축구 영웅이기 전에 요덕수용소의 특별감방을 이겨낸 영웅이기도 하다. 북한의 축구가 지금처럼 망가지게 된 것은 김일성-김정일의 책임이 절대적이다.

8강신화의 영웅들을 모두 지방으로 내쫓고 수용소에 보내놓고 나중에 일부를 복귀시켜 해봐도 한번 끊어진 대를 있기는 쉽지 않았다고 윤 감독은 이야기한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 출전한 북한 축구팀이 모두 패하고 돌아오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화가 불같이 치밀어 “이길 때까지 외국에 나가지 말라”라고 지시를 내려 북한축구팀의 전력은 더 악화됐다.

결국 북한의 축구는 김父子에 의해 모두 망가진 셈이다.

월드컵 중계료도 내지 못해 남한에 구걸하는 김정일 정권을 보면 참 서글픈 마음마저 든다. 어쩌다 내가 살았던 저 북한 땅이 인민에게 축구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나라로 변했다는 것이 수치스럽다.

축구든 뭐든 특단의 변화가 없는 북한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승진 감독의 마지막 투혼을 기대하며 북한 축구도 남한과 함께 4강 8강의 신화를 다시 만들어볼 그날을 기대해 본다.

[강철환,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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