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호 선임기자의 분석/趙후보의 당선은 盧대통령 직계세력에겐 직격탄이고, 여당 내 개편론자들의 발언권은 높아질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7·26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또다시 전패(全敗)했다. 그러나 전패보다 더 뼈아픈 것은 서울 성북을에서 민주당 조순형후보가 당선된 일이다.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된다”는 여당의 단골 선거구호를 이번엔 민주당 쪽에서 “열린우리당 찍으면 한나라당 된다”로 바꾸어 썼고, 현장에서 그 구호가 먹혔다. 이는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를 출범시킨 지지자들이 지금의 여당을 질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의 대선정국과 정계개편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을 그 주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다. 당장 민주당 의원들은 “이제 열린우리당의 엔진은 꺼졌다. 노 대통령과 여당은 정계개편의 객체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민주 “열린우리당 엔진은 꺼졌다”
민주당은 이번에 네 군데 선거 중 조 후보만 이겼을 뿐, 나머지 두 군데에선 후보조차 내지 못했고, 후보를 낸 다른 한 군데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민주당은 여전히 12석의 미니 정당이고, 조 후보의 당선을 곧바로 민주당의 승리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조 후보의 당선을 발판삼아 142석의 여당을 상대로 정계 개편의 주도권을 쥐려 할 것이다. ‘12석’이 ‘142석’에 맞서 이런 게임을 벌일 수 있는 기반은 이미 5·31 지방선거 때 마련됐다. 지방선거 직후 여당의 전북출신 한 중진의원은 이렇게 토로했다. “민주당 사람들은 우리한테 하루빨리 무릎 꿇으라고 난리다. 사실 지방선거가 며칠만 더 길게 갔으면 전북도 다 날아갔을지 모른다. 바람이 무섭긴 무섭더라.”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바람이 거셌지만 호남에선 민주당 바람이 불었다. 이번 조 후보의 당선은 두 달 전 호남에서 분 민주당 바람이 지지자들 중심으로 서울에까지 상륙했음을 알린 신호다. 두 달 전 호남의 여당의원들이 절감한 위기의식을 이젠 수도권 여당의원들까지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때문에 연말까지 정계개편 논의를 금지시킨 여당 지도부의 지침이 앞으로도 계속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한쪽에선 “연말까지 이대로 갈 순 없다” “여름을 넘길 수 없다” “노 대통령과의 아름다운 결별을 선언할 때”란 말들이 나온다. ‘노 대통령 탄핵세력’인 민주당과 노 대통령이 만든 열린우리당이 인위적인 재결합을 한다는 것은 노 대통령의 배제를 전제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조 후보의 당선은 노 대통령 직계세력에겐 직격탄이고, 여당 내 개편론자들의 발언권은 높아질 전망이다.
與일각 “대통령과 결별 서두르자”
민주당과 여당 내 개편론자들은 우선 노 대통령에 비판적이고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비노(非盧)·반(反)한나라 진영을 묶자고 말한다. 여당 내 통합에 적극적인 의원들이 먼저 움직여 구심점을 만든 뒤 중도파까지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어차피 노 대통령 직계들과는 따로 갈 수밖에 없고, 대선 막판에 이들까지 흡수하면 좋지만 그렇게 안 되더라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노 대통령과의 결별을 하루라도 미룰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구심점 대선후보 없어 한계
통합론자들이 그리는 이 같은 그림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 일을 주도할 구심점이 없다. 여당 의원들 스스로 “우리는 대선후보가 없는 불임정당”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 정대철 전 대표 등 원로들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있다. 두 사람이 최근 노 대통령을 만나고, 정 전 대표와 한화갑 민주당대표가 개편 논의를 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대선주자가 아닌 이들은 개편의 물꼬를 틀 순 있겠지만 개편의 지속적인 중심이 되기 어렵다. 당 바깥에 고건 전 총리가 있으나 여당은 고건파와 反고건파로 극명하게 갈라져 있다.
그래서 통합론자들은 反한나라당 세력을 모두 끌어 모으고 고 전 총리를 포함해 대선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두 경선에 참여시키는 그림을 제시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범여권은 내년 대선을 한나라당과의 ‘50대 50 게임’으로 만들 수 있고, 이번 조 후보의 당선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그림 역시 이를 이뤄낼 구심력, 혹은 구심력 있는 인물이 아직 없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역대 선거에서 ‘非盧 反한나라’식으로 제3공간을 찾는 세력이 이니셔티브를 쥔 사례를 찾기 힘들다(민기획 박성민대표)는 시각도 있다.
홍준호 선임기자 jhhong@chosun.com
입력 : 2006.07.27 00:36 45'
열린우리당은 7·26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또다시 전패(全敗)했다. 그러나 전패보다 더 뼈아픈 것은 서울 성북을에서 민주당 조순형후보가 당선된 일이다.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된다”는 여당의 단골 선거구호를 이번엔 민주당 쪽에서 “열린우리당 찍으면 한나라당 된다”로 바꾸어 썼고, 현장에서 그 구호가 먹혔다. 이는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를 출범시킨 지지자들이 지금의 여당을 질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의 대선정국과 정계개편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을 그 주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다. 당장 민주당 의원들은 “이제 열린우리당의 엔진은 꺼졌다. 노 대통령과 여당은 정계개편의 객체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민주 “열린우리당 엔진은 꺼졌다”
민주당은 이번에 네 군데 선거 중 조 후보만 이겼을 뿐, 나머지 두 군데에선 후보조차 내지 못했고, 후보를 낸 다른 한 군데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민주당은 여전히 12석의 미니 정당이고, 조 후보의 당선을 곧바로 민주당의 승리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조 후보의 당선을 발판삼아 142석의 여당을 상대로 정계 개편의 주도권을 쥐려 할 것이다. ‘12석’이 ‘142석’에 맞서 이런 게임을 벌일 수 있는 기반은 이미 5·31 지방선거 때 마련됐다. 지방선거 직후 여당의 전북출신 한 중진의원은 이렇게 토로했다. “민주당 사람들은 우리한테 하루빨리 무릎 꿇으라고 난리다. 사실 지방선거가 며칠만 더 길게 갔으면 전북도 다 날아갔을지 모른다. 바람이 무섭긴 무섭더라.”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바람이 거셌지만 호남에선 민주당 바람이 불었다. 이번 조 후보의 당선은 두 달 전 호남에서 분 민주당 바람이 지지자들 중심으로 서울에까지 상륙했음을 알린 신호다. 두 달 전 호남의 여당의원들이 절감한 위기의식을 이젠 수도권 여당의원들까지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때문에 연말까지 정계개편 논의를 금지시킨 여당 지도부의 지침이 앞으로도 계속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한쪽에선 “연말까지 이대로 갈 순 없다” “여름을 넘길 수 없다” “노 대통령과의 아름다운 결별을 선언할 때”란 말들이 나온다. ‘노 대통령 탄핵세력’인 민주당과 노 대통령이 만든 열린우리당이 인위적인 재결합을 한다는 것은 노 대통령의 배제를 전제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조 후보의 당선은 노 대통령 직계세력에겐 직격탄이고, 여당 내 개편론자들의 발언권은 높아질 전망이다.
與일각 “대통령과 결별 서두르자”
민주당과 여당 내 개편론자들은 우선 노 대통령에 비판적이고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비노(非盧)·반(反)한나라 진영을 묶자고 말한다. 여당 내 통합에 적극적인 의원들이 먼저 움직여 구심점을 만든 뒤 중도파까지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어차피 노 대통령 직계들과는 따로 갈 수밖에 없고, 대선 막판에 이들까지 흡수하면 좋지만 그렇게 안 되더라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노 대통령과의 결별을 하루라도 미룰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구심점 대선후보 없어 한계
통합론자들이 그리는 이 같은 그림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 일을 주도할 구심점이 없다. 여당 의원들 스스로 “우리는 대선후보가 없는 불임정당”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 정대철 전 대표 등 원로들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있다. 두 사람이 최근 노 대통령을 만나고, 정 전 대표와 한화갑 민주당대표가 개편 논의를 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대선주자가 아닌 이들은 개편의 물꼬를 틀 순 있겠지만 개편의 지속적인 중심이 되기 어렵다. 당 바깥에 고건 전 총리가 있으나 여당은 고건파와 反고건파로 극명하게 갈라져 있다.
그래서 통합론자들은 反한나라당 세력을 모두 끌어 모으고 고 전 총리를 포함해 대선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두 경선에 참여시키는 그림을 제시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범여권은 내년 대선을 한나라당과의 ‘50대 50 게임’으로 만들 수 있고, 이번 조 후보의 당선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그림 역시 이를 이뤄낼 구심력, 혹은 구심력 있는 인물이 아직 없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역대 선거에서 ‘非盧 反한나라’식으로 제3공간을 찾는 세력이 이니셔티브를 쥔 사례를 찾기 힘들다(민기획 박성민대표)는 시각도 있다.
홍준호 선임기자 jhhong@chosun.com
입력 : 2006.07.27 00:36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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