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신문> '동북아 워치' [2006.8.3]
기능 상실한 ‘6자회담’ - 美 선택은 ‘정권교체’
7월 28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ARF(아시아지역안보회의) 회의를 계기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25개국이 참가한 ARF 회의에서 북한 외무상 백남순은 완전히 외톨이었다. ARF 회의석상에서 북한을 제외한 24개국 외무장관들은 어느 누구도 백남순에게 다가가 악수하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는 북한에게 남은 유일한 ‘맹방’인 중국의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도 백과 악수를 하기는 커녕 백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백남순은 ARF 회의(그것도 7월 28일 오전회의만)에 참가한 것 말고는 아무런 다른 활동도 하지 않았다. 백남순이 한 유일한 일은 ARF 전체회의(7월 28일 오전)에서 연설한 것이 전부였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한국과 미국은 군사훈련을 하고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무기를 배치한 채 미사일을 쏘아대는데 우리가 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라는 말이냐”고 항변하면서 “미국이 ‘제재 모자’를 씌워놓은 상황에서는 (6자회담에) 들어갈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날 ARF 회의는 북한에 “더 이상의 유도탄 발사를 중지”하고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라”는 ‘의장 성명’을 채택ㆍ발표했다. 이에 대한 백남순의 응수는 “우리는 그 같은 결의안이 채택되면 ARF 잔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는 (7월 15일자) 유엔 안보리 결의(제1565호)도 거부한다”고 재확인했다.
이로써 ‘6자회담’을 속개하여 핵문제와 아울러 미사일 문제를 논의ㆍ해결할 전망은 매우 어두워졌다. 이렇게 되자 또 다시 호사가들로부터 “미국이 미.북간의 ‘2자회담’을 받아들이라”는 압력이 일어나고 있다. 그 가운데 7월 17일자 <중앙일보>에 게재된 최원기 국제부문 차장의 “북.미 회담이 해답”이라는 제목의 글 내용이 흥미를 끈다. ‘미.북’ 직접 대화론은 사실은 최원기 기자 혼자의 의견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의 노무현정권과 미국의 민주당이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방법론’의 차원에서 1980년대 초의 구 소련과 오늘의 김정일의 북한을 같은 차원에 놓고 문제해결을 논하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지금 ‘미.북’ 양자회담을 하려면 미국은 마카오 소재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으로부터 시작하여 이미 전세계적으로 심지어 중국까지 포함하여 확산되어 버린 대북 금융제재를 무조건 철회해야 한다. 그 것이 북한의 ‘절대적 선결조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이 위폐와 마약거래 등 불법행위를 시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그러한 ‘선결조건’을 들어 주겠느냐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미.북’ 양자 대화가 성립된다 해도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고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리라는 보장이 있느냐는 의문이 당연히 제기된다.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은 우선 ‘액수 미상’의 ‘재정적 보상’을 요구해 왔다.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6자회담’이다. ‘6자회담’이 속개되느냐의 여부보다도 문제는 ‘6자회담’이 속개되면 북핵문제 해결에 진전이 가능할 것이냐의 여부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망은 극히 암담한 것이 실정이다.
‘6자회담’이 열리면 우선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북한이 ‘선결조건’으로 우기고 있는 ‘경수로 선 제공’ 주장이다. 이것은 북한이 먼저 NPT에 복귀하고 IAEA 안전조치를 다시 완전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음에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북핵문제를 ‘비핵화’가 아니라 ‘비핵지대화’의 문제로 다루자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공격 위협을 먼저 제거하라'는 것이다. 그 다음이 또 문제다. 북한은 이번에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요구를 준비 중에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공인되면 북한만을 대상으로 하는 ‘6자회담’은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 북한이 북핵문제를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다른 ‘핵보유국’들의 핵문제와 함께 ‘공평하게’ 다룰 것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북핵문제’를 따로 해결할 길이 막혀버리게 된다.
‘6자회담’은 북한의 미사일은 물론 북핵문제 해결무대로서의 기능을 이미 상실한 것이다. 미국의 최근 행보는 ‘6자회담’에 오직 ‘수사학적’ 의미만을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말로는 ‘행동변화(performance change)’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추진함으로써 북한의 핵과 유도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미국과 중국간에 한반도 문제에 관하여 어떠한 내용의 ‘전략적 대화’가 진행되는 것이냐는 것이다. 최근 정세 흐름의 걱정스러운 점은 북한과 함께 국제적으로 쌍으로 외톨백이가 되고 있는 노무현정권이 이 ‘전략적 대화’에서 분명히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끝]
이동복 (李東馥)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
기능 상실한 ‘6자회담’ - 美 선택은 ‘정권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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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8-03, 23:00











