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증언: "이 영화는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趙甲濟 기자의 증언
다음은 2006년 4월1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던 영화 '그때 그 사람들' 영화상영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재판에 趙甲濟 조갑제닷컴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한 내용 全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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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증인신문조서(2006. 3. 16 제4차 변론조서의 일부)

사건 2005가합 16572 영화상영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등

증인 조 갑 제

주민등록번호 461109-1xxxxxx

직업 월간조선 기자

주소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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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 판사

증인에게 선서의 취지를 명시하고 위증의 벌을 경고한 다음 별지 선서서와 같이 선서를 하게 하였다.

원고 대리인

1.문: 증인은 1971년부터 기자업무에 종사하여 왔고, 조선일보에 입사하여 조선일보 기자, 월간조선 편집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주)월간조선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고 관훈언론상을 수상한 바 있지요.
답: 지금은 대표이사가 아니가 월간조선 기자로 재직 중입니다.

2.문: 증인은 이 사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고인(박정희 前대통령)의 시해사건인 10. 26. 사건에 관하여 1987년 “유고 1, 2” 2005년 “박정희의 마지막 하루”라는 3권의 책들을 저술한 바 있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3.문: 증인은 위 “유고 1, 2”를 저술하기 위해 7년여 간 약 500명 이상의 사람을 만났고, 위 “박정희의 마지막 하루”를 저술하기 위해 또한 추가적으로 많은 자료를 읽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4.문: 특히 위 “박정희의 마지막 하루”에서는 위 10. 26.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2명의 여성 중 1명인 신재순과 1997년에 만나 인터뷰를 한 내용도 담겨져 있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5.문: 증인은 이 사건 영화를 본 사실이 있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6.문: 증인이 보기에 이 영화는 10. 26. 사건을 전후하여 벌어진 일들을 시간에 따라 묘사하고 있으며, 중요한 사건들은 당시 벌어진 실제상황들과 대부분 정확히 일치하지요.
답: 기본설정은 일치하는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7.문: 예컨대 이 영화 DVD의 영어자막을 보면 도입부에서는 “This film is based on true story: the assassination of President Park junghee'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증인은 그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답: 예, 그렇습니다.

8.문: 고인은 1979년 10. 26. 낮에는 아산만 방조제를 시찰하고 왔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9.문: 실제상황에서 고인은 시찰을 위한 헬리콥터 안에서 주위 각료들에게 추곡매입가 결정에 대한 농민의 반응을 묻고, 쌍안경으로 지상을 시찰하면서 반월공단의 입지에 대해서 말하였으며, 초가집을 없애는 사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10.문: 영화에서 고인과 주변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묘사된 “물개이야기”는 고인이 했던 이야기는 아니고 이는 고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당시 떠돌던 정일권 장군의 이야기로 알고 있습니까.
답: 당시 그 헬리콥터 안에 타고 있던 사람 중 제가 만난 김계원 비서실장이나 농수산부 장관 이희일을 통해서 취재한 바로는 당시 물개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그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박대통령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11.문: 당시 헬리콥터에서 물개이야기는 없었던 것이지요.
답: 제가 확인한 바로는 당시 헬리콥터 안에 있었던 시간이 약 30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두 사람의 증언에 의하여도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으며, 평소 박대통령은 그런 이야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12.문: 영화에서 궁정동 술자리에 6명이 참석하였고, 구성원이 고인, 중앙정보부장, 경호실장, 비서실장, 여성 2명으로 구성된 점은 실제상황과 일치하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13.문: 영화에서 술자리가 병풍으로 둘러쳐진 방에서 벌어진 점, 영화에서 술자리의 각 인물의 좌석배치 또한 실제상황과 일치하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14.문: 그러나 실제상황에서 당시 술자리에서 여가수가 부른 노래는 “그때 그 사람”과 고인의 요청에 따라 부른 “눈물 젖은 두만강”이었지요.
답: 그 외에 차지철 실장이 “도라지”, “나그네 설움”이라는 노래를 불렀고, 마지막에 총격이 있는 순간에는 신재순이 “사랑해 당신을”이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15.문: 따라서 영화에서 위 술좌석에서 가수가 일본 가요인 “엔카”를 불렀다는 것은 허위이거나 픽션이지요.
답: 예, 일본 노래를 부른 것은 없었습니다.

16.문: 이 사건 영화의 DVD에 수록된 감독의 코멘터리(해설)부분을 들으면 감독 또한 “가수가 그 자리에서 엔카를 불렀다는 것은 허구이다”라고 진술하고 있는데, 증인은 이에 대하여 알고 있습니까.
답: 제가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 중 생존자를 모두 만났는데, 김계원, 심수봉, 신재순, 김재규의 법정 진술 기록 중 그 어디에도 그 자리에서 일본 노래를 불렀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17.문: 실제상황에서 김재규가 고인의 살해를 실행하기 전에 박선호를 만난 자리에서 박선호가 “각하도 포함입니까”라고 묻자 김재규는 간단하게 “응”이라고만 말했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18.문: 따라서 영화에서 김재규가 고인의 살해를 실행하기 전에 박선호를 만난 자리에서 박선호가 “할아버지(고인)도 포함됩니까”라고 묻자 김재규가 “포함? 그게 직격 목표물이야, 차실장은 덤이고”라고 말한 것은 전혀 허위이지요.
답: 예, 그런 말은 없습니다.

19.문: 실제상황에서 김재규는 고인에게 총을 겨누고 “각하 이 따위 버러지 같은 자식을 데리고 정치를 하니 똑바로 되겠습니까”라고 말하며 1탄을 발사하였습니까.
답: 예, 그렇습니다.

20.문: 실제상황에서 김재규가 고함을 치면서 경호실장을 쏜 후 약4초간의 여유동안 고인은 “뭣들 하는 거야”라고 소리친 후 그냥 눈을 감고 정좌한 채 가만히 있다가 김재규의 총탄을 가슴으로 받고 “난 괜찮아”라는 말을 두 번 하였을 뿐이지요.
답: 그 장면이 약 4초라는 것은 조금 긴 것처럼 느껴지고 약 2초 정도 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박대통령이 “난 괜찮아”라는 말을 하게 된 것은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 차지철이 김재규가 고장난 총을 버리고 새 총을 구하기 위하여 밖으로 나간 사이에 문을 열고 박대통령을 부축하고 있던 두 여자를 향하여 “각하 괜찮습니까”라고 하였을 때 맨 처음으로 박대통령이 “난 괜찮아”라고 하였고, 그 뒤에 박대통령의 등 뒤로 피가 솟는 것을 손으로 덮고 있던 신재순, 심수봉 두 사람이 “각하 괜찮습니까”라고 하자 박대통령이 “난 괜찮아”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21.문: 증인이 저술한 “박정희의 마지막 하루”를 보면 위 신재순은 “박정희 대통령은 총을 맞고 피를 쏟으면서도 ‘난 괜찮아’를 또박또박하였는데, 이는 ‘난 괜찮으니 자네들은 어서 피하게’라는 뜻으로 생각되었고, 이에 대해 신재순은 “일국의 대통령이시니까 역시 절박한 순간에도 우리를 더 생각해 주시는구나 생각했다”라고 말하였지요.
답: 예, 신재순이 끝까지 피를 흘리는 박대통령을 안고 있었고, 심수봉은 그 직전에 먼저 뛰어나갔는데, 박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였다는 것은 신재순이 아닌 바로 문 밖에 나가 있었던 김계원에게 들었는데 “난 괜찮으니까 자네들은 피하게”하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22.문: 그 뒤 김재규는 다시 총을 찾아와 경호실장을 총격하고 총을 고인의 머리에서 약 50센티미터 가까이 대고 1탄을 발사하여 고인을 사망하게 한 것이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23.문: 영화에서 김재규가 고인을 시해하면서 “다카키 마사오”라고 부른 것은 전혀 실제상황과 다르고, 김재규가 고인의 머리를 낚아챈 것도 사실이 아니며, 고인에게 일본말로 “죽으면 다 쓰레기인 거요”라고 말한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지요.
답: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당시 그 자리에서 있었던 대화는 여러 사람에 의해서 증언이 되고 목격이 되었기 때문에 숨소리 하나도 기록이 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신재순의 증언이나 김계원이 저에게 한 이야기, 김재규의 법정 진술 등을 합해보면 그런 말은 한 마디도 나온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24.문: 나아가 영화에서 고인이 김재규에게 “또 쏠라꼬?”라고 말하거나 김재규에게 애원하듯이 쳐다보면서 “한방 묵었다 아이가”라고 말하는 장면도 허구일 뿐만 아니라 인격모독적인 의도의 표현으로 보지요.
답: 그것은 없었던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인격모독적인지의 여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저의 생각은 10. 26. 사건은 18년 정권이 끝나고 전두환, 노태우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에 우리 현대사에서 30년을 결정한 아주 의미 있는 사건으로써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박대통령의 죽음이고 박대통령의 마지막 죽음은 초인적인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없었던 상황을 이런 식으로 만들어서 가장 의미있는 역사의 한 순간을 아주 저질스럽게 표현한 부분 때문에 인격모독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저는 그것보다 박대통령 뿐만 아니라 거기에 등장한 김재규, 김계원 등도 모두 인격모독을 받은 것이고 대한민국 국가 지도부의 명예가 사실과 다르게 표현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5.문: 시해사건 당시의 실제상황에 대해 관계자들의 진술이 어느 정도 일치하지 않는 면이 있다고 해도 적어도 “다카키 마사오”, 고인의 머리를 움켜쥐고 뒤로 젖힌 부분, “또 쏘려고”라고 말하는 부분은 그러한 사실을 진술한 사람 또는 문헌은 전혀 없으며, 이는 허위 또는 픽션인 동시에 인격권침해의 의도가 명백한 표현이지요.
답: 저도 그 장면을 유심히 보았는데, 일본 노래를 부르지 않았는데 일본 노래를 불렀다거나 박대통령이 총을 맞고도 전혀 피하지 않는 자세로 “난 괜찮아”라고 하면서 돌아가신 아주 초인적인 상황에 대하여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후세에 전해주어야 할 장면이라고 생각하였는데 그 상황을 이런 식으로 사실에 없는 조작을 통해서 등장인물들을 우스꽝스러운 사람들로 만들고 의미있는 역사적 사건을 하나의 저질 코미디의 소재로 만든 것이 무슨 의도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격권침해에 대하여 명백한 의도가 있는지를 떠나서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는 대한민국 국가 지도부 또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6.문: 위 사건이 벌어진 후 김재규가 체포되고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되자 최규하 총리, 신현확 부총리, 노재현 국방장관 등은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가서 고인의 시신을 확인하였지요.
답: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이 되었다기보다 비상 국무회의를 하다가 과연 박대통령이 돌아가셨는지를 확인하고 진행하여야 할 것이냐는 반론이 있었기 때문에 최규하, 신현확, 노재현, 김성진 등이 대표로 병원에 가서 시신을 확인하였습니다.

27.문: 따라서 위 영화에서 국무위원들이 고인의 시신을 확인한 것은 실제상황과 일치하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28.문: 그러나 실제상황에서 국무위원들이 고인의 시신임을 확인할 때에는 고인은 치료용 침대 위의 하얀 시트에 싸여 있어서 당시 병원 원장이 시트를 걷어 사람들에게 고인의 얼굴을 보여주어 고인의 시신임을 확인하였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29.문: 따라서 영화에서처럼 고인의 시신이 나신으로 국무위원들에게 공개된 것도 아니고, 영화에서 고인의 시신의 특정 신체부위에 모자를 올려놓은 것 역시 허구이고 인격모독의 저의가 있는 표현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답: 그 상황에 대하여도 영화를 본 사람으로서 저의 느낌은 가장 인간을 추하게 만드는 장면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였는데, 물론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더구나 그 자리에서 바로 군인들이 경계를 부치면서 최규하 권한대행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최규하가 헌법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취임하는 것처럼 한 상황도 없었던 일인데 국가 대사를 벌거벗은 사람 앞에서 치르는 것 같은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하여 유감이 좀 있었습니다.

30.문: 이 영화의 상당부분이 사실과 정확히 일치하며 예컨대 김재규가 최초 저격시 그 총이 고장난 점, 전기가 나가 불이 꺼진 점, 차실장이 도망친 점, 그래서 김재규가 박선호로부터 총을 건네받아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가는 점 등은 실제로 있었던 사실과 일치하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31.문: 위와 같이 이 영화 중 사실과 부합하는 부분은 당시의 상황이 세부까지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으면서 고인의 인격 모독적 부분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허위의 장면이 부분부분 삽입되어 있지요.
답: 골격은 사실이지만 그 내용 중 박대통령에게 유리하거나 호의적인 것이 많은데 이를 조작이라고 할지 왜곡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은 모두 빼버리고 포장과 내용물이 다르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32.문: 증인은 위 책들을 쓰면서 관련자 수백 명을 만나고 입수 가능한 문헌들을 모두 조사하여 당시의 실제상황에 비추어 이 영화의 내용 중 어떤 부분이 허구이고 어떤 부분이 사실인지 누구 못지않게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답: 누구 못지않다는 것은 제가 할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10. 26. 사건이 워낙 중요한 사건이고 재미도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 제가 3~4권의 책을 쓰는 과정에서 많은 취재를 하여 그 사건의 진행과정이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도 많은 취재를 한 것 같고, 김재규가 박선호와 박흥주에게 동참을 권유한 다음 민주주의를 위해서라고 한 말은 제가 수사기록을 뒤지다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되어 제가 쓴 기사에 포함시켰던 것인데, 그런 부분과 관련하여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제가 쓴 책도 참고로 하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33.문: 그러나 10. 26. 사건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기성세대 또는 1979년 이후에 출생한 젊은 세대들이 위 영화를 보았을 경우 과연 위 시해장면 중 어떤 부분이 사실이고 어떤 부분이 허구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답: 일본 노래 정도는 불렀을 것이라고 추측을 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과 픽션이 혼합되어 있기 때문에 구분이 잘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34.문: 그렇다면 이 영화는 일부분에서 가장 세밀한 부분까지 사실과 정확히 일치하며, 다른 부분에서는 전혀 허위의 사실을 묘사해 일반인으로서는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사실인지 정확히 구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지요.
답: 허구로 보기보다 사실로 보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10. 26.이라는 자막이나 삽교천 등 상황자체의 형식의 틀이 사실에 입각해 있기 때문에 일반 영화 관람자가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사실인지 알아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는 허구와 사실이 정확히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 그 영화를 사실로 믿을 가능성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5.문: 이 사건 영화의 경우 김재규의 저격 장면에 한정시켜 보았을 때에도 사실인 부분과 허구인 부분이 섞여 있는 것은 분명하지요.
답: 거의 대부분이 사실이지만 박대통령이 총을 맞으면서 전혀 피하지 않고 “난 괜찮아”라는 말을 하였다는 것이 아주 의미있는 것인데 생명을 구걸하는 식으로 바꾸어 버렸고, 김계원이 대통령 앞에서 누워서 여자와 수작을 하는 장면까지 보여주어서 국가 지도부 내에서는 상하관계도 없다, 그야말로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한 부분은 사실이 아니고 그 외 나머지 부분의 전체적인 설정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36.문: 허구인 부분은 증인이 알기로는 암살현장에서조차 너무나 의연하고 초인적인 모습을 보인 고인을 대체로 희화화시키거나 비굴한 인간, 왜색 짙은 인간으로 묘사한 것이지요.
답: 영화에 등장하는 박대통령은 실제 박대통령과 전혀 반대되는 쪽으로써 박대통령은 공개적인 석상에서 일본말이나 일본 노래를 잘 부르지 않는데 일본 노래를 습관적으로 부르는 사람으로 되어 있고, 가장 비굴한 인간으로 되어 있으며, 죽을 때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를 끝까지 유지한 분임에도 마치 술에 취해서 흐느적거리는 사람처럼 추하게 그려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37.문: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에서도 고인의 모습이 심각하게 왜곡되어 묘사된 장면이 하나 둘이 아니지요.
답: 물개이야기나 일본 노래를 청해 들었다거나 생명을 구걸하였다거나 술에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였다거나 일본말을 상습적으로 사용하였다거나 하는 것들입니다.

38.문: 더군다나 위와 같이 왜곡된 모습이 사실과 부합하는 것인지, 감독의 창작이 들어간 허구인지 일반인들은 잘 알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답: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39.문: 그렇다면 위와 같이 비굴하고 부패하며 왜색문화를 동경하는 듯한 대통령의 모습이 사실인지 아닌지 일반인들로서는 쉽게 구별하기 힘들겠지요.
답: 구별하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 그렇게 믿을 가능성이 큽니다.

40.문: 앞에서 증인은 이 사건의 영화 DVD의 영어자막 도입부에서 “This film is based on a true story: the assassination of President Park junghee”라는 자막을 본 사실이 있다고 하였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41.문: 그렇다면 위 영어자막은 “이 영화는 실제로 있었던 일, 사실에 근거한 것입니다”라는 뜻이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42.문: 위 영어자막에 따르면 이 사건의 영화의 내용은 100% 실제 사건과 일치한다는 말이 되는데 어떻습니까.
답: 영화를 볼 때 사실이라고 오인하지 말라는 주의가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왜 사실에 기초하였다고 하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43.문: 그런데 피고들조차 이 사건 영화의 상당부분이 감독이 만들어낸 허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증인도 위 영화의 상당부분이 허구임을 분명히 알고 있는데, 위와 같이 자막을 넣은 것은 잘못된 것이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44.문: 한국 현대사에 대해서 전공을 하거나 10. 26. 사건당시 한국 주재 외국특파원이 아닌 바에야 과연 외국인 중 우리나라 10. 26. 사건에 대해서 이 영화를 보고 사실부분과 허위부분을 가려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요.
답: 예, 어렵다고 봅니다.

45.문: 해외영화제에 출품, 해외에 판매 또는 해외에서 방영된 이 사건 영화의 영어자막 또한 위와 같은 내용으로 처리되었을텐데, 그렇다면 위 영화를 본 외국인 중 영화의 어떤 부분이 허위이고 어떤 부분이 사실인지 가려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요.
답: 예, 물론입니다.

46.문: 그렇다면 위 영화는 위 영어자막에 비추어 볼 때 대한민국의 역사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그에 따라 고인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고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려는 명백한 의도를 갖고 제작된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까.
답: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는 단순히 박대톨령 한 사람에 대한 악의적인 의도가 아니라 거기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을 마약을 먹거나 술에 취하거나 리얼리스트나 비겁자라는 식으로 그려놓았고, 특히 육군 본부 방카에서 군인들이 하는 일이나 정승화가 러닝셔츠 바람으로 무지막지한 이야기를 하는 등 군인들을 희화화한 것을 보면 이는 박정희 개인에 대한 것보다 오히려 대한민국에 무슨 유감이 있는 사람들이 만든 영화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고, 이 영화를 해외에서 보았을 때 한국에 대하여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1960~1970년대 한국 근대화를 주도하였던 사람들은 이 정도의 사람들이구나 하고 왜곡된 한국관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됩니다.

47.문: 현재 고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기는 하지만 고인은 일반인으로부터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대통령으로 알고 있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48.문: 이 사건 영화는 고인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있다고 봅니까, 아니면 고인의 모습을 왜곡하고 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만한 사실들을 적시하고 있다고 봅니까.
답: 박대통령이 잘 죽었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의연하게 죽었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진지하게만 묘사를 하였더라면 그야말로 재미도 있고 흥행에도 성공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사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드라마틱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 결과가 우리국민들 전체에게 장기간에 걸쳐서 영향을 주어서는 안되기 때문에(조갑제 注: '장기간에 영향을 준 사건이기 때문에'가 잘못 적혀 있음)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저는 개인적으로 박대통령이 그때 그 자리에서 그런 식으로 잘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 사건은 엄숙한 사건임에도 한 마디로 쓰레기로 만들었기 때문에 현대사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저로서는 그 부분이 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9.문: 이 사건 영화에서 고인은 아무런 개성이 없는 들러리의 주변인물로 등장하는 것으로 보입니까, 아니면 주연들 못지않은 시선을 끄는 인물로 등장하는 것으로 봅니까.
답: 그 영화에서 몇 분 정도 나오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10. 26. 사건을 다루면 박대통령이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박대통령이 여러 장면에 걸쳐서 나오기 때문에 모든 스토리가 박대통령을 중심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습니다.

50.문: 고인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볼 때 영화를 보는 일반인들은 주연배우인 김재규(백윤식), 박선호(한석규)에 못지않게 고인에 대해서도 유심히 볼 수밖에 없게 되어 있지요.
답: 예, 그렇습니다.

[이때 증인에게 을 제2호증을 제시하고]

51.문: 이 영화의 제작사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위와 같은 자료를 참고하였다고 하며, 위 자료에는 증인의 “유교” 또한 포함되어 있는 바, 증인은 위 목록의 도서들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답: 제가 쓴 것 이외에는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습니다.

52.문: 위 자료들은 10. 26. 사건에 대한 중립적이고 기초적인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봅니까, 아니면 일방적인 평가가 들어간 자료들이 많다고 봅니까.
답: 그 부분은 제가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는데, 10. 26. 사건과 관련하여 이미 경과의 발표가 사실적으로 잘 되었고, 재판과정에서 제가 쓴 책 외에도 여러 권이 나왔으며, 신문이나 잡지에 기사로도 나온 것으로 보아 이 사건의 진실만큼 제대로 투명하게 공개된 사건이 없기 때문에 어떤 기록을 참고하였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 이 영화를 준비한 사람들이 자료조사를 잘 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제가 쓴 것 중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부분인데 민주주의를 위하여 라거나 김재규가 총을 쏘고 가슴이 타니까 주전자 채로 물을 마시는 장면은 아주 디테일한 부분인데 그것까지 묘사한 것을 보면 자료가 모자라서 또는 왜곡된 자료 때문에 이런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53.문: 증인의 증언과 같이 거의 더 밝혀질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자료가 나와 있는데 그런 자료들을 근거로 영화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이 사건 영화와 같은 영화가 나오게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까.
답: 기본설정은 상응하지만 등장인물들은 다른 상황으로 나옵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다 긴박하고 술자리에서도 국가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자리에서 김재규가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저격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 영화를 제대로 만든다면 진지하고 긴박하고 결연한 영화가 되어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와 반대로 어떠한 사람도 진지하거나 정의감을 가지거나 정상적인 사람이 없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54.문: 증인이 보기에 이 영화의 제작진들이 많은 자료를 조사한 것으로 보이고, 이 영화가 진지하고 긴박한 영화가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영화가 된 점은 자료의 부족보다는 제작진의 의도나 기도 때문에 왜곡된 영화가 나온 것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입니까.
답: 제작진의 방침에 의해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지, 자료가 부족해서 이런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법원주사 조현진
재판장 판사 조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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