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은 수구·냉전산물, 이미 死文化』

이재오 의원 2004년 칼럼 中...한겨레인터뷰선 『남민전은 「진보적 민주주의」지향』
한나라당 당대표 선출이 유력후보인 이재오 의원에 대한 사상검증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李의원은 지난 7일 한길리서치가 발표한 한나라당 대의원 및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등 가장 앞선 후보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과 당내 경쟁 후보들은 李의원의 79년 남조선민족해방애국전선 사건 연루 및 86년 민통련 민족통일위원장, 89년 전민련 조국통일위원장, 91년 민중당 사무총장 전력 등 이념성향에 대한 비판수위를 높이고 있다.

李의원이 참여했던 민통련, 전민련, 민중당은 대표적 反美단체·정당들이었다. 예컨대 전민련의 경우 국가보안법철폐 등 「반독재민주화투쟁」, 주한미군철수 등 「반외세자주화투쟁」, 8·15범민족대회 등 「조국통일투쟁」을 전개해오다 91년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이 결성되면서 해소됐었다.

<국민행동본부 광고로 포문 열어>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는 4일 『한나라당은 좌파종식 선봉장을 뽑아라』는 일간지 의견광고를 통해 『공산혁명조직 남민전 사건 관련자 이재오 후보는 전향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후 경쟁 후보인 이규택 의원은 5일 칼럼에서 『이재오 후보는 이 문제(남민전 사건)에 대해 떳떳하게 답변을 해야 한다』고 밝혔고, 7일 칼럼에서도 『李후보의 정체성은 무엇입니까? 만일 당대표가 되실 경우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당론을 지켜내실 수 있습니까?』라고 공격했다.

7일 KBS주최로 열린 한나라당 당대표 후보자 TV토론회에서도 이재오 의원의 이념성향에 대한 집중공세가 이뤄졌다. 강재섭 후보는 『당 대표가 평상시 말이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며 李의원이 국가보안법과 이라크파병 등 한나라당 당론과 배치되는 발언을 해왔던 배경을 추궁했다.

전여옥 후보는 『개인적으로는 국보법 폐지가 좋다』는 내용으로 인터뷰한 2005년 1월24일 「한겨레신문」을 증거로 제시하며, 李의원의 국보법에 대한 견해를 추궁했다.

이에 李의원은 물을 마시고 목을 축이는 등 초조한 기색을 나타낸 뒤 『내가 국보법으로 감옥에 가서 10년 반 동안 살았는데, 그러니 내 개인적으로야 그 법을 찬성하겠냐?』고 답했다.

한편 나라사랑어머니연합(대표 권명호) 등 단체도 8일 『대한민국이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는 일간지 의견광고를 통해 『대통령, 국무총리, 여당대표, 심지어 야당대표까지 운동권 출신이어야 하느냐』며 이재오 의원의 사상전향 여부를 밝히라고 주장했다.

<이념논쟁은 구시대의 유물>

이재오 의원은 재야출신으로서 96년 1월 김영삼 前 대통령의 권유로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에 입당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李의원의 태도는 인터뷰 시기나 대상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부정적 입장이 견지돼왔다.

그의 국보법에 대한 입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2004년 5월3일자 『한나라당 이제 부터다!』라는 칼럼에 상세히 적혀 있다. 일부를 인용해보자.

『이념논쟁은 구시대의 유물임을 알아야 합니다...존경하는 17대 당선자, 한나라당 동지 여러분, 국가보안법은 이미 사문화되었습니다. 남북이 오고가고, 남북이 함께 공동체를 만들자고 하고, 금품이 오고가는데 국가보안법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국가보안법의 상징은 수구, 냉전시대의 산물이며 권력자의 정권유지를 위한 통치수단으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 국가보안법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저는 국가보안법을 현실성 맞게 전면적으로 개정하거나 대체입법을 만든 후 폐지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야당적 정체성을 보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보법이 사문화됐다는 李의원의 입장은 2005년 1월24일 한겨레신문기사에서도 나온다. 李의원은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의원과 대담에서 국보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7대 국회 처음 열릴 때 제가 「보안법은 이미 사문화된 법이니 우리가 먼저 전면 폐지, 대체입법을 주장하든지 최고로 양보해도 개정안을 내 정국을 끌고 가자」고 했더니 그때는 의원들 대부분이 동조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現 지도부 들어서고 국가보안법의 「국」자도 못 고친다, 당의 운명을 건다, 이렇게 나가니까 당내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제 개인적으로야 전면 폐지가 좋죠. 제가 보안법으로 5번 감옥 가서 10여년을 살았어요...(중략)...보안법은 어차피 사문화된 것 아니겠습니까. 한나라당의 시각에서 보면 제가 오늘 상당히 파격적으로 말했네요』

李의원은 같은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서 제일 급한 게 공부(편향된 이념성향을 바로 잡을) 아니냐』는 질문에 『한나라당 의원들도 공부 많이 하는데, 공부를 잘못해서 그렇다』며 지도부의 「역사인식」을 문제 삼았다.

『공부를 제대로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요. 당은 구성원들의 총체적 의사로 이끌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 정당은 몇몇 지도부에 의해 운영되죠. 문제는 당직을 맡은 사람들의 역사 인식이 어느 쪽으로 편향되어 있느냐 하는 겁니다. 이런 점을 보면 한나라당이 해결해야 할 게 많죠.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책을 취해 나가는 건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은 보안법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을 지키는 상징성이 있고 이걸 없애면 나라의 정체성이 흔들린다고 보죠』

<역방향의 한나라당을 순방향으로 돌리겠다>

李의원은 또 『한나라당에서 출당 이야기가 나오는 거 아닙니까?』라는 질문에 『그건 만날 나오는 이야기죠. 그러니까 한나라당이 극우적이거나 수구적인 것을 완화하고 합리적 보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을 바꾸기 위해서 한나라당에서 일한다는 식의 발언은 인터뷰 중간 중간 계속됐다.

李의원은 『한국 역사발전에서 한나라당 같은 정치 세력을 역사의 逆방향으로 두기보다는 順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당에 있어야 한다』며 『3선이 되고 나서 「지금부터는 한나라당이 역사발전의 궤와 같이하도록 내 17대 전부를 바쳐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李의원은 한편 김일성주의 공산혁명조직이었던 남민전에 대해 『남민전은 「진보적 민주주의」, 민투(남민전의 공개조직)는 「폭넓은 민주주의 실현」을 중시했다』며 『어쨌든 민주화 운동의 일환으로 지하운동에 제가 참여할 때는 48년 건국 자체를 부정한 게 아니었고 그 뒤 식민지적으로 종속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측면이 강하지 않았나한다』고 말했다.

<이라크파병 재검토 주장>

이재오 의원은 이라크파병에서 한나라당 당론에 반대해 온 인물이다. 그는 2004년 5월3일자 『한나라당 이제 부터다!』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이라크파병에 대하여 ; 한나라당은 이미 이라크파병동의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는데 기여 했습니다. 『한미동맹의 영원한 승리를 위하여! 우리가 어려웠을 때 미국이 우리를 도왔듯이 미국이 어려울 때 우리가 미국을 도와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보수주의에 합당한 것처럼 강변(强辯)하고 그것에 반대하면 마치 반미주의자인 것처럼 험악한 분위기가 한나라당의 분위기였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한미동맹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젊은 생명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일이 결코 한미동맹보다 더 소홀히 취급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지금은 파병시기, 파병지역, 파병부대성격, 파병인원수 등을 여당이 재검토하자고 먼저 안을 낸다면 응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야당적 정체성을 보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학법, 색깔로 몰고 가 잘못>

이재오 의원은 지난 1월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인 2월21일 국회연설에서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에 대해 비판하면서 『한나라당은 비리사학은 엄단하되, 건전사학은 더욱 지원하는 방향으로 再개정안을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 사학법은 반드시 再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對與투쟁은 예상처럼 강경하지 않았다. 여기는 이재오 의원의 사학법 개정에 대한 시각이 여타 한나라당 지도부와 같지 않았다는 데에도 기인한다.

그는 전술(前述)한 한겨레신문 대담에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사학법을 무조건 색깔로 몰고 갔다며 이렇게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기본적인 입장은 건강한 사학은 육성하고 비리사학은 처벌하자는 건데 비리사학을 옹호하는 걸로 비치니까 더 개혁적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사립학교법 말만 나오면 「좌경화다, 사학을 지배하려 한다」며 강경파가 몰고 나오고, 지도부가 거기에 동조합니다. 우리 법안은 구체화시키지 않고 남이 내놓은 건 무조건 색깔을 칠해서 반대해서는 안 되죠. 정책과 법안 차이는 협상과 대화를 통해 합의점 찾아야지 여기에 진퇴를 걸고 투쟁할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목숨 걸고 싸우니까 이 꼴 난 겁니다. 한나라당이 이 점에 대해선 반성해야 해요.』

<헌법 제3조 적절히 조정 주장>

이재오 의원은 2월21일 국회연설에서 북한의 핵개발·달러위조문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북한 인권문제와 국군포로, 납북자, 탈북자 문제도 당당하게 할 말을 해야 한다』고 현 정권을 질타했다.

그러나 같은 연설에 나오는 『한나라당은 북한을 적대시하는 과거의 남북 대결적 정책은 이미 버렸다. 남북 간 교류협력이 강화되고, 남북이 공동으로 발전해서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을 대북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다. 한나라당 127명 의원 중 냉전적 사고를 기반으로 국회에 들어온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발언에서 볼 수 있듯 그의 對北觀은 김정일 정권과의 공존·공생을 전제하고 있다.

李의원은 2000년 10월호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기반으로 한 흡수(吸收)통일의 헌법적 근거인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서로의 체제에 대해 우월성을 놓고 접근하면 통일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남한과 북한의 대등한 방식의 통일을 말하는 『1민족 1국가 2체제 등의 체제연합을 이뤄가는 통일』을 주장했다.

『(헌법 제3조는) 상징적인 조항이지만 이것을 잘못 이해하면 이 조항이 있는 한 북한과의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북한을 우리가 흡수해야 하니까, 북한의 金日成 헌법이 있는 한 북한이 우리를 흡수해야 하듯이 서로 흡수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죠. 이 조항은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고집하면 북한에도 요구하는 게 불가능하게 되니까요. 북한과 적절한 협의를 거쳐 「우리도 너희 체제를 헌법적으로 인정할 테니 너희도 고치라」고 해야죠. 예를 들어 金日成 헌법에서 사적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 조항 등을 철폐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북한 헌법 1조 같은 것도 우리 헌법 3조와 비슷하지요(헌법 제3조와 관련된 발언中)』

이재오 의원은 2003년 6월5일 한나라당 대표경선에 출마한 6명의 주자들을 상대로 한 오마이뉴스의 설문조사에서 호주제폐지에 대한 찬성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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