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의 여론 조작을 경계한다

"마르크시즘을 옹호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5·31 선거 결과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는데,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선거가 우리 사회에서 반공이 더 이상 의미를 갖고 있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는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의 주장이다. 신지호가 한나라당에 가서 그런 말을 하더니 6월15일에는 홍진표가 동아일보에 그런 내용을 기고했다.

홍진표는 “극단적 반공주의 또한 통제와 독선의 어두운 상징으로 남아 버렸다. 이미 사회주의 실험의 역사적 실패가 명확해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위협을 근거로 그 필요성을 말하지만 북한정권은 이미 사회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마피아와 유사한 범죄집단일 뿐”이라고 했다.

그가 말한 ‘극단적 반공주의’가 도무지 무엇을 말하는지도 알 수 없거니와, 왜 지금 그런 말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이런 주장을 하려면 어떤 단체나 누구누구가 ‘극단적 반공주의’라고 지칭해야 하는데, 그런 말은 못하고 선문답(禪問答) 방식으로 일관해서 왠지 여론을 조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극단적 반공주의’가 있으면 ‘합리적 반공주의’도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그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신지호는 아예 ‘반공’이 필요 없다고 그랬는데, 그렇다면 신지호의 ‘반공’과 홍진표의 ‘극단적 반공’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들의 정신적 스승인 안병직 교수는 공산주의까지 포용하는 다양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으니, ‘3인3색’(3人3色)인 셈이다.

홍씨는 북한이 마피아 같은 범죄단체에 불과하고 사회주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홍씨는 작년 말에 나온 ‘지성과 반(反)지성’에서도 그런 주장을 했다. 홍씨는 북한을 반대하는 것은 북한이 공산주의라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 등 아주 초보적 잣대만 가지고도 용납할 수 없는 체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북한에 더 이상 사회주의 체제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비(非)공산주의적 체제이고, 김정일은 전제와 악행을 일삼는 마피아적 폭군이며, 마르크스주의자라 할지라도 김정일을 비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지성과 반지성’을 읽다보면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과는 달리 홍씨는 사회주의는 물론이고 마르크시즘을 옹호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심지어 북한이 ‘실패한 공산체제’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김정일 집단을 마피아에 비유한 것도 우습다. 마피아는 보복살인을 일삼았지만 수백만 명을 살해하고 또 다른 수백만 명을 굶겨 죽이는 일은 하지 않았다.

김정일 집단을 겨우 마피아에 비유하는 것은 이들의 죄악상(罪惡相)을 희석시키는 것이다. 홍씨는 마오쩌둥이 말했다는 “조사하지 않으면 발언하지 말라‘라는 구절을 자주 인용한다. “언어를 교란하라”는 등 마오쩌둥의 어록(語錄)은 혁명을 위한 지침서로서는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주사파(主思派)에서 전향했다는 사람이 마오쩌뚱을 인용하는 것은 왠지 개운치 않다.

반공은 필요 없으며 공산주의를 포용해야 한다는 홍씨나 안 교수 등이 보아야 할 책이 한 권 있는데, ‘공산주의 흑서(黑書)(The Black Book of Communism)’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유럽의 학자 몇몇이 펴낸 방대한 저작인데, 영어판은 1999년에 하버드 대학 출판부에서 나왔다.

저자들은 공산주의는 그 자체가 범죄라면서, 러시아 중국 한국 쿠바 캄보디아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공산체제에 의한 학살 테러 압제를 상세하게 분석해 놓았다. 저자들이 책의 서문에서 지적했듯이 이런 작업이 필요한 것은 지도자들이 전범(戰犯)재판을 받고 처단된 나치 독일의 경우와 달리 스탈린, 마오쩌뚱, 김일성 등 공산주의 독재자들은 단죄(斷罪)되지 않아 그들에 대한 심판이 미흡했고, 서방의 진보주의자들이 자기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원래 공산주의는 괜찮은 것이라는 식으로 진실을 왜곡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흑서’의 저자들의 결론은 단호하다. 공산주의는 그 자체가 범죄라는 것이다.

‘지성과 반지성’에서 홍씨가 한 말 중에 흥미로운 부분이 한군데 더 있다. 홍씨는 그들이 하는 북한민주화 운동을 체 게바라의 공산혁명 수출에 비유했다. 북한 민주화는 북한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왜 주사파였던 그들이 그런 운동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는 데, 홍씨는 “체 게바라는 아르헨티나 출신인데 쿠바 혁명에 참가했고, 결국 볼리비아 혁명에 참가했다가 사형을 당하지 않습니까 ?”라고 반문한 것이다.

카스트로가 혁명을 일으킬 당시 쿠바는 부패한 정권에 의해 썩을 대로 썩은 상태였다. 하지만 카스트로의 공산혁명은 엄청난 학살을 초래했고, 그로 인해 오늘날 쿠바는 가장 못사는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다. 체 게바라는 낭만적 혁명가가 아니라 잔학한 인간백정(白丁)이다.

1955년 멕시코에서 카스트로를 만난 게바라는 그를 따라 쿠바에 밀입국해서 공산혁명에 가담했다. 혁명군 지휘관으로서 그는 잔인성으로 악명을 날렸다. 혁명군을 따르던 소녀가 음식을 훔치자 그 자리에서 총살해 버리기도 했다. 카스트로가 이끄는 혁명군이 쿠바를 장악한 후 게바라는 검찰총장이 되어 대량학살을 총지휘했다. 구(舊) 체제 인사들 뿐 아니라 쿠바 혁명이 민주주의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했던 혁명 동료들도 게바라에 의해 처형됐다. 쿠바의 악명 높은 집단수용소는 게바라가 고안해 낸 것이다.

게바라는 제2의 쿠바를 남미에 건설하고자 볼리비아에 잠적했지만 볼리비아의 농민들은 그를 추종하지 않았고, 결국 1967년 10월 볼리비아 정부군에 의해 잡혀서 처형당했다. 게바라를 영웅시하는 것이 좌파의 병적(病的) 증상임을 생각하면, “뉴라이트는 결국 좌파”라는 말이 보다 설득력을 갖는 것은 아닐까.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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