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으로

서해교전 4주기 추도식에 다녀와서
2000년 6.15선언이 있은 뒤
 불과 2년만에 북한은
 발포를 한 것입니다.
 
 그래도 이 한반도에 평화가 왔습니까?
 6명의 귀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으로 묻습니다.
어제는 서해교전 4주기,
솔직히 마음도 심란하고
아무리 바빠도 그대로 넘길 수는 절대로 없기에
해군본부에서 하는 추모식에 갔다 왔답니다.
정식추모식이 끝난 뒤에 아는 분들과
조용히 갔었어요.

가 보니 해군본부 여러분 그리고
고 윤영하 소령의 아버님 윤두호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흰 머리에 여윈 얼굴, 그러면서도 절제와 품위가
몸에 배인 분이었습니다.
해군 본부에 계신 분이 제게 귀뜀했습니다.

'해사 18기세요. 전사한 자식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끝내 슬픈 기색 한번 보이지 않으셨어요.'


그 말을 듣고 그 분을 뵈니
제 눈에 벌써 눈물이 고이더군요.
애써 눈물을 추스리며
목례를 했습니다.
그러자 윤두호 선생님께서 제게 다가와
손을 잡으셨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여기 와준 것도-
그리고 지난 6월 15일 서울역 집회에서
연설해줘서 고마웠어요.
나 거기 있었어요'

'그러셨군요. 그때 그 자리에서
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전여옥씨가 연설을 해서
우리 퇴역군인들이 정말 큰 힘을 얻었어요.'

저는 송구스러워서 몸둘바를 몰랐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지난 6월15일 서울역집회는
국민행동본부에서 주최한 애국집회였습니다.
아침부터 저희 사무실에는 온갖 협박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얼굴을 달걀범벅으로 만들어버리겠다.'
'너라고 무사할 줄 아냐?'부터
무시무시한 협박들이
자칭 '통일민주세력'이라는 이들에게서 걸려왔습니다.

그 뿐만 아니었습니다.
당내 몇몇 의원들은 제게

'그런 극우세력 집회에 가서
연설을 하면 이미지 안 좋아질텐데-'

'한나라당이 중도에 있어야지
전여옥 의원 때문에 극우로 비쳐지면
당 지지율 깍아먹는거요'
라는 의원도 있었습니다.

저는 하도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세비를 받고
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고 지킨 군인들 때문에
학교 다니고 국회의원까지 된 이들이
그런 계산을 한다는것이
제게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극우집회'라 낙인찍힌 그 집회는 바로
우리 바다를 지키다 목숨마저 바친
고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이자 대령연합회 회원인
윤두호 선생님 같은 분들이
함께 하는 집회입니다.

저는 제 이미지가 저들에 의해
아무리 왜곡되고 악의적으로 조작된다 해도
그 집회에 반드시 참가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오래전에
약속드린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윤두호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뭐라 할수 없이 기쁘고 뿌듯했습니다.

나라를 위해 다 키운 자식,
그것도 자신의 대를 이어 해군에 몸담은
아들을 나라에 바치셨습니다.
그 분께 제가 조그만 기쁨이라도 드렸다면
저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윤 선생님은 '군인의 최고 영예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라고
아들 윤영하 소령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윤영하 소령은 아버님의 가르침을
자신의 목숨을 바쳐 실천했습니다.


참수리호를 둘러보니 곳곳에 유족분들이
놓고 간 꽃들이 있었습니다.
활짝 웃고 있는 멋진 청년 황도현 중사가
끝까지 사수했던 그 자리에는
어머니가 갖다놓은 꽃바구니가 있었습니다.

너무도 어여쁜 노란 장미꽃-
그 어머니는 얼마나 기막힌 심정으로
그 꽃바구니를 만들었을까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주르르 흘렀습니다.

'도현아-언제나 너를 사랑한다'
그 꽃바구니 리본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습니다.


다 키운 소중한 자식을 앞세우고
'언제나 너를 사랑한다고 써주세요'라고 말하며
황도현 중사의 어머니는 오열하셨을 겁니다.

자식기르는 사람으로서,
저는 그분과 똑같은 어머니가 되어
황도현 중사의 부조를 어루만졌습니다.

'부디 부디 저 세상에서 행복해라.
우리 사랑하는 아들, 자랑스러운 아들,
결코 우리 아들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나라 만들테니--
그리고 다시는 이렇게 나라를 위해
목숨바친 이들을, 그 어머니를, 그 아버지를
가슴아프게 하는 일은 절대로 없게 하겠다'
고 맹세했습니다.

간단한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6월말의 햇볕이 뜨거웠습니다.
이 좋은 날씨에 노무현 대통령은,
한명숙 총리는 어디 있기에
추모식에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답니까?

부드러운 모성의 정치를 하겠다는
'이 나라 어머니'의 이미지를 파는
한명숙 총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 아들들의 추모식에
모습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무슨 '어머니의 정치'를 하겠다고 합니까?

군대에 간 아들이 있다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 있다면서
어떻게 나라를 위해 아들의 목숨을 바친
이들의 손 한번 잡아줄 수 없다는 말입니까?

서해교전은 우발적 사고라는
강정구 교수의 있을 수 없는 망언에 한마디 덧붙입니다.
북한은 월드컵열기때 매우 치밀하게
서해교전을 기획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6명 군인들의 목숨을 앗으려
아무런 방탄벽조차 없는 조정석부터
노렸습니다.

2000년 6.15선언이 있은 뒤
불과 2년만에 북한은
발포를 한 것입니다.

그래도 이 한반도에 평화가 왔습니까?
6명의 귀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으로 묻습니다.



2006년 6월 30일
전여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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