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방송으로 북한사회 변화 일으켜야”

외국방송을 들으면 들을수록 北주민들의 탈북에 대한 열망도 커진다는 것이 최근의 조사 결과다.


북한은 그동안 외국 방송이 자국의 공산주의 체제에 악 영향을 끼친다는 판단 하에 주민들로 하여금 모든 외부 라디오 방송의 청취를 금지시켜왔다. 일례로 북한 주민이 외국에서 현금을 주고 라디오를 구입해 국내로 들여오면 반드시 이를 당국에 제출해 채널을 고정시키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주민들이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의 공적을 찬양하는 공영 방송만 청취하도록 만들었다. 문제는 이것이 지금까지 주목할 만한 효과를 거두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30-50여 명의 북한 주민들로 구성된 감시통제 조직인 ‘인민반’이다. ‘인민반’을 통해 북한 주민들은 서로가 타인의 남한 방송과 같은 외국 라디오 방송의 청취를 감시해왔다. 외국 방송을 청취한 주민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처벌은 매우 엄중하다.

한 여성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80년대 그녀의 일은 다른 주민들이 외국방송을 청취할 경우 이를 상부에 보고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태만히 했다는 이유로 그녀의 가족은 북한 변방으로 추방당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수의 엘리트 집단과 군인들만이 외국방송을 청취할 수 있었으며 이들은 남한 방송을 들으며 큰 위기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90년대 들어 중국 국경을 통한 탈북행렬이 이어지면서 역전되기 시작했다. 특히 북한의 밀수업자들은 중국을 통해 작은 크기의 라디오를 대거 북한으로 유입시켰는데 1950년대 제작된 것과 같은 북한산 라디오와 달리 이들이 들여온 라디오는 작고 휴대가 간편했다. 여전히 모든 북한 가구들이 당국으로부터 정기적인 불시 검문을 받기는 하지만 작은 라디오를 발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여기에는 초심을 잃고 뇌물을 받는 북한 관리들도 한 몫 거들고 있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45%의 탈북자들이 북한을 탈출하기에 앞서 외국의 라디오 방송을 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 방송을 들으면 들을수록 탈북에 대한 열망도 커졌다는 증거다. 특히 북한 주민들의 경우 외부 세계의 정보를 접하게 되면 곧바로 탈출을 결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도 이제는 라디오를 찾아볼 수 없는 사회가 아니며, 더 많은 주민들이 외부세계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편 남한은 국영방송인 ‘사회교육방송’이 평양정권을 자극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북한 주민들을 겨냥한 대북 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유유럽방송’(RFE) 산하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RFA는 지난 97년부터 한국어 방송을 시작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매일 4시간 동안 대북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RFA는 현재 인력으로 2시간 동안 생방송을 송출한 뒤 이를 반복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KBS와 달리 민감한 주제를 가지고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생활을 주로 송출하는 ‘자유북한방송’(FNK)도 대표적인 대북 방송국이다. 지난 12월부터 자유북한방송 러시아에서 대북 방송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이 북한의 불안정한 상황에 문제를 제기해 몽골로 송출기지를 옮겼다. 자유북한방송은 방송 초기부터 많은 문제에 직면해야 했다. 친북성향 단체들이 자유북한방송국 앞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그 결과 방송국은 창문이 없는 서울 외곽의 지하로 위치를 옮겨야만했다. 현재 방송국 관계자들은 적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일부는 무급으로 방송에 공헌하고 있다.

이들은 전문 방송인들이 아니며, 지원부족으로 인해 하루 1시간 밖에 방송을 송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제한된 방송국의 입지에도 불구하고 자유북한방송은 평양의 엘리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자유북한방송을 ‘배반자’, ‘미 제국주의에 충성하는 자’, 또는 ‘보수 세력의 노예’등으로 폄하하며 대북방송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소리’(VOA) 방송의 경우 남북한 양쪽을 상대로 미국의 이미지에 초점을 두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VOA는 북한 문제와 관련 다소 민감한 사안에 대한 보도를 하곤 한다. 특히 상당수의 탈북자들이 탈북에 앞서 VOA를 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VOA가 내보내는 대부분의 내용이 미국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방송에 대한 선호도는 다소 제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북한 주민들은 외부 세계의 변화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 체제의 전복을 확고하게 전달하는 이들 라디오의 메시지에 대해 북한의 엘리트들은 당황하고 있다. 그러나 RFA와 FNK의 경우 제한된 방송시간 때문에 많은 정보를 전달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제이 레프코비츠 대북인권특사는 북한 내부로 송출되는 외부의 방송량과 내용을 대폭적으로 증대시킬 것임을 밝혔다.

이와 함께 미 의회 관계자들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24시간 대북방송을 제안했다. 대북방송은 북한 사회의 내부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적은 비용이 들어가는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활용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실상과 세계의 동향을 알고 싶어 하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여전히 북한 정권과 세계로부터 괴리되어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은 북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북한 관영 신문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들도 북한 신문이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들에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필자]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호주 국립대 교수, 현 국민대 초빙교수(역사학)

번역-정리 김필재 기자 (출처:프리존 뉴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